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14일 성동구 하왕십리2동 ‘신영창의 어린이집’에서 진행된 ‘달인아빠를찾아라&아빠육아교육’에서 직장인 남성들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caption]
[여성친화 경영 특집] 확산되는 공동 육아휴직
일부 업체 재택근무로 육아 돕고 ‘아버지 학교’ 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출산율 최하위권에 맴돌면서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화 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 동시에 남녀고용평등법이 여러차례 손질되면서 과거보다는 워킹맘의 근무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또 하나의 주인공인 남성 직장인에 대한 기업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사실 강 대리는 우리 사회에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법적으로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1년간 무급 휴직(고용보험에서 50만원 지급)을 할 수 있지만 실제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남성 직장인은 매우 드물다. 남성 직장인에겐 남성 육아휴직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보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은 2007년 310명, 2008년 355명, 2009년 502명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육아휴직자에 견주면 1% 수준에 불과하다. 김상범 고용노동부 여성고용과 사무관은 “아무래도 남성의 임금이 여성보다 높은 상황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며 남성 육아휴직 활동 수준이 낮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부터 육아휴직자에게 지급되는 육아휴직 고용보험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최소 50만원~최대 100만원)로 올리기로 최근 결정했다.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도 남성의 육아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윤옥 ‘한자녀 더 갖기 운동연합’ 회장은 “직장인 남성을 대상으로 육아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해보면 생각보다 매우 수준이 낮다”며 “아직까지는 남성이 육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실질적인 수준까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런 문화적 요인 탓에 여성의 사회 참여가 지지부진하고 저출산 현상은 심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일부 기업이나 기관들이 직장인 남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4주 동안 ‘열린 아버지 학교’(오른쪽 아래 사진)를 진행했다. 직장 특성상 원거리 근무자가 많은 터라 가족과의 유대감이 떨어진다는 내부 평가에 따른 것이었다. 아버지 혹은 남편으로서의 역할 등에 대한 강의와 함께 가족에게 편지쓰기, 아내 등 가족 발씻겨주기 등의 프로그램이 이번 행사에 포함됐다. 이 행사를 기획한 박상철 인천공항세관 세관운영과 반장은 “행사 참가자들이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보여줬다”며 “‘마누라’, ‘집사람’으로 부르던 호칭을 ‘아내’라고 바꿔 부르기만 했는데도 집안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세관은 내년에는 ‘부부학교’를 열 예정이다.
한독약품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단축근무 프로그램이나 재택근무 활성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육아휴직 대상자를 상대로 하는 단축근무 프로그램은 주당 15시간에서 최대 30시간까지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다. 부서장이 승인만 하면 한 달에 며칠은 집에서 사무를 볼 수 있는 재택근무 프로그램도 일과 육아 사이에 고민을 하는 직원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뤄야 개인의 행복은 물론 회사의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판단 속에 올해부터 단축근무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