유별난 첫째딸을 키우면서 전 너무 힘들어 잠도 안 자며 육아책을 읽었어요. 책이 유일한 친구였고, 선생님이었거든요. 그 중에 top3에 들 만큼 도움이 된 책이 가수 이적 엄마이기도 한 여성학자 박혜란씨가 쓴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에요. 책 내용 중 가장 가슴에 와닿은 얘기는 바로 청소하지 말란 내용이었는데요. 3형제를 키우면서 청소까지 하니까 몸이 안 좋아서 청소는 포기했다는 내용이 저에게 큰 위안이 되었어요. 저도 그래서 정말 말 그대로 청소를 포기하고 10년 가까이 살았어요. 저도 3남매에다가 바로 옆에 살면서 매일 놀러오는 조카 둘까지 정말 말 안 듣는 5명의 엄마역할을 하면서 살았거든요.
이제 첫째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는데 이제는 청소를 제대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청소하는 법이나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있어요. 이적엄마처럼 살려고 10년을 노력했는데 사실은 늘 부끄러웠어요. 누가 놀러온다고 할까봐..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칠 때... 소신육아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더라구요.
10년간 부끄럽긴 했지만.. 10년 동안 애들에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혼내고, 조금이라도 더 놀아준 건 이 책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덕분에 용기 있게 청소를 포기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남들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더 중요했고, 그래서 참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제가 시골에 살면서 아이들을 시골학교에 보내고 있는데요.. 시골에 살아도 가까운 시골학교가 아니라 조금 시간이 더 걸려도 읍내로 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가 작은 학교에 아이들을 망설임 없이 보낸 용기도 이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과 '엄마학교'에서 얻었어요. 두 책 모두 사교육이 아니라 학교에 충실히 잘 다니는 아이가 잘 자란다는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시골의 작은 학교라면 아이들이 더욱 학교에 충실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지금 큰 애가 6학년인데 제 확신이 맞았던 것 같아요.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은 3형제 모두 서울대에 보낸 엄마의 이야기예요. 하지만 읽어보면 정말 뻔한 얘기 뿐이죠. 전교1등에게 물어보면 국영수 중심으로 교과서를 열심히 읽었고, 수업에 충실했다~류의 뻔한 대답을 하죠. 하지만 사실은 그게 늘 정답이잖아요. 그 뻔한 정답을 실제 아이들을 키우며 실천한 내용, 그래서 결국 3명 모두 서울대에 보내서 증명해 보인 내용이에요. 스테디셀러여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혹시 사교육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