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세상] -생활동의보감
추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결혼 7년차인 주부 김미시씨도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하더니 어제부터는 두통에 가슴 답답증까지 나타나기 시작한다.
결혼 전에는 명절 때 어른들의 ‘결혼 언제하느냐’는 말이 듣기 싫어서 명절이 불편했다. 하지만 간혹 용돈이 생기고, 차례만 지내고 나면 친구를 만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등 사실 휴가나 다름없는 황금 연휴를 만끽할 수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남편 최웬수와 결혼하면서부터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반드시 시댁에서 명절을 지내야 한다. 명절 때 부족한 음식 솜씨는 형님들 덕분에 눈치껏 감출 수 있는데다, 음식 대신 설거지를 전담해 구석에서 조용히 그릇만 닦으면 됐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건 명절 내내 들어야 하는 큰동서의 넋두리, 아랫동서의 생활고 푸념, 시어머니의 예전에 고생했던 무용담들이다. 게다가 남편 형제들이 둘러앉아 사흘 저녁 내내 화투를 치는 동안 화투판에 가져다 바치는 음식상들, 그리고 그 뒤처리까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결혼 뒤 겪은 지난 추석 명절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식은땀이 주욱 흐르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주부 명절 전 증후군은 명절이 다가오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을 말한다. 대개 괜히 불안하고 초조하면서 잠이 오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며 호흡이 가빠지고 숨이 막히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정신과에서는 명절 전 증후군을 과거에 겪은 스트레스의 경험이 떠올라 정신적·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예부터 내려온 명절 문화는 농경사회적이며, 가부장적이고, 대가족사회 문화인 반면 요즘 현대 여성들은 핵가족화되고, 도시 문화에 적응되어 있어 이런 명절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명절 전 증후군을 비롯해 명절 증후군들은 대부분 명절이 끝나면서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하지만 간혹 다른 질병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명절 때 주부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상은 남편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 뒤로 시부모, 남편 형제들, 시댁 어른 차례였다. 특히 남편이 혼자 피곤해하거나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킬 때 가장 피곤했다고 한다. 결국 주부들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방법은 남편이 가사일을 분담하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주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당연히 소화기 질환 환자가 병의원을 많이 찾는다. 대개 과식과 한꺼번에 만들어 놓은 음식 관리가 잘 안되어 생기는 식중독이 원인이다. 추석은 가을에 있지만, 아직까지는 낮에도 기온이 높이 올라가므로 실온에 음식을 보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적당량의 음식을 해서 고루 나눠 먹어야 하며, 소화 장애에 대비해 상비용 소화제를 준비해 두면 좋다. 또한 장시간 운전이나 불편한 자동차 안에서 오랜 시간 귀성·귀경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어깨, 목의 결림 증상과 허리 통증이 올 수 있다. 정체 구간이나 쉬는 중간에 가족끼리 어깨나 목을 서로 주물러 주고, 막히는 중간 중간 차에서 내려서 허리, 목, 어깨 등의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다.
바쁜 명절이 지나고 나면 연휴 동안 피로했던 몸과 마음을 돌봐주는 너그러움도 잊지 말자. 명절 전후의 긴장감과 피로도 눈 녹듯이 녹을 것이다. 따끈한 목욕물에 온몸을 담가 피로를 풀고, 명절 때 지친 위와 장도 따뜻한 한 잔의 매실차로 달랠 수 있다. 임장신/중앙경희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