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창 햇볕이 뜨거운 한낮의 여름에 아버지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기셨다.

낡기도 낡은 낚시가방에 소소한 소품들과 깨끗이 보관된 낚시대 그리고 손녀를 위한 작은 낚시대 하나까지 꼼꼼이 챙기시며 흐뭇해하시는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와 낚시를 한 건 열살의 어린이날 이었다.

아버지는 중동에서 돌아오시고 우리나라에서 살게되신지 2년이 조금 넘은 시기였고

가족모두가 아버지의 직장때문에 지방으로 내려온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어머니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오게 되었다며 불만이 컸고

언니는 이미 부모님과 시간을 좋아하고 찾을 나이를 훌쩍 넘겨 커버린 시기.

아버지는 주말마다 낚시가방을 들고 나가셨다.

그리고 우연찮게 아버지가 어린이날 선물을 물어봤을때

나는 무슨 생각에서 였는지 대뜸 "낚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조그만 저수지. 붕어정도 잡을 수 있는 조그만 낚시터에 바리바리 싸들었다.

집에서 입을 별로 여시지 않으시는 아버지는

낚시대를 하나 드리울때마다, 떡밥을 하나만들어 다실 때마다

수많은 단어를 이야기하시고, 눈을 빛내셨다.

딱히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작은 물고기들로 매운탕을 끓여먹고 두런두런 그렇게 하루를 아버지와 단둘이 보냈다.

 

그걸 시작으로 15살 정도까지 매년 1번씩 아버지와 낚시를 다녔다 

옆에 타고 다니면서 지도를 보며 도와드리기도 하고

무언가 틀어져서 아버지와 다투기도 하며 연례행사처럼 다니곤했다.

나도,아버지도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했기에 사실 대화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정말 낚시만 하고 그날 돌아오는 것이 그 낚시의 내용 전부.

그나마도 폭풍같던 사춘기가 시작되며 서로 불편한 행사가 되어 그만두게 되었다.

 

그렇게 20년이 지났고, 집 떠나 산 시간과 같이 산 시간이 비슷해진 지금

문득 그리워져서 딸을 데리고 친정에 갔다가 문득

"아버지 요즘도 낚시 하셔?"라고 던진 그 말이 아버지의 무언가를 자극했는지

손녀를 부추겨 낚시가방을 다시 싸시게 만들었다.

 

손녀,사위까지 대동한 20년만의 낚시.

아버지는 낚시대 하나 떡밥하나에 수많은 단어들을 이어 말씀하시고.

나 대신 딸이 할아버지의 손길 하나하나에 눈을 반짝거리며 듣는다.

 

별거 아닌거 같은 그 시간이 어쩌면, 아주아주 가느다란 끈이 되어 아버지와 나를 이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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