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속 산후조리법

내복 굳이 필요 없고 씻어도 좋아…가물치나 잉어, 수은·납중독 우려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운동해야…모유수유 신경쓰고 아이 챙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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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건강한 아들을 낳은 유해정(36·용인 수지)씨. 그는 아들의 고사리 같은 손과 발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그러나 요즘처럼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아이와 씨름하고 있노라면, 엄마가 된 기쁨도 반감되고 만다. 30대 중반에 첫애를 낳은 그는 산후조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30도가 넘나드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선풍기조차 틀지 않고 긴팔, 긴 바지에 양말까지 신고 생활한다. 천기저귀를 삶는다고 가스레인지에 불까지 때면 집안에는 훈김이 가득하다. 아이와 살을 맞대고 젖을 줄 땐 땀은 비 오듯 쏟아져 하루에 샤워를 5번 이상은 해야 한다. 유씨는 “다시는 여름에 아이 낳지 않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 지나친 땀빼기 위험



  아이를 낳고 자궁 등 여성의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기간인 산욕기. 대개 산후 6~12주를 말하는데, 이 기간 동안 엄마가 조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엄마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후조리 가운데서도 여성들이 가장 겁먹는 계절은 여름이다. 전통적으로 산후조리라 하면 뜨듯한 온돌방에서 몸을 꽁꽁 싸매고 땀을 쭉 빼며 푹 쉰다고 생각하는데, 더운 여름엔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름인데도 땀을 빼야 한다는 강력한 믿음으로 두꺼운 내복까지 껴입고 땀을 빼는 산모들이 간혹 있다. 전문가들은 그런 행동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안현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보통 사람들도 열대야는 견디기 어렵고, 산모의 경우 분만 직후 일시적으로 체온이 상승할 수 있는데, 이때 내복까지 껴입으면 체온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자칫하다간 탈수 증상까지 초래하고 땀띠로 고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방에서 억지로 땀을 흘리면 오히려 산모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부종을 심하게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의 몸에 찬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만 보온을 하면 된다”며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활용하되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 적절한 실내 온도(섭씨 26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단,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은 직접 쐬지 않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선 우리 몸 피부 표면에 외부의 병을 막아주는 ‘위기’(衛氣)가 있다고 보는데, 산모는 기혈이 많이 부족하고 ‘위기’도 많이 약해진 상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바람을 쐬다간 뼈 속까지 찬 기운이 들어가 산후풍을 앓을 수 있으니 찬 바람을 직접적으로 쐬지 말라고 권한다. 얇은 긴팔, 긴소매 옷을 입으면 이를 막을 수 있다.



  



■ 개인 위생도 중요



산후조리를 한답시고 한여름에 샤워를 몇주 동안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고 양치질도 며칠 동안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개인 위생은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자연분만한 경우 기저귀 때문에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위생적이지 않은 상태가 유지되면 회음부 절개 부위의 감염이나 질 또는 자궁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자연분만한 산모라면 회음절개 부위의 통증을 줄이고 개인 위생을 위해 산후 2주간 하루 1~2회 약 5분간 좌욕을 하도록 한다. 샤워 역시 몇주 동안 하지 말라는 원칙은 없다. 김이종 하늘벗한의원 원장은 “일반적으로 산후 일주일 뒤에나 머리를 감고 샤워하는 것을 권장하나 더운 여름철엔 고역이므로 산후 2~3일부터 하되 반드시 따뜻한 물로 10분 이내에서 하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샤워 뒤엔 물기를 바로 닦아주는 것이 좋다. 차가운 바람을 쐬지 말고 머리카락은 반드시 드라이어로 말린다. 임신을 하게 되면 잇몸이 잘 붓고 피가 나기도 한다. 산후에는 부드러운 칫솔을 이용해 양치질을 해주면 입안의 세균수를 줄여주고 잇몸병과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



  



