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가? 말아?
한국에 도착하니 친정 엄마가 "이번에 성당에서 가족캠프를 간다고 하네? 2박 3일에 참가비 1인당 3만원이면 너무 싸지 않니? 우리식구 다 같이 어디 나서려면 차 한대로도 어렵고, 차도 대절해준다 하니 애들하고 다 같이 가보자!" 그러시더라구요. 저랑 언니도 무늬만 신자이기는 하지만 세례도 받았었고, 아이들도 유아영세를 했던 터라, 또 성당에서 주최한다고 하니 이상한 캠프는 아닐 것 같더라구요. 비신자이신 친정 아빠께서도 흔쾌히 가시겠다고 하신 것에 힘입어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그 와중에 딸들과 함께하는 친정엄마를 늘 부러워하는 아들만 둘을 둔 외로운 이모도 합세하게 되었네요. 그래서 캠프 참가인원 총 9명으로 아마도 참가하는 가족중 최대인원이었지요.
그.러.나.
캠프 출발 바로 전날, 아이들이 물놀이를 너무 무리한 탓인지, 언니네 큰 아들이 열이 나기 시작하고, 그 다음 토토로네 첫째딸이 열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두 아이들 이마에 물수건을 얹으며, 애들도 아픈데 그냥 가지 말자! 아픈 애들은 어른 한명이 집에서 보고, 나머지는 참석하자! 내일 아침에 아이들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 다음날 캠프를 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서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캠프 출발 당일, 두 아이들의 열이 어느정도 잡힌 것을 확인하고, 해열제를 챙겨서 모.두. 출발하기로 결정! 성당 앞에서 집합하여 떠나는 가족들이 모두 250여명. 성당에서 정말 큰 행사를 개최한 듯 보입니다. 조별 이름표를 배부받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캠프장은 산속에 자리잡은 청소년 수련원이었는데요, 너무 맑고 좋은 공기 하나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방 배정을 받고 숙소로 가니, 옛 추억 가득한 대학시절 MT로 갔었던 곳처럼 큰 방에 이불과 베개만 덩그라니.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 3명이 같은 방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해열제 덕인지 큰 아이들은 살아났지만, 그날 예정되었던 물놀이는 자체 취소하고, 방에서 이불과 베개놀이만으로도 신나합니다.
그날 밤.
언니네 작은 아들이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불덩이에 잠을 못이루고, 토토로네 첫째딸은 무서운 꿈을 꾸었는지 밤중에 울고불고 난리네요. 함께 온 이모는 코를 골고, 친정 아버지께서는 잠꼬대를...
날밤을 꼬박샜답니다.
다음날 다른 가족 3명, 다른 방으로 옮겼습니다.--;;
둘째날, 게임열전
인원은 제일 많았으나 참석율이 저조했던 첫째날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조별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게임,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조별 게임이 토토로네 아이들에게는 신선하기만 합니다. 줄다리기, 훌라우프, 애벌레 다리 장애물 건너기, 제일 작은 허리치수 만들기, 물총놀이, 잠수하기, 포크댄스...
그 중 외할머니의 승부욕이 불탔던 잠수하기!
대야에 물을 받고 얼굴을 넣고 제일 오래 잠수하는 팀이 이기는 게임인데요, 친정 엄마는 코만 박고 입으로 '푸푸'숨을 쉬는 필살귀로 제일 오래 남으셨답니다. 승리는 다른 팀이 가져갔지만, 모두에게 웃음을 주었던 게임이네요.
토토로네 큰딸(1학년)과 외할머니(60대이신 6학년)가 함께한 박수게임!
숫자를 하나씩 늘려가면서 박수치기를 하는 것으로, 어른과 아이가 조별대표로 나가서 제일 많이 박수치기를 한 조가 가장 빨리 밥을 먹으러 갈 수 있었습니다. 토토로네 큰딸은 그 전날부터 외할머니와 박수치기를 연습하더라구요. 저도 해보았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박자를 놓치고 마는 것이었는데요, 아니! 1등을 했습니다~~~ 외할머니와 승리의 기쁨을 누리며 웃는 아이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댄스파티!
언제 이렇게 아이와 춤을 춘 적이 있는지.. 현란한 조명도 돌아가고, 정말 땀을 흠뻑 적시면서 춤을 췄던 것 같습니다. 사회자의 다재다능한 주문으로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리면서 흥겨웠던 밤이었습니다. 맨 나중에는 모두 동그랗게 서서 포크댄스까지 배웠어요. 아이고, 청년부의 파릇한 고등학생 오빠와 손잡고 춤을 추다니.. 아줌마 춤바람 나겠더라구요 ㅎㅎ 신랑 미안해^^;;
셋째날, 아쉬움을 뒤로...
안개가 자욱한 산속에 갇혀버린 느낌의 비오는 캠프 마지막 날입니다. 전날의 댄스파티 여운에 아이들도 무리를 했는지 늦잠을 잡니다. 저도 몸이 천근만근이네요. 캠프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건물이었는데요, 그동안 운동부족의 티가 나더라구요. 요며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고 어느새 종아리 근육이 뭉친거에요. 평소 고관절이 약한 친정 엄마 급기야 누우셨습니다. 아이들은 다행히 열도 내리고 원상복귀를 했답니다. 마지막날은 다 함께 준비하는 입체미사라는 것을 했는데요, 미사의 각 부분들을 조별로 맡아서 연기나 노래 또는 율동으로 꾸미면서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쉬운지 좀더 놀다 가자고 난리네요.
집으로 돌아오니 3일동안 온 가족들이 씻고 벗은 빨래가 산떠미!!! 빨래 널을 곳이 부족해 안방 바닥에 빨래들을 흩트려 놓고 친정엄마는 연신 선풍기를 틀어놓으십니다. 캠프 후 힘드실텐데도 내색없이 산떠미 빨래를 보며 호탕한 웃음을 웃으시는 친정 엄마. 아이들 덥다고 시원한 수박을 잘라 내오시는 친정 아빠. 딸네들과 손자 손녀들은 옹기종기 모여 모두들 캠프 후일담을 이야기하며 웃습니다. 럭셔리 호텔팩이나 해외여행보다 값진 가족여행이지 않았을까... 이제까지 이기적이게도 늘 우리 식구만의 여행만 계획해왔었던 것 같네요. 부모님에게는 늘 받기만 했던 것 같구요. 자기 자식에게만이 아닌 손자 손녀의 성장에 함께 기뻐해주고 모든 것을 모듬어 주시는 무한사랑에 삶의 에너지를 선물받고 온 것 같습니다. 토토로네 딸들이 그러네요
"엄마! 우리 가족은 정말 많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 이모부, 외삼촌, 외숙모, 큰엄마, 큰 아빠, 사촌들~~"
가족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아이들은 신나하고, 각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관심과 사랑으로 엄마 아빠에게서 느끼는 것과는 또다른 따뜻함과 든든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 덩그라니 4가족만이 미국 타지에서 생활해야하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지만, 삼대가 함께 하는 가족여행 2탄을 기대하면서 또 현실에 충실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여름방학동안 바쁘게 지내셨을 우리 베이비트리 맘님들도 이제 한숨 돌리셨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