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이네 명절은 3일 내내 분주 합니다.
전날은 차례상 음식 준비와 청소
당일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고,
시이모님 댁에 들러 친정에 갔다가 귀가.
마지막 날에는 언니(시누이)들 가족을 맞이 합니다.
올해는 조카 중 1명이라도 결원이 안 생기도록 선제 공격을 날렸습니다.
개똥이를 꼬셔서 세뱃돈 봉투에 이름을 쓰게 한 후
사진을 찍어 보낸 거지요.
할아버지, 할머니 등 어른들 포함 20개가 넘는 봉투에 이름을 쓰는 일이
7세 남아에게는 힘들 수도 있었는데,
개똥이는 짜증을 내기는커녕 아주 아주 즐겁게 다~ 썼습니다.
그런데, 반응은 엉뚱하게 돌아 왔습니다.
조카들은 다 오는지, 어떤지 답변은 없이
개똥이 고모들께서 “개똥아 우리도 받고 싶어” 하신 거지요.
고모들의 반응을 전하니, 개똥이 왈.
“봉투 없는데요? 돈도 없잖아요!”
봉투가 더 있으면 쓰겠냐 물으니 기꺼이 쓰겠답니다.
고모들 이름을 적어주니, 녀석은 ‘엄마’, ‘아빠’ 봉투까지
덤으로 써 주더군요.
설 당일.
시이모님댁과 친정에 들렀다 귀가한 후 개똥이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고모들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 드리면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고.
그 동안 고모들이 너한테 선물을 많이 해 주셨는데,
이번엔 네가
해 드리면 어떻겠냐고.
녀석은 기꺼이 그러겠다 했습니다.
원한다면 녀석의 돈을 천원 짜리나 5천원 짜리로 바꿔줄 생각도
있었는데,
녀석은 만원 짜리를 넣겠답니다.
허허.
후회 안 하겠냐고 엄마가 천원 짜리로 바꿔 줄 수도 있다고 했는데도,
개똥이는 기꺼이 10개의 봉투에 만원 짜리를 차례로 채워 넣었습니다. 직.접.
- 개똥이가 직접 쓰고 세뱃돈을 넣은 봉투.
<하루 용돈 500원>경험 수개월차로 돈에 대한 개념이
제법 있는
나름 만원 짜리의 가치를 아는 녀석이기에
우리부부는 더 놀랬습니다.
물론.
고모들께서 세뱃돈도 주실 거고,
어쩌면 선물도 따로 준비 해
오실 거란
녀석 나름의 계산이 섰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참으로 기특한 순간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번 설날은 흥행 대성공이었습니다.
조카들 중 광주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조카 1명만 불참했고,
전원 참석이었습니다.
게다가 조카며느리는 태중에 아이와 함께 참석하여
내년에는 봉투 1개를 더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인만 21명이 참석했던 설 다음날 저녁은 거실에 상을 4개를 펴야 했는데,
언니들은 물론 조카들까지 일사불란 하게 움직여 주어서 수월하게 해 냈고,
그 많은 설거지도 조카 둘이 끝까지 해 주어서
전 가만히 손 놓고 있는 순간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명절이면 이런 저런 도움의 손길로 <날로 먹는 며느리>인 저는 분명 복 받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올 해는 아들 녀석이 주는 세뱃돈도 받았으니,
운수대통입니다. ㅎㅎ
- 설날 차례상에 혼자 절을 올리는 개똥이, "엄마랑 같이" 했었는데 올해는 혼자 했습니다.
강모씨.
추신.
개똥이가 받은 세뱃돈 중 천원짜리에 한해서 직접 쓸 수 있도록 했는데요,
10일(대체공휴일) 아빠랑 할머니랑 찜질방에 가면서 천원짜리 10장을 챙겨간 개똥이는
할머니와 아빠에게 식혜도 사 드리고, 천원짜리 안마기로 안마도 해 드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