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한테 혼날 때면 혹시 계모가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경우에도 기승전 "공부 안해?!!!"

심지어 엄마는 어딘가에 친자식을 숨겨두고 우리-나와 동생들-를 구박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 엄마 이 글 보면 우실 거다. 몸만 노쇠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한없이 약해지셨다.)

 

학창시절.

나는 공부에 흥미가 없었고, 하고 싶지 않았고, 하지 않았고, 당연히 성적이 좋지 않았다.

엄마는 끊임 없이 공부해라 공부해라 닦달하셨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의도한 반항은 아니었지만 엄마가 그럴수록 더 하기 싫었다. 그냥 하고 싶지 않았다.

더러 시험이 끝난 후 내 자신이 한심해져서 진짜 공부해야겠다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깐. 실행은 어려웠다.

 

그러다 상상을 초월한 비참한 성적표를 받게 되었지만

그걸 부모님께 보여 드리면 맞아 죽거나 집에서 쫓겨 날것 같아 감추기 시작했고

어느 날 성적표를 공개하라는 부모님의 최후통첩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자살을 꿈꾸었고

실행에 옮겼으나 마음이 약해서 실패했고 다행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도 하였으나

부모님께 공개된 성적표는 태어나 처음으로 아부지의 매질을 경험하게 했다.

 

동생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서

막둥이는 고교시절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소주 한 병으로 버텼노라 20대에 고백했고

큰 동생도 그때 자살을 꿈꾸었노라 최근에야 고백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집이란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 아니라 지옥 같았다.

 

아이를 낳고 굳게 다짐한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때리지 않는다' '공부하라고 하지 않는다'이다.

 

하지만 주변에 들끓는 말은 달랐다.

"말 안 들으면 때릴 수도 있지"에 대해서는 냉정할 수 있었으나

"아이 스스로 공부하면 좋겠지만 그런 애가 어디 있어? 부모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해야지!"에는 흔들렸다.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 보다 내가 더 불안하고 신경이 곤두섰는데

바로 사교육과 엄마들 모임이 주 원인이었다.

둘 다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데 아이의 학습부진과 왕따 예방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져서 사교육은 필수라는 말은 수 없이 들을 수 있었지만

그런 거 없이도 잘 살수 있다고 괜찮다는 의견은 듣기 어려웠다.

내 생각이 틀린 것인가? 나 때문에 아이가 잘못 되면 어쩌나?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받은 이 책<대한민국 엄마 구하기>에는 내가 필요로 했던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 대치동의 실패 사례를 연달아 접하며 그래 그래 그런 부작용은 이미 적지 않게 들어봤지.

엄마와 아이가 건널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너버렸던.

거봐 거봐 결국은 이렇게 된다니까.

 

남편에게 얘기를 하니 "어휴~ 그렇게 극단적인 사례는 극히 일부지 전부가 그런 건 아니잖아! 우린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그럴 형편도 안되고. 그냥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거고. 그 정도는 해야지!"

 

남들 하는 만큼이란 것이 대체 어떤 거지?

~! 멀리 볼 것 없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부터 설득이 어려웠다.

 

책 초반에는 과한 사교육의 실패사례가, 후반에는 사교육 시장을 등진 이들의 성공사례가 풍성하게 있고 그 사례에 대한 저자의 탄탄하고 중심 잡힌 견해가 더해져 나의 결심을 단단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성공 사례 대부분이 엄마 자신의 불안과 욕심을 놓고 스스로의 행복을 추구하니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더라였는데, 그게 또 걸렸다.

공부를 꼭 잘해야 하는 건가?

세상에 공부 못 하는 아이는, 사람은 모두 실패라고 보는 것인가? 거부감도 잠시.

책 끝자락에 아이가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상관 없이 엄마와 아이가 행복하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는 사례와 저자의 견해로 흡족하게 마무리 되었다.

 

내 인생도 설계하거나 계획하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아이의 인생을 설계한단 말인가?

나도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기가 싫은데 아이라고 다를까?

이런 생각을 강력하게 지지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새해 다짐 중 '달리기'가 있었고 아이와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첫날 중간에 잠시 쉬었다.

개똥이 : "엄마 목 말라요"

강모씨 : "어쩌나? 물이 없는데..."

개똥이 : "그럼 편의점 가서 사 먹어요"

강모씨 : "돈도 없는데?" (주머니에 비사용으로 넣어 온 신용카드가 있었지만 버텼다)

개똥이 : "그럼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물 한잔만 얻어 먹어요"

강모씨 : "그렇게 목이 말라? 그러자!"

결국 근처 성당에 들어가 정수기 물을 달게 마셨다.

 

그 다음 달리기를 할 때는 꼬마 생수 병을 챙겨서 들고 뛰었다.

중간에 쉬면서 녀석에게 물을 권하니 목이 마르지 않다며 거부한다.

그래도 마시라 권하니 마지못해 한 모금 축이고 만다.

뭐냐? 너를 위해 귀찮고 무거워도 일부러 들고 뛰었는데...

 

목이 말라 얻어서라도 마시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물은 간절하고 꿀맛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아이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물고문이 될 것이다.

 

아이에게 사교육을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 책 덕택에 주변에 온갖 유혹이 난무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이렇게 소중한 책을 선물 해 주신 베이비트리에 감사 드린다.



강모씨.


20170315_구구단.jpg

- 입학식 날 아침 교문 앞에서 많은 학원들이 엄청난 광고물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 중 하나.

- 개똥이가 직접 꺼내어 방문에 붙여 두고 (아빠가 살짝 도와 주었다고) 구구단을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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