■ 찬 음식 피하고 골고루 먹어야



날씨가 무더우면 자연스럽게 차가운 음식으로 손이 자꾸 간다. 차가운 음식은 위장의 운동을 둔화시키고 소화시키기 어렵다. 아울러 속이 냉해져 차가운 기운이 몸속에 들어오는 것을 쉽게 만든다. 산모의 경우 잇몸과 치아의 기능뿐 아니라 위장의 기능도 약해져 있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음식은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넉넉히 먹는 것이 좋다. 입맛이 없더라도 생선이나 육류,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특히 산모들은 출산 뒤 호르몬의 변화로 변비에 걸리기 쉬우므로 과일을 차지 않게 갈아서 주스로 먹어주고, 미역국 역시 변비에 도움을 준다. 



산후조리 음식이라고 가물치나 잉어탕 같은 고단백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물치나 잉어의 경우 먹이사슬의 끝에 있기 때문에 수은, 납 중독과 관련이 높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여름철 산후조리 할 땐 더 많은 땀을 흘리기 때문에 적절한 수분 섭취에도 신경 쓰자. 미지근한 결명자차와 둥글레차를 항상 곁에 준비해주고 갈증이 날 때마다 마시면 도움이 된다.



 



■ 너무 안 움직이는 것도 문제



산후조리는 ‘푹 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너무 누워만 있어도 회복이 더디게 된다. 근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몸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심호흡 등 가벼운 동작부터 시작해 조금씩 움직이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면 산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또 쉬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유수유를 등한시하고 산후조리원에서 아이를 신생아실에 떨어뜨려 놓고 잠만 자는 산모들이 있다. 그러나 출생 후 첫 6~8주 동안은 모유수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모유수유에 실패하면 아이를 키우는 내내 고생하게 된다. 서원심 열린가족조산원 원장은 “엄마들이 출산 전 모유수유나 엄마 역할 등 육아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며 “아이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고 그 외의 것에서 쉬겠다는 생각을 해야지 산후조리가 무조건 푹 쉬는 것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김영주(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안현영(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이종(하늘벗한의원 원장) 서원심(열림가족조산원 원장), 사진장소협조: 서울 목동로얄산후조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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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70%가 산후우울증…가족 돌봄 나눔이 ‘보약’






d458de7831d31cf9da1ccb5e849d34e9.산욕기 동안 산모의 신체적 회복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산모의 정서적 건강과 안정이다.



산후 산모는 호르몬 변화를 크게 겪는다. 또 자신의 몸에서 분리된 아이와의 관계, 제3자로 보이게 되는 배우자, 퇴원 뒤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매력이 떨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 일시적이고 가벼운 우울증은 산모의 약 70%가 경험한다고 한다.



따라서 산욕기 동안 남편, 가족 등의 따뜻한 보살핌과 격려,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정서적 지지가 없다면 산후우울증은 지속되거나 심화될 수 있고 이는 다시 산후 회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출산의 고통으로 몸도 힘든데 혼자서 산후조리 기간 동안 낑낑대면 아무래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많아지고, 이는 모유생산을 촉진시키는 프로락틴(유즙 분비 호르몬)의 분비를 감소시킨다. 모유가 잘 나오지 않으면 그만큼 산모의 몸은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옥시토신이라고 하는 산후 자궁 수축과 모유수유 관련 호르몬도 감소시킨다. 결국 산후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산모에게 있어 남편과 가족의 사랑은 산후 보약과 다름없다. 남편은 새롭게 맞이한 식구와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 어떤 역할들을 할지에 대해서 아내와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눠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아내의 정신적 불안감은 줄어들게 된다. 또 남편과 가족들은 아이를 돌보는 것에 최대한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원심 열린가족조산원 원장은 “산모가 아이를 돌볼 때 자신이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또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행복감을 느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다”며 “출산 뒤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든데 산모가 행복감을 느끼면 에너지를 충전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고 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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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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