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베이비붐때와 달리 아이를 하나나 둘만 낳는 "소수정예"의 시대다보니 부모들의 눈높이도 높고 자녀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것이 요즘 세상이죠. 더욱이 육아에 있어서 엄마만큼이나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놀이터만 가도 저녁에 아이랑 같이 나온 젊은 아빠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소셜에서는 아빠만 가입가능하고 아빠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몇년전만 해도 육아는 엄마의 몫이었고 아빠는 끽해야 엄마의 서포트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한편으로, 아빠들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남모르는 강박증도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육아서적들이 아빠와 자녀간의 친밀함을 강조하면서 "자상한 아빠", "부드럽고 인자한 아빠", "친구같은 아빠"를 부르짖습니다. 심지어 영미권에서 나온 어떤 서적에서는 "친구같은 아빠"가 아니라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렇다보니 아이가 무슨 잘못을 해도 화를 내거나 체벌이라도 가하면 마치 "야만스럽고 나쁜 아빠"가 되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아빠도 인간입니다. 어떻게 모든 일을 다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부드럽게만 대할 수 있겠습니까. 관음보살과 부처님이 결혼해서 육아를 해도 그건 불가능할 겁니다. "좋은 아빠"라는 것은 다양한 방법과 모습이 있으며 소위 "자상하고 친구같은 아빠"는 그 중의 하나일뿐입니다.



조선시대 가부장적인 세계에서 "친구같은 아빠"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매우 권위적이고 엄격했습니다. 그럼 그때의 아버지들은 죄다 "나쁜 아빠"이며 육아에 실패했을까요. 그럴리가 없죠. 오히려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자녀교육을 했으며 아버지의 엄격함 덕분에 타인에 대한 예의범절을 익히고 사회성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제심, 부모에 대한 공경심을 길러주었습니다.



지금 세대야말로 지나치게 과잉보호하여 남에 대한 배려도 버릇도 없는 아이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마치 소황제마냥 떠받들여지다보니 그야말로 자기중심적인 모습만 보입니다. 그 부메랑은 남에게만이 아니라 결국 부모 자신에게도 돌아옵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이 자기 부모라고 배려를 하겠습니까.



육아서적에서 말하는 "친구같은 아빠"라는 의미는 정말 친구처럼 아무 격식도 없는 대등한 관계가 되라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자녀와의 친밀도와 관심도를 높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는 친구처럼 결코 대등한 관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녀의 스승이자 멘토가 되어야 하며 그들이 세상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보호해주면서 엉뚱한 길로 새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는 부모로서의 권위를 자녀들에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이 말은 자녀들을 무조건 과잉보호하거나 자기가 원하는대로 억지로 통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는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중 하나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대인관계의 첫번째 원칙이 내가 타인에게 존중받기 위해서는 타인을 먼저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녀로부터 존중을 받고 싶다면 먼저 자녀를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눈높이와 대리만족을 위해서 자녀들을 통제하려고만 합니다. 정작 나무래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행동하고 존중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무시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나쁜 아빠"인 것입니다.



육아서적에서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라", "친구처럼 놀아주라"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아빠들에게 가정과 직장을 병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무엇에 우선 순위를 둘 것인가를 정하는 것조차도 힘듭니다. 가정을 중시하다 직장에서 짤리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다면 그건 매우 곤란한 일이죠. 전문가들 역시 어디까지나 자기 경험에서 하는 말일뿐 그들 대다수는 직장에 얽매여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원론적인 얘기만 말할뿐 자신들의 말을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아빠가 직장일로 바빠서 가족과 평소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더라도 단지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데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서로 대화는 없이 TV만 멍청하게 보고 있거나 기껏 대화라는 것이 일방적인 잔소리인 것이 태반입니다. 그런 것은 유대감 형성은 고사하고 서로간의 거리만 더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자녀들과 유대감과 친밀도는 단순히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신뢰입니다. 비록 아빠가 너무 바빠서 자신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서로간의 보이지 않는 신뢰와 존경심은 생겨나는 것입니다.



