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가족들과 봉사활동을 가고 싶지만, 엄마는 혼자 결정해 봉사를 압박하는 아빠가 불만이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오늘도 평행선을 그린다. 맨 오른쪽 옆모습만 보여준 사람이 엄마(42), 가운데가 아빠 김양진(43)씨, 왼쪽이 큰아들 김준우(10)군이다. 김양진씨 제공

[토요판] 인터뷰 ; 가족 아빠 봉사활동 둘러싼 논쟁

▶ 그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빠입니다. 어릴 적부터 봉사활동을 하며 남을 돕는 걸 좋아했고, 자신의 가족도 그런 가치관을 공유하며 함께 봉사활동을 했으면 합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이런 그를 마뜩잖아합니다. 그래서 아내와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대화하는 새로운 가족상을 만들어가는 ‘인터뷰; 가족’은 독자 여러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명과 익명 기고 모두 환영합니다. 보내실 곳 gajok@hani.co.kr. 원고료와 함께 사진도 실어드립니다.

고등학교 교사인 저는 혼자서 혹은 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오곤 합니다. 경상남도 산청군의 한센인 시설인 성심원은 제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이죠. 그곳에서 35년간 한센인을 돌봐온 스페인 출신의 유의배 신부님은 제 양아버지입니다. 최근 그곳에 다녀와서 아내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신부님에 대한 안부를 물으며 시작된 대화는 어느덧 평소 ‘봉사’를 대하는 서로의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강단에 서고, 집에 오면 육아와 살림으로 지친 아내는 틈만 나면 봉사활동을 하러 밖으로 도는 남편이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남편
함께 봉사활동 다니면 맑아지고
더불어 삶의 가치도 익히고
자연스레 여행도 하고 좋잖아
그렇다고 내가 집안일 안하나?

아내
당신의 독단적 결정, 도가 지나쳐
난 봉사활동에 동기유발이 안돼
다만 당신이 하는 일이니
태클은 안 거는 걸로 양보했어

아내 자기야, 성심원은 잘 갔다 왔어? 할아버지는 잘 계셔?

 그래. 당신도, 아이들도 많이 보고 싶어하셨어. 다음번에는 설이니까 같이 인사드리러 가자.

아내 그렇지. 명절이니까 인사는 드려야 하는데, 근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부산에서 산청까지의 거리가 꽤 멀잖아. 자기는 왜 독단적으로 후견인을 자처해 놓고, 어느새 우리 모두를 며느리, 손자로 만들어버려. 정말 이해 안 된다.

 뭐가 이해가 안 돼. 평생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시다 나이 들어 양아들이 생겨서 얼마나 좋아하시는데. 그리고 그 양아들에게 가족이 있으니, 그 사람들이 할아버지의 가족이 되는 것은 당연하잖아.

아내 당연하기는 뭐가 당연해. 나는 엄연히 김해에 시댁 어르신들이 있고, 경주에 나의 친정 부모님이 계시거든. 그리고 당신이 양아들이 된 것은 법적인 것도 아니고, 그 행위에 나의 의사는 1%도 반영된 것이 아니잖아.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 해 놓고, 나중에 이렇게 되었으니 따르라는 식의 행동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어. 자기는 보통사람과는 다른 독특한 구석이 있어.

 독특하기는 뭐가 독특해. 지나가는 사람들 잡고 물어봐라. 내가 이상한 것인지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나는 지극히 보편적인 사람이야.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경쓰는 건 당연하잖아.

아내 글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겠어. 당신을 보편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나를 보편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요. 당신은 도가 지나치잖아. 마치 자기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구원해야 하는 것처럼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어. 당신은 집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해. 모두가 자기를 칭찬하지. 사람들은 그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 다들 좋은 남편, 자상한 아빠로 보고 내게 시집 잘 갔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내가 말은 못하고 속이 터져. 당신처럼 그렇게 하는 봉사활동이라면 나도 할 수 있어.

확실히 나는 밖에 나가면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인식된다. 아내는 남들의 그런 시선에 정색하기 어렵고, 나름 난감했겠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늘 내가 얘기해오던 것이 있다. 우리가 같이 봉사활동을 다니면 서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고 가족간의 관계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아내에게 다시 그 얘기를 해보았다.

 그러니 같이 하자고요. 우리가 같이 봉사활동 다니면 우리의 마음도 맑아지고, 아이들도 그런 부모를 닮아 더불어 사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거야. 또 봉사활동 가면서 여행하는 기분이니까 여러 가지로 좋잖아.

