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팀 회식을 했습니다. 

간만에 삼겹살과 소주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꽃(직장인 유사어 : 뒷담화)을 피운 뒤
처진 배를 살짝살짝 만지면서
빙수와 커피로 후식 배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났어요.
딸아이가 새 스케치북을 가져가야 한다고 며칠 전부터 말했다는 것을.
오늘은 꼭 사오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고뇌에 찬 제 얼굴에 대고 
‘선배, 우리에겐 *마트가 있잖아’며 구세주가 되어준 후배가 있었으니. 
(아줌마인 저는 왜, 왜, 요런 생각이 떠오르질 않을까요. --; )

암튼 
후배들과 헤어진 귀갓길에 마트에 들렀습니다. 
살짝 붉어진 낯빛으로 마트 문구 진열대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제 몸과 입에서 나는 향기와 유사 향기를 풍기는 
한 남자가 말을 걸었어요.


남자 : (주섬주섬 중얼중얼) 저... 기... 딸애가...

저 : 네?

남자 : 어... 딸애가... 학교 준비물로 꾸미는 뭘 사야할지...

저 : (남자 손에 든 미니색종이를 보며) 뭘 꾸민대요?

남자 : 그러게요. 그게 뭔지....   (---난들 알겠냐고요?!) 

저 : 그걸 알아야 재료를 살 수 있는데...

남자 : (***노트를 꺼내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더니) 여기 지나가는 아줌마 바꿔줄께.  (--;; 지나가는 아줌마라뉘! 어딜가도 싱글이라는 얘길 듣는데) 

저 : 지나가는 아줌만데요(--;), 선생님께서 뭐 준비해 오래요?  

초딩 딸 : 어... 하드보드용 본드랑 색줄, 리본, 그리고 거기에 꾸밀 여러가지 재료, 아아 그리고 또... 칼라매직이요.

저 : 아아, 네, 알았어요.


남자와 저는 문구 진열대 이곳저곳을 함께 다니면서
몇 가지 준비물을 골랐어요. --; (상상하지 마시길)

남자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들릴듯 말듯 계속 말하고
저는 아니요 아니요,로 들릴듯 말듯 답하면서 이리저리 우왕좌왕. 

근데 오지랖 넓은데다 소주 1잔을 한 탓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결국 

저 : (준비물을 고르면서 모기만한 목소리로) 어..머..니..는......?

남자 :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만 끄적끄적) 

저: 네에.... 

남자와 저는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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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마트에서 비릿한 소주 냄새 풍기면서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도움 요청한 아버님!

다음에 만날 땐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하지 마세요.
대신 따님에게 늘 웃어주고 용기를 듬뿍 주세요. 
그리고 어깨, 그 어깨 활짝 펴주세요. 

힘내세요,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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