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늦잠을 자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날에 야근해서 피곤한 날
전날에 회식해서 피곤한 날
전날에 아이들과 놀아서 피곤한 날
전날부터 아픈 날
그리고 아침에 비가 온 날
이죠.
그러고 보니 늦잠을 안 자는 날이 별로 없네요.^^;
오늘 아침은 비가 왔습니다.
알람을 듣고 잠깐 눈 붙인다는 것이 늦잠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들 먹을 것을 헐레벌떡 차려주고 저는 등원과 출근 준비를 합니다.
비오면 날도 추워진다는데...
날씨에 맞는 속옷, 걷옷, 외투, 양말까지 챙겨서 놓아주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바쁜 와중에 인터폰에서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오전 10시까지 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리수거는 왜 오전 10시까지인가...
오늘을 놓치면 일주일간 쓰레기랑 같이 살아야 하죠.
밤에 스마트폰으로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며 놀다 늦게 잠들어 늦잠 잔 남편에게 분리수거를 부탁합니다.
이젠 투덜대지 않습니다.
당장 급한건 지각하지 않는 것.
분리수거 하고 돌아온 남편과 큰 아이를 먼저 내보내고 차를 가지고 오게 합니다.
그리고 작은 아이를 챙기고 집안 뒷정리를 대충하고 손에는 미처 못먹은 과일과 샌드위치를 챙겨서 뛰어 나갑니다.
비오는 날만 입고 신을 수 있는 비옷과 장화,
아이는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싸울시간이 없습니다. 그냥 입힙니다.
앗!
순간 샌드위치 반쪽이 땅에 떨어졌네요.
떨어진 음식은 다시 싱크대 음식 쓰레기통에 버리고 나머지 반쪽을 어떻게 할까 3초간 고민하다가 그냥 들고 나옵니다.
문을 잠그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립니다.
'에이 무시해...'
'아니 집에 다시 들어가 무언가 가지고 올일이면 낭패지...'
가방을 뒤져 핸드폰을 꺼내 듭니다.
"비도 오는데 늦으면 내가 데리러 올라갈까?"
"아냐 나왔어"
뚝-
역시..
빨리 내려오라는 말 보다는 고맙군요.
남편은 고수입니다.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엘리베이터가 붐비네요.
7층도 서고, 4층도 서고, 3층도...이런...
이젠 포기입니다. 평소 출근시간보다 늦어질 건 뻔한 일이죠.
1층에 내려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과 큰 딸에게 달려갑니다.
그때 잠깐!
"엄마가 사진 찍어줄께. 엄마 봐 봐"
'언제 또 비가 와서 비옷이랑 장화를 신은 4살짜리 예쁘고 귀엽고 깜찍한 딸의 10월 14일의 모습을 찍을 수 있겠어.'
핸드폰을 꺼내듭니다.
기특하게도 아이는 포즈를 잡아줍니다.
찰칵!
...
이런
동영상 촬영이 됩니다.
지난밤 아이가 만지작 거렸나봅니다.
아이폰 영상촬영을 사진촬영으로 바꾸는데 왜 그리 오래 걸릴까요.
다시 포즈~
찰칵!
"이제 어린이집가고 회사가자"
이상 게으른 직장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