아내 그러니까 나랑 자꾸 부딪치는 거야. 부부라고 혹은 가족이라고 모든 걸 함께할 이유는 없잖아. 모두가 당신과 같이 행동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각자의 생각과 방식을 존중해야지, 자기만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싫다고요. 당신이 원하는 그 방식이 나와는 달라요. 나도 나름 더불어 살고 있고 내 능력 범위 안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해 기부도 하고 우리 학교 아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도 하고 있어. 내 능력 안에서 하고 있어요. 난 지극히 소시민적 삶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시민이야.

생각의 차이가 드러나니 서로가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나 보다. 열살 된 아들 준우가 부부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들 지금 부부싸움 하는 거야? 그렇게 싸울 것 같으면 결혼은 뭐하러 했노?

나, 아내 (동시에 웃으며) 우리 지금 싸우는 것 아니에요.

아내 그러고 보면 준우도 당신을 정의하는 한마디의 에피소드가 있잖아. 예전에 준우에게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이지?’라고 물었을 때 대답이 걸작이었지. 나는 당연히 ‘교사’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그때 준우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봉사!’라고 했어. 그렇게 당신은 이미 봉사로 각인된 사람이야. 문제는 그 봉사심이 가족들에게는 별로라는 것이지.

 그렇게 말하면 섭하지. 내가 가족에게도 얼마나 잘해. 집에 돌아와서 최대한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애쓰지. 또 집안일을 돕기 위해 설거지, 빨래, 청소 등 내가 안 하는 일이 있어?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도 내가 버리러 다니잖아. 정작 당신은 장모님이 살림해주니까 집안일에 신경 안 쓸 때도 많잖아.

아내 그 정도 일도 안 하고 가족이라고 하면 안 되지. 나도 직장생활 하니까 피곤해. 대신 주말에는 내가 살림하잖아. 그리고 나는 정말 음식물쓰레기통 옆에 고양이가 있어서 무섭단 말야. 또 아이들과는 좀더 적극적으로 놀아줘야 하는 것 아냐? 남자아이들은 아빠랑 좀더 깊은 스킨십이 필요한데 당신은 아이들에게 장난감 주거나 휴대폰으로 유혹하잖아.

 그렇게 따지면 나도 직장생활로 피곤해. 그래도 나는 장모님이 아이들 봐주고 챙겨주시니까 미안해서 되도록 빨리 들어와서 도와주려고 하잖아. 당신 야간 수업 있어 늦게 들어올 때는 내가 어떻게든 일찍 들어와 아이들 씻기고 숙제 봐주고 재우잖아. 나도 집안일 소홀한 채 바깥의 사람들에게만 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아내 그래, 자기가 집안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떨 때는 그런 행동조차도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대비하는 사전 작업인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 마치 이만큼 집안일을 했으니 봉사활동 가도 되지 않겠느냐는. 실제로 당신은 퇴직하면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하면서 살기를 바라잖아.

 봉사활동 가기 위해 미리 점수 따려는 측면이 있단 건 인정해. 그렇지만 이왕이면 가족들이 나를 지지하고 격려해 주기를 바라는 면이 있어. 나도 봉사활동 가서 하루 자고 올 때는 가족들 생각이 나지. 남편의 자리, 아빠의 자리라는 게 있는데 소홀하지는 않았나. 당신과 준우, 윤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해. 그래서 늘 말하잖아. 이왕이면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봉사활동 가면 좋겠다고.

아내는 한숨을 쉬었다. 부부의 대화가 또다시 같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아내 다시 이야기가 원점이 되었다. 우리 사이에 봉사활동을 바라보는 극명한 시각차이가 있어. 지금은 서로가 지향하는 대로 갑시다. 난 봉사활동에 대한 동기유발이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태야. 다만 당신이 하는 일이니 태클 걸지 않는 걸로 양보했으니 당신도 내게 동참을 강요하지 않는 걸로 양보해.

 나도 내가 큰 갈등 없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정말 고맙게 생각해.

아내 내 마음 동하는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려는지 나도 장담 못하지만(웃으며) 그땐 내가 알아서 내 방식으로 봉사를 할게. 난 당신이 하는 방식의 봉사활동은 그리 마음이 동하지 않아.

 나도 더불어 사는 삶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해. 그걸 늘 새기며 당신과 아이들에게 더 신경쓸게.

아내 그치만 자꾸 자극하면 내가 어찌 변할지 몰라. 당신과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눈감아 주고 있는 걸 당신도 알아야 해. 내가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아마 피곤해서 못살걸. 지금 경고하는 거야.

 (시선을 피하며 아이들 노는 곳으로 간다)

어느덧 결혼 15년째다. 이제는 아내의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간다. 여전히 부부간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우리 가정의 평화를, 우리 집안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는 고민이다. 솔직히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조금 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생각도 아내가 보기엔 고집스런 나의 한 단면일 것이다.

김양진 부산예문여고 교사


(*위 내용은 2015년 2월 7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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