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꼭 안아줄 것'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대문 밖에서 배달해주시는 분이 "OOO씨!"하고 부르는데 느낌에 책이 왔구나 싶어 기쁜 맘에 달려나갔다. 책을 받아들고 어떤 책인가 후루룩 훑어보았다. 어...... 아픈 아내를 잃고 아이와 함께 삶을 꾸려가는 아빠의 이야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내용 속 슬픔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현재 내 삶의 무게가 버겁다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망설였다. 언제 책을 펼칠까. 책을 읽기로 하고 신청한 것이기에 무거운 맘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내게도 힘들었다. 의사의 반란을 쓴 신우섭 선생님 강의를 작년에 들었던 터라 아내의 치료과정은 성공할 확률이 얼마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내가 놓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별반 다르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착찹했다. 아내의 마지막 순간이 폐차과정만도 못했다는 표현에서는 억장이 무너졌다. 함께 한 사람들과 따뜻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옆에서 놀고 있는 내 아이들이, 이를 볼 수 있는 이 순간이 소중했다.

 

 

아내를 떠나 보내고 이를 아이에게 어떻게 알려야하는지를 작가는 고민했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기 좋아하고 내면보다는 겉모습으로 체면을 차리는데 익숙한 우리 사회를 생각하니,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편견의 시선들을 피하고 싶었다.p.144

 

는 작가의 말이 가슴 아팠다. 나 또한 우리사회가 그렇다라고 생각한다. 장애, 다문화만 그런 것이 아니다. 초중고를 졸업하면 대학에 입학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하여 평범한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오손도손 살아가는 것, 때로 시련이 오더라도 가족끼리 잘 극복하여 아이들 공부시켜 대학에 입학시키고 취업하고 결혼하게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삶을 사는 것이 '정상'으로 그려지는, 특별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하다고 말하는 소위 '정상'이다. 여기서 벗어나면 남과는 다른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본다. 책 전체에서 이런 편견이 두 군데서 드러났다. 엄마의 죽음을 아이에게 알려야할지를 고민할 때와 음식을 해서 아무렇지 않게 아이 친구집을 찾아갔는데 문앞에서 친구아이 아빠와 마주한 순간이다. 엄마를 일찍 여윈 아이도 있고 아빠가 집에서 요리해서 옆집에 줄 수도 있는데 우린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지 않고 마주하기 불편한 상황이 된다. '에잇! 그러라지.'라며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어떻게 엄마의 죽음을 알릴 것인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아빠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 과정을 밟아나간다. 아픔을 피하지 않고 통과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아빠도 아이도 좀 더 마음이 자랄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레 아빠는 아이들의 본 모습과 마주했다. 

 

'아이는 놀기 위해 태어났다'.

아이들에게 논다는 것은 낯선 세상에서 낯선 경험들을 찾아가며 기뻐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상은 모두 놀이였다.p.183

아이들끼리 어울리면서 서로 위로를 받고 여러 명이 있을 때 따라야 하는 규칙과 질서도 동시에 배워나간다.p.184

아이는 "놀자'고 했지만, 그 말 안엔 "아빠 나와 대화해" 또는 "아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줘"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었다.p185

 

공감하는 말이다. 최근에 큰 아이가 학원에 가는데 바래다 달라고, 학교에 갈 때도 엄마랑 같이 가면 안돼라고 했다. 다 큰 애를 바래다 준다고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둘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그래도 하루 중에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언제일까를 생각하니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이 등하교 시간이구나 싶었다. 큰아이도 엄마가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건지도 몰랐다. 아차! 싶었다. 엄마가 바쁘면 몰라도 카톡을 볼 시간이 있다면 아이를 바래다 주는 걸로 생각을 바꿨다.  

 

 

아내의 치료과정에 병원 과실이 없었는지를 밝혀가는 과정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만큼이나 버거운 장면이었다. 2014년 고 신해철을 떠나보내면서 펜으로서 상심이 컸다. 함께 한 가족들 마음은 오죽할까. 사람으로서 살아가는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하였다. '병원 = 치료하는 공장' 이것도 과분하다. 치료라도 잘 하면 모를까. 병원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라는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하는 시간이 30초, 1분이나 될까? 길게 기다리는 환자를 빨리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뻔한 답이 아니라 새로운 상이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 조정이후 직접 부사장이 정중하게 사과와 애도를 표하겠다고 했지만 끝내 찾아오지 않았고 통장으로 입금과 함께 병원측 연락이 없었다는 얘기에선 또 다른 세월호를 보는 듯했다. 우리사회에서 세월호는 이렇게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구나.

 

책을 다 읽고나니 한 고비를 넘은 기분이다. 처음엔 감당이 안됐다. 상대방의 아픔을 마주하려면 이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도 필요했다. 다 읽었다는 작은 기쁨도 있지만 상대방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나 또한 조금이나마 성장한 듯하다. 작가의 전체 글 내용이 차분했다. 힘들었들 때 바로 쓴 글이 아니라 마음이 진정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되짚어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칠게 팔딱거리는 아픔이 아니라 여러번 걸러져 순한 느낌이었다. 우린 서로의 삶으로 또 하루 자라가나보다. 민호랑 민호아빠 남구씨! 언제나 응원합니다. 요리하는 아빠,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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