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미리 준비해야지 했는데
이번에도 부랴부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빨요정의 왕림'이 그것이죠.
위쪽 앞니가 썩어 있었는데 새 이가 밀어서 썩은 이가 빠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가 흔들리기만 하고 빠지지 않아 결국 치과에 가서 이를 뺀 것입니다.
마취하고 이를 뺀 아픔은 잠시
오늘밤 찾아 올 이빨요정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해하고 있을 아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바빠집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한번에 2개가 빠졌으니 선물도 두배라고 들 떠 있다고 하네요.
'이번엔 뭐 사주지?' ㅋㅋ
우리집 이빨요정의 왕림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큰 아이가 유치원 친구에게 듣고 온 이빨요정 이야기는 우리집 화제가 되었습니다.
"엄마, 이가 빠지면 이빨요정이 이를 가져가고 선물을 준대"
"그래? 엄마는 처음 들어봤는데....?"
"아니야, 000가 그랬어. 000네는 온단 말이야. ㅠ.ㅠㅠ.ㅠㅠ.ㅠ....>.<....."
"알았어. 알았어. 우리집도 오라고 연락해볼께..."
그때부터 우리집에는 이 하나 빠질 때마다 밤에 이빨요정이 다녀가곤 했습니다.
가끔은 이빨요정이 실수 했는지 밤에 이를 안가져가고 아침에 부랴부랴 숨기고 선물을 놓기도 했습니다. 매년 이를 본 동생은 자연스레 이빨요정을 믿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동생에게 이빨요정이 찾아왔을 때
아이는 이빨요정의 아기자기한 문구 선물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언제는 머리끈이, 언제는 다이소의 아기자기한 캐릭터 문구가, 언제는 동네 문구점의 지우개 세트가 들어있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올 이빨요정 소식에
갑지가 궁금해 찾아보았습니다.
'이빨요정이 누구야? 누구길래 나를 이렇게 괴롭힐까?'
여럿 모습의 이빨요정이 있더군요.
->어느 영화속 이빨요정 ㅋㅋ
->진짜 이빨요정으로 추정되는 모습
과연 우리집에는 어떤 이빨요정이 올까요?
* 뒤늦게 연락이 왔네요. 치과에서 뺀 이 2개를 안가지고 왔다고요.
뒤늦게 이를 깨달은 아이가 대성통곡하고 있다고요.
이가 없는데도 이빨요정은 우리집을 찾아올 수 있을까요?
결과는 내일 공개하겠습니다~^^
<후기>
짜잔~
수빈아 안녕~ 앞니야. 그동안 고마웠어~
아침햇살에 보드판 축하 멘트가 반짝입니다. 아빠가 적어둔 축하 멘트일테지요.
어제 저녁 매서운 봄날의 칼바람을 가르며 퇴근길에 들른 문구점에서
머리핀과 문구류 등을 사서 겨울왕국 비닐 주머니 2곳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늘 아이를 재우고 행동개시하려고 하나 늘 아이와 함께 잠이 들므로
오늘도 아침 5시 58분에 화들짝 놀라 깨어난 후 혹여 비닐봉지 소리에 깰라 조심히 선물을 베게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한시간 뒤 온 집안에 울려퍼지는 이빨요정 왕림 소식...
"언니~ 이빨요정 왔다. 00도 있고, 00도 있고, 언니는 자에 15까지 있는데 이건 16까지 있는거야...정말 신기하지?"
이유를 모르는 할머니는 '아빠가 밤에 사왔나부다..' 하십니다. ㅠ.ㅠ
다 알 나이인데도 궂이 부인하는 아이.
오늘 우리집에는 이빨요정께서 무사히 다녀가셨답니다.
아이들이 한살 한살 자라면서 필요한 새로운 것들이 생기곤 하는데요. 작은 것들은 이빨요정을 통해 전해준다면 아이 스스로도 본인이 큰 것을 실감하며 필수품을 요긴하게 챙기고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가올 화이트데이처럼 누군가의 마케팅으로 이어진 것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상상속의 요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이 빠진 상실감을 그 만큼 자랐다는 사실과 필요한 물건으로 채워줄 수 있다는 것...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몇년 안 남았을 이빨요정 의식은 주욱~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