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셋
연두는
연두는
혼자일까?
아니야,
노랑도 조금
파랑도 조금
들어 있지.
연두는
셋.
난
난
혼자일까?
아니야,
긴장할 때 눈 깜박거리는 아빠 모습도 조금
성격 급한 엄마 모습도 조금
숨어 있지.
나도
셋.
유미희 동시집 《오빤, 닭머리다!》를 허허..웃으며 읽어내려갔다. 마음에 촘촘히 와닿는 따스함에 절로 허허허 웃음이 나왔다. 특히 <하나는 셋>은 아이를 보며 느꼈던 나의 모습, 남편의 모습과 겹쳐 보였고, 나에 대해 ‘아빠 닮아서 그렇다’는 엄마의 목소리도 떠올랐다. 이 절묘한 관찰이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 깊숙한 곳을 자극시키는 것만 같다. <베개>는 또 어떤가. 내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존재가 있었던가. 베개가 있었네. 잠자리에 누워 이 시를 읽어 본다.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아이들도 각자 베개가 있으니 다행이다.
베개
가끔
화난 내 주먹에 맞아 주고
아픈 내 등을 받쳐 주고
가끔
양념통닭 먹던 내 손에 얼룩지고
잠이 덜 깬 내 발에 걸려 훅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도
쬐그만 게
눈물 콧물
다
받아 준다.
이정록 동시집 《지구의 맛》에는 이 제목의 시는 없다. 대신 ‘지구의 맛’을 알려주겠다는 ‘달팽이’가 있었다.
달팽이
여행 중이야.
다 핥아 보고
알려 줄게.
한 접시.
지구의 맛을.
<달팽이>를 읽으면 내 혓바닥에 뭔가 씹히는 느낌이 든다. 입 안이 갑자기 쓰다.
우리 집 유행어
미리미리 챙겨 둘 수 없니?
다른 애들은 벌써 학교 갔겠다.
하루 세끼 다 먹어야 하나?
(후략)
<우리 집 유행어>는 마치 우리집에 도청장치라도 한 줄 알았다. 읽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참 듣기 좋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급 반성. 우리집 큰 아이, 8살 남자 아이는 <병원놀이>를 읽고 키득거리며 재미있어 했다.
병원놀이
파리야
팔이 아프니?
숟가락 들 힘도 없니?
그러니까, 손바닥 좀 그만 비벼.
모기야
목이 아프니?
빨대 빨 힘도 없니?
그러니까, 주둥이 좀 그만 빨아.
《지구의 맛》에는 할머니, 아버지, 학교, 선생님, 친구들과의 기억들이 많다. 그 속에서 막 사춘기에 접어든 호기로운 소년의 목소리가 느껴지곤 한다. 우리 아이가 좀 더 크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떤 말을 할지 미리 알수 없는 시간들이 오겠구나. 나에게는 이 시집이 딱 이런 기분이었다. 쉬운 말들이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속마음들이 있었다.
다시, 《오빤, 닭머리다!》. 저자가 여성이라서일까. 모든 시들이 내 마음에 콕콕 박혔다. <오빤, 닭머리다!>에서 소녀의 마음이 얼마나 속상했을지, 그럼에도 한 마디 툭 하는 말에 반해버렸다.
오빤, 닭머리다!
길에서
친구랑 걷던
한자학원 재경 오빠를 만났다.
“안녀엉?”
“응, 오빠 안녕?”
몇 발짝 못 갔는데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말
“쟤가 누구야?”
“치킨 집 딸!”