과거 아버지들은 지금 우리와 달리 매우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며 칭찬에도 인색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로부터 "잘했어" 단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스스로 노력하였고 그래서 그 말을 들었을때 그 어떤 미사려구나 선물보다도 더 값진 것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비록 아버지가 자신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아버지의 권위를 존중하며 아버지를 신뢰합니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얘기이죠. 바로 이런 것이 "좋은 아빠"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벌과 훈육은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이것은 이분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체벌과 훈육은 절대 남용되어서는 안되며 또한 단지 자기 기분을 못이겨 감정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보면 어머니나 훈장님이 아이의 종아리를 걷힌후 회초리를 때리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때리는 어머니나 훈장님은 자기 감정을 통제하면서 "니가 무엇때문에 맞는 것인지 아느냐"라면서 회초리를 내리칩니다. 맞는 아이는 자신이 왜 맞는지, 무엇을 잘 못 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체벌은 훈육이 되는 것이며 단 한대를 때리더라도 아이는 뼈저리게 아픔을 느끼고 반성을 합니다.



반면, 아이의 잘못에 홧김에 싸다구를 날린다면 이것은 그냥 자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채 아이에게 화풀이한 것에 불과합니다. 맞은 아이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을 떠나서 평생 기억해두는 트라우마가 됩니다. 부모 역시 지울 수 없는 후회를 남기게 되는 것이죠. 자기 감정을 못이긴 아빠가 3살짜리를 딱 한번 심하게 팬 적이 있었는데 5년이 지난후에도 아빠에 대한 극도의 트라우마와 불신감이 그대로 남아 있더라는 내용의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부모가 당장의 자기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홧김에 저지르는 막말, 폭행, 물건을 부수는 행위같은 것이 나쁜 것이지 아이에게 무엇을 잘 못 했는가를 반성하게 하기 위한 체벌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덧붙여서 요즘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경제권은 엄마에게 있으며 집안 대소사의 결정권조차도 없습니다. 엄마가 다 알아서 하죠. 그러니 아이들은 아빠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심지어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리면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언니, 강아지는 그리면서 아빠는 빠져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 아빠의 위치입니다. 그렇다고 아빠 노릇 하겠다면서 밥상머리에서 잔소리나 늘어놓으면 아빠와 자녀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는 법입니다.



아빠의 권위는 자기 자신이 만드는 것이지만 동시에 아내분들의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은 바로 아내의 역할입니다. 가정의 대소사나 자녀의 교육문제에 대해 남편을 소외시키고 자기 알아서 할 것이 아니라 가장으로서 권위를 인정하고 결정권을 주어야 합니다. "가부장"이라는 단어는 매우 구태의연하고 보수적인 의미로만 쓰이지만 가정에서 남편과 아빠로서의 권위가 설때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권위 또한 서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엄마가 아빠를 존중하고 아빠가 엄마를 존중했을때 자녀들 역시 엄마 아빠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엄마가 아빠를 무시하고 아빠가 엄마를 무시한다면 자녀들은 반드시 엄마 아빠 둘다 무시합니다.



우리는 학력이든 육아에 대한 지식이든 경제적 풍요로움이든 과거 어떤 세대보다도 나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릴적에 누리지 못했던 것을 지금 우리의 자녀들에게는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예전 세대보다 더 자녀들을 잘 교육시키고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못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가장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아빠"란 아이가 걸어가다 넘어져서 울때 넘어졌다고 화를 내지도, 빨리 일어서지 않는다고 보채지도 않고 아이가 스스로 자기 다리로 일어설때까지 기다려줄 줄 알고 아이가 도저히 혼자 일어서지 못하고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때 그 손을 잡아줄 줄 아는 아빠가 바로 좋은 아빠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자신을 돌이켜 보면서 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ps. 갈수록 왠지 철학가가 되어가는 느낌이...--; 육아휴직후 잡생각만 늘어가고 있는 것같네요. ㅋㅋ 자칫 이쪽길로 가게 되는거 아녀?



 

권성욱님 가족사진 (11).jpg 



팬더아빠와 울컥증 나은공주의 알콩달콩 육아일기를 매일매일 기록하고 있답니다.

아빠분들의 방문 항상 환영입니다. 가실때는 꼭 리플 한줄씩^^

http://blog.naver.com/atena02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1 [가족] 출산 뒤 “피곤해” 거부…남편의 폭발 “내가 짐승이야?” imagefile [2] 베이비트리 2012-04-16 25873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