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ESC]
수리 닮은 바위산에 단풍꽃 불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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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한창인 소리산 남쪽 등산로 들머리 숲길.

등산화 끈 조여매고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가는 계곡길·산길을 걷고 싶어지는 때다. 등산로가 인파로 덮이는 먼 거리의 단풍 명산이 아니더라도, 불붙는 단풍 경치는 수도권에도 널렸다.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홍천 경계 부근의 소리산도 그런 곳 중 하나다. 해발 480m의 높지 않은 바위산이지만, 탁 트인 전망과 아찔한 바위절벽, 참나무·소나무 우거진 숲길, 경치 좋은 물길까지 두루 갖췄다.


지난 주말부터 단풍이 불붙기 시작했으니 이번 주말쯤 절정의 가을빛을 내뿜을 듯하다. 소리산 주변 바위산 자락을 휘감고 돌아나가는, 홍천강의 지류 명성천·석산천(산음천) 물길도 수량은 적지만 맑고 깨끗하다. 바위산과 물길 경치가 아름다워 ‘소리산 소금강’으로도 불린다.


낮지만 물길·단풍숲길 두루 갖춘 바위산

소리산(小里山)이란 이름은 산 형세가 수리를 닮아 붙여진 수리산에서 변한 것이다. 수리가 많이 살았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양평군 단월면 석산1리, 도로변에서 바라보면 수리처럼 우뚝한 산세를 확인할 수 있다.

소리산 등산로 들머리는 산 남쪽·북쪽, 동북쪽 등 세 곳에 있다. 절벽으로 이뤄진 서쪽의 등산로는 사고가 잦아 폐쇄됐다. 자주 이용되는 등산로 입구는 산음자연휴양림으로 드는 345번 지방도의 소금강캠핑장(‘소리산소금강’ 식당 옆)과 석산1리 물레울 마을과 돌고개 마을 사이 도로변 민가 옆이다.

석산천(산음천) 소금강 쪽에서 오르면 꼭대기까지 1시간20분, 마을 쪽에서 오르면 1시간쯤 걸린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소금강 쪽 진입로를 이용하는데, 상대적으로 덜 가파른데다 경치나 전망도 빼어나기 때문이다. 소금강 물길에서 출발해 꼭대기까지 다녀오는 단풍 산행을 즐겼다. 쉬엄쉬엄 왕복 3시간이다. 정상까지 1.8㎞.

소리산 등산로 들머리 도로변의 ‘석간수’.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샘이다.
소리산 등산로 들머리 도로변의 ‘석간수’.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샘이다.

산행에 나서기 전에 먼저, 차고 맑은 약수부터 한잔 마시지 않을 수 없다. 들머리 부근 도로변 산밑에서 솟는 석간수다. 평일인데도 차량이 늘어서 있고, 약수터엔 물통 수십개가 줄을 서 있다. “난 딴건 안 마셔. 내가 수질 측정기루다가 직접 재보는 사람인데, 요 근방에선 이게 젤 깨끗해. 파는 생수보다 몇배 낫지.” 경기 구리시에서 일부러 물 받으러 왔다는 60대 남성이 엄지를 치켜든다. 맛을 보니, 정말 입에 착 붙는 순한 맛이다. 갖고 있던 생수통을 비우고 석간수를 채운 뒤, 등산로로 향했다.


소금강쪽 산길 들머리 단풍빛 절정

석산천 돌다리를 건너 오르면 붉고 노란 단풍 숲길이 시작된다. 소리산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새빨간 단풍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작은 계곡 따라 바위를 타고 올라야 하는 첫 구간(논골갈림길 이정표까지)이다.

소리산 산자락 단풍.
소리산 산자락 단풍.

깨끗한 물길이 이어지고, 바윗길 좌우로 우거진 단풍나무들이 붉고 노란 가을빛 잔치를 벌이고 있다. 초입 부근에 아담한 폭포와 소(선녀폭포·선녀탕)가 있으나, 물이 많이 줄어 있다.

소리산 산행길에 들려오는 소리는, 여느 걷기 좋은 산들에서 만나는 기분 좋은 소리들과 다르지 않다. 귓전에 맴돌던 계곡 물소리가 멀어지면 해맑은 새소리가 다가오고, 새소리 잦아들면 서늘한 바람소리가 휘감아오는 산길이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가랑잎 헤치며 내달리는 다람쥐들이 발길을 이끌어준다.

산아래 샘솟는 석간수 ‘꿀맛’
정상 조금 못미쳐 경치가 압권
어린이 동반·우천 산행 삼가야
근처 산음자연휴양림 둘러볼 만

소리산 능선 수리바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산음휴양림 쪽으로 이어지는 345번 지방도가 보인다.
소리산 능선 수리바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산음휴양림 쪽으로 이어지는 345번 지방도가 보인다.

