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페이스북에서 지인이 소개한 책을 서점에서 찾아서 사서 읽어 보았다.
이 책은 한동일 교수님이 2010년 2학기부터 2016년 1학기까지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초급, 중급 라틴어' 수업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대학에서 라틴어 수업을 받아 본 적은 없지만, 몇 해 전에 사설 인문학강의를 통해서 라틴어 초급 수업을 2~3달 정도 배우며 책 한권을 읽은 적이 있다. 라틴어는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Laudete Dominum 주님을 찬양해..라던지, 미사곡을 부르면서 조금 접해보긴 했었고...
라틴어를 배우면 뭔가 고상해지지 않을까 싶은 지적호기심, 지적허황심에서 퇴근 후에 신촌까지 가서 조금씩 배웠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을 조금 느끼기도 했고, 라틴어는 정말 어려운 공부라는 것도 느꼈던 때였다.
<라틴어 수업>은 라틴어 문법이나 기초를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라틴어에 대한 설명과 배경이 나오기는 하나, 라틴어를 통해서 고전에 대한 이야기, 유럽 문화와 로마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중간중간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공부하며 고군분투했던 저자의 솔직한 고백도 담담하게 나와서 큰 감동을 준다.
내가 만약 대학 때 한동일 교수님같은 스승을 만났더라면, 이런 강좌를 들었다면,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을 해 본다.
그리고 진정한 배움은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의지가 있는 한 평생을 통해 꾸준히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에 새로움이 꿈틀 거리는 봄, 특히 3월에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Magna puerilitas quae est in me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
Non tam praeclarum est scirere Latinum quam turpe nescire.
라틴어를 모르는 것이 추하지 않은 만큼 라틴어를 아는 것도 고상하지 않다.
어떤 꿈을 꾸십니까? (298p)
한동일: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김택수: 제 꿈은 이태원 대저택에 사는 거예요.
한동일: 왜 그런 꿈을 꿉니까?
김택수: 돈 없는 가난한 삶이 싫어서요.
한동일: 저는 그런 꿈을 안 꿉니다. 제 꿈은 우리나라에 마에스트로를 100명 정도 만드는 겁니다.
배움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나가며 학생들을 배움의 친구라고 부르는 학자의 꿈 한자락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게 저런 큰 꿈은 없지만, 나만의 꿈을 생각해보며 깨어 있되,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