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도착한지 꽤 된듯하다. 이번 책은 띄엄띄엄 몇 주 만에 다 읽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최근 3개월 동안 아이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한 적이 많았다.

“엄마, 난 내가 싫어.”

“엄마, 난 어떤 사람이야?”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불현 듯 내뱉는 말에 당황스러워 질문을 받을 당시 뭐라고 답을 해주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이도 엄마에게 혼날 때면 많이 힘들어하고, 못마땅해 했던 옛 일까지 떠올리며 더 아프게 울었다. 그 와중에 “넌 계속 왜 그러니?”라고 한다면 아이는 더 힘들어할게 뻔하다. 책을 받아들고는 차례를 보며 ‘혹시 내 아이는 이렇지 않을까’ 하면서 내게 필요한 부분부터 찾아보았다. 마음을 치료해주는 처방전 같았다.

 

사실 이 책을 읽는 기간 동안 아이를 키우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나 자신에게서 생긴 스트레스가 더 컸다. 내 속에 있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잠깐 고삐를 놓친 듯했다. 밥을 먹고, 좋은 말씀을 듣고, 잠시 창가로 스며드는 바람을 느끼면서 열심히 내 속에 에너지를 충전해두었는데 마음 속 어딘가에 난 구멍으로 그 에너지는 술술 빠져나가버렸다. 아이들과 일상생활을 유지해나가는 것만도 벅찼던 한 달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육아의 스트레스를 치유해주는 것에서 그친 게 아니라 내 속에 있는 ‘나’라는 아이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었다. 엄마인 내가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구나, 내게도 이런 것들이 채워지지 못했구나 하면서 말이다. 밤새 혼란스런 마음에 뒤척이다 새벽에 책을 펴서 읽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던 때도 있었다.

‘아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모 역시 자라야 자기 품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큰 종을 만들려면 큰 거푸집이 필요하고, 오래 가는 도자기를 만들려면 가마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갈 만큼 큰 가마가 필요합니다.’란 말이 가장 먼저 가슴에 와 닿았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가 어른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힘들어도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나고 싶다. 문제 속에 빠져있지만 말고 때론 문제를 다른 곳에 던져두고 내 삶을 살아야겠다. 그러다가 그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생기면 그 때 문제를 다시 풀어봐야겠다.

최근에 든 생각이 두 가지 있다. 예전엔 엄마들의 수다를 가끔 시간 낭비로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때론 시간 낭비로 흐를 때도 있겠지만 삶에서 수다가 필요함을 점점 느끼며 살고 있다. 수다, 일상의 소통이다. 이게 안 되면 누구는 외롭고 누구는 답답하고. 요즘은 카톡이나 밴드 같은 SNS 공간을 통해 혼자 문제에 빠져 나만의 생각으로 힘들어하지 않고 수시로 고인 생각을 교체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가끔 멍하게 있는 시간도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글을 쓸 때 글쓴이의 마음이 어떠한가가 글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정 스님의 글이 떠올랐다. 법정스님의 글을 읽을 때 내 맘이 편안했던 것은 그 글을 쓸 때 법정 스님의 마음 또한 편안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편안할 때 내 글에서 편안함이 묻어난다는 걸 알았다.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지니 후기를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조금 생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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