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생긴 잘못된 인식중 하나가 바로 아빠는 밖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오면 육아는 엄마가 알아서 할 부분, 이라는 것입니다. 남자가 집안일에 신경쓰는 것은 팔불출이요, 자신이 출세하고 승진하는게 바로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바로 우리 아버지 세대입니다. 그리고 지금 60대가 되어 정년 은퇴한 우리들의 아버지들은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황혼 이혼이 늘어나고 다 큰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자리는 없습니다. 평생 가족들만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었던 그들은 노년에 가장으로서 아무런 대접도 존경도 받지 못한채 자신의 자리마저 없어진 것에 대해 배신감마저 느끼겠지만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며 오판의 결과일뿐입니다. 육아는 결코 엄마만의 몫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육아에 있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자녀에게 예의범절과 도덕관, 그리고 학문을 가르치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럼으로서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올바른 인생관을 심어주면서 또한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30대가 된 우리 역시 우리 아버지 세대만큼이나 당장 먹고 사는데 급급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가정일과 육아에 등한시합니다. 10년전에 비한다면 인식이 다소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남자가 육아에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서는 "유별난 아빠", "극성스럽다"라고 삐딱하게 받아들입니다.
언젠가 EBS프로에서 본 적이 있는데 가정으로부터 소외된 아버지들의 얘기였습니다. 그 중 한 아버지는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사람이었으나 정작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과 전화로 통화하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아들이 자신을 외면할까 그 소외감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 사람은 돈도 명예도 모두 가진 사람이었지만 인간으로서는 너무나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시간을 쓰다보니 정작 가정과 자녀에게는 시간을 쓰지 못했던 것이죠. 그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우리나라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고 자녀와 놀아주는 빈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거의 매일 놀아주는 아빠는 전체의 겨우 13%정도에 불과하고 1주일에 2번이하가 61%, 1년에 두번도 안 놀아주는 아빠가 25%나 된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주변 친구들이나 직장에 있는 남자동료들에게 육아에 대해 얘기를 해도 그것은 엄마가 알아서 할 일로 치부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마치 제가 극성으로 취급받습니다.
그러나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구조자체가 전혀 다르기에 육아에서도 엄마는 아빠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엄마는 아이에게 정적이면서 언어적인 것, 정서적인 것, 감성적인 것을 가르친다면 아빠는 동적이며 원리원칙과 규칙성, 논리성, 사회성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즉, 아이들이 사회성이 떨어지고 공격적인 것은 아빠가 아빠로서의 역할을 아이에게 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빠가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한다면 아이는 좌뇌와 우뇌가 함께 발달하기에 그렇지 못한 아이에 비해 지능지수나 정서적 안정감, 학교성적에서도 훨씬 높다고 합니다.
이제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들을 벌써부터 명문대 보내겠다고 엄마들이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값비싼 영어유치원 보내고 사교육 시키는 것보다 아빠가 매일 30분이라도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아빠들은 일단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과 놉니다. 아빠보다 엄마를 찾는 것도 단순히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형성된 친밀감때문이죠. 아이와 몸을 부대끼며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와의 친밀감은 금새 생깁니다. 해보지 않아서 부담스러운 것뿐이죠.
아직 우리 사회는 남성 육아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남성이 가정과 육아를 이유로 휴직은 커녕 일찍 퇴근하는 것조차도 "누구는 애 안키워 봤냐, 라면서 직장인으로서 낙제"라며 낙인을 찍어버립니다. 하루아침에 인식이 바뀔 수는 없지만 한사람 한사람이 노력해야 사회 전반의 인식도 바뀌어 가는 것이죠. 나중에 늙어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인생이 되는 것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육아휴직한지 오늘로 꼭 두달째입니다. 집사람 말로는 우리 나은공주가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전과 전혀 다르다고 하는군요. 자기가 보기에는 이미 엄마와 아빠를 동일시하거나 오히려 아빠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고 매달린다네요. 글쎄, 제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하고 딸래미에게 더 신경써야 겠다는 반성이 더 앞섭니다만....^^
※ 팬더아빠와 울컥증 딸래미의 알콩달콩 육아블로그를 운영중입니다. 많은 방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