능선길로 올라서면 왼쪽은 바위틈에 뿌리를 박은 굵직한 소나무들이 이어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절벽 밑으로 산음자연휴양림 쪽으로 뻗어간 석산천 물길과 345번 지방도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추락 사고가 잦아, 경고판은 곳곳에 세웠으나 난간 등 안전시설은 안 돼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

등산객이 소리산 정상 옆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등산객이 소리산 정상 옆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능선길은, 험한 바위지대인 정상 밑까지 바윗길·흙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중간에 여름엔 찬 바람을, 겨울엔 더운 바람을 뿜어낸다는 ‘바람굴’이 있으나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여서인지 바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정상 표석이 세워진 곳보다, 그 못미처에 있는 바위무리 사이에서 보는 게 좀 더 운치있고 아름답다.

소리산은 큰 산은 아니지만 바윗길이 적지 않아, 어린이 동반 산행이나 비 뿌리는 날 산행은 삼가는 게 좋다.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구간도 여러 곳 있다.

물레울 마을에선 체험행사 다채

소리산 오가는 길에 들러볼 만한 곳으로 산음자연휴양림이 있다. 소리산 소금강 물길 따라 오르면 된다. 낙엽송·잣나무 등 침엽수들과 참나무류가 고루 우거진 산책로(2㎞)를 따라 거닐며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즐겨볼 만하다. ‘치유의 길’로 이름 붙인 260m 길이의 나무데크 길도 마련돼 있다.

석산리에서 휴양림 오르내리는 지방도변에서도 물씬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수확 끝난 논에는 무수한 볏짚 무리가 깔렸고, 논둑엔 보랏빛 나팔꽃이 널렸다. 빈 논밭 사이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들깨 타작이 한창이다. 차창을 열면 강렬하고 아득한 들깨 향이 온몸을 감싸온다.

수확 끝난 논에 엮어 세운 볏짚 행렬 사이에서, 할머니가 도리깨로 들깨를 털고 있다.
수확 끝난 논에 엮어 세운 볏짚 행렬 사이에서, 할머니가 도리깨로 들깨를 털고 있다.

석산1리 물레울 마을(소리산 정보화마을)에선 주민들이 철마다 갖가지 체험행사를 운영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른 봄 고로쇠물 채취로 이름난 마을이다. 가을철 체험으로는 김장 담가 가져가기(2㎏), 인절미 떡메치기, 고구마·밤 구워먹기 등을 할 수 있다. 세 가지 체험과 점심식사 포함해 1인당 2만5천원이다. 이와 별도로 ‘양평군 헬스투어코스 센터’에 예약하면 석산리 마을길·물길·소리산둘레길을 따라 걷는 ‘양평 헬스투어 소리산 코스’ 걷기(6.5㎞, 4시간 소요) 체험을 할 수 있다. 펜션숙박·식사3끼·걷기(가이드 동행)·참숯가마 찜질 포함해 1인당 10만원.

양평/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소리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석산천(산음천).
소리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석산천(산음천).

석산2리 섬이마을 농가에 내걸린 옥수수.
석산2리 섬이마을 농가에 내걸린 옥수수.

논둑에 피어난 나팔꽃들도 가을 정취를 키워준다.
논둑에 피어난 나팔꽃들도 가을 정취를 키워준다.


소리산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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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곳 석산1리 물레울·돌고개 마을에 닭백숙·매운탕 등을 내는 식당이 서너 곳 있다. 간판은 걸었지만 문을 닫은 곳도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 돌고개 마을 ‘참숯굽는마을’(숯가마찜질방)에도 닭·오리백숙, 돼지고기 요리와 김치찌개·도토리들깨수제비 등을 내는 식당이 딸려 있다. 석산리에서 494번 지방도 타고 5분 거리, 대명비발디파크 들머리 쪽으로 가면 도로변에 식당들이 많다.

묵을 곳 석산1리 물레울 마을과 돌고개 마을 일대에 펜션이 많다. 평일 2인 또는 4인 기준 1박 7만~8만원(주말엔 10만원)부터. 물레울 소리산정보화마을에 연락하면 숙박과 김치 담그기 등 체험행사를 묶어 좀 더 싸게 펜션을 예약할 수 있다. 대명비발디파크 들머리 도로변에도 펜션이 많고 모텔도 있다. 산음자연휴양림 들머리에도 펜션이 많다. 석산2리 섬이마을(쌍겨리)은 민박·펜션 숙박단지(10여 곳)로 지정돼 있으나, 실제 운영 중인 곳은 2~3곳뿐이다. 산음자연휴양림의 숲속의집 주말 예약은 어렵지만 평일엔 간혹 빈 숙소가 남아 있다.

여행 문의 양평군청 (031)773-5101, 석산1리 소리산정보화마을 (031)771-3866, 양평 헬스투어센터 (031)770-1004, 산음자연휴양림 (031)774-8133.

(*위 내용은 2016년 10월26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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