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큰애를 키울 때는, 얘가 언제 뒤집었고 언제 뭘 했고 했던 걸 다 기억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큰애인 아들이 여섯살이 되고 작은애인 딸이 네살이 되다 보니, 처음에 경이롭게 지켜봤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저 그런 심상한 모습이 되어 버리고, 무심해져 가는 걸 느낍니다. 그저 같이 살고 있는 작고 서툰 구성원들 정도?가 되어, '아이들'만이 가진 그 무언가를 놓치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때로 벼락같이 아이들만이 가진 그 무엇으로 제게 강렬한 기억을 남기기도 하네요.
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출퇴근을 하며 CD를 듣는데, 작년에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였나, 전래동요 CD에 '타박네야'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서유석씨가 부른 버전도 있더라구요.
큰애가 가사를 유심히 듣더니 "우리 어머니 젖을 달래"하고 킥킥 웃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반 장난으로 과장된 어투로 "OO아, 그거 원래 되게 슬픈 노랜데...우리 어머니 무덤가에 간다잖아. 엄마가 죽었나봐"했더니, 갑자기 큰애가 왕 울음을 터뜨리는 거예요. 그것도 아주 서럽게.
그래서 당황해서 "OO아, 왜 그래?"하고 물으니 "엄마, 엄마는 몇 살에 죽어?"하고 울면서 묻더라구요. 그 질문을 들었을 때의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란...
옆에서 듣고 계시던 저희 엄마가 "너희 엄마는 아주 오래 살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라"하시긴 하셨는데, 저는 그때의 큰애 모습이 참 잊혀지질 않네요.
그리고 최근에 어린이집에서 저희 큰애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왜 어른이 되고 싶냐고 물으니 운전도 하고 싶고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렇다고 하기에, 또 제가 "근데 OO이가 어른이 되면, 엄마는 할머니가 될 텐데..."하고 덧붙였더니, 애가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리고 한참 있는 거예요. 뭐하나 봤더니 눈물을 제게 안보이려 그런 거더라구요.
저희 남편은 사실 아이들 데리고 문상도 갈 정도로, 아이들에게 그런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꺼리는 걸 경계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하자는 주의이긴 한데, 참 아이의 그런 태도 앞에서 뭐라 할 말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저희 작은 애는 또래 중에서 대장노릇을 한다고 할 정도로 씩씩한 아이인데, 오늘 아침 도로에 서 있는 다른 차를 보더니 "눈맞아서 못 움직이나봐"하고 울먹이더니 눈보라 무섭다고, 우산쓰고 걸으며 왕 울어버리더라구요. 아이들은 으레 눈을 좋아하고 그런 줄 알았는데, 대장노릇하는 딸이 눈 무섭다고 울다니...아이들이란 저를 여러모로 참 할말없게 만들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