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민이가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간단간단하게 메모했던 '어록'이
점점 그 깊이가 더 해집니다. 이번에는 반전 어록이네요~
잘 때 엄마를 꼭 끌어안으면서 '엄마, 난 엄마를 잊지 않을거야~' 하며
너무나 사랑스럽게 말해서 저도 '엄마도 형민이를 잊지 않을거야~' 말해줬답니다.
그리고 형민이가 하는 말, '엄마, 근데 잊지 않을거야가 무슨 뜻이야?' ^^;;;
녀석, 뜻은 잘 몰라도 언제 어느 때 하는 말인지는 알았나봐요.
한창 초록이 싱그러웠던 여름에 옆 마을에 갔다가 아, 참 아름답다를 연발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시골 농장에 가서 멍하니 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형민이가 슬쩍 옆에 오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여기도 참 아름답지?' '응? 그럼 아름답지.'
'저기 기계도 많고 (고추 말리는 기계, 농기계 등이 있는 창고를 보면서 ^^) 진짜 아름답다~'
그래,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 다른 걸꺼야 ㅋㅋ
요새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빠까지 모두 정신없이 바빠서
형민이가 심심해 할 때가 많았습니다. 아빠는 며칠째 집에도 못들어오는 상황.
미안한 마음에 고추 따는 일 다 끝나면 놀아주겠노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형민아, 엄마 아빠가 요새 바빠서 형민이랑 잘 못놀아줬지?'
'나도 바쁠 때 있거든!'
'푸핫?! 언제 그렇게 바쁜데?'
'어린이집 갈 때.'
'아하, 그러면 그때는 형민이가 바빠서 엄마 아빠랑 못놀아주는구나. 그럼 똑같은거네'
'그렇지.'
참으로 쿨한 울아들. 엄마 아빠가 안 미안해도 되는구나. 최고!
그런데 모처럼 형민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회 날이 생겼습니다.
봉화군에 있는 12개 어린이집 연합 운동회였는데요.
어느새 부모로 참석하는 운동회라니! 아침부터 엄마 아빠가 더 설레서 우왕좌왕.
할머니도 아침일찍 오셔서 운동회 끝날때까지 재밌게 구경하시고~
율동시간에는 쉬크하게 안따라하고 저 좋은 장난만 하더니 (옆 친구는 더 쉬크한듯)
달리기랑 그냥당기기 시합할때는 아주 진지하게 온 힘을 다 하더군요.
어찌나 예쁘고 감개무량하던지 눈물이 앞을 가리고 ㅜㅜ
애들 운동회라고 만만하게 봤는데 봉화 군수를 비롯한
귀빈들의 인사말을 비롯, 성화 봉송에 선수단 선서까지 할건 다 했습니다
(경기중에 친구를 약올리지 않겠다거나 끝나기 전에 집에 가버리는
찌질한 행동은 안하겠다거나 하는 선서^^)
선생님들이 다른 어린이집 원생 엄마들이기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었던 동네 잔치 한바탕이랄까요.
앞으로도 설레는 맘으로 운동회를 가게될 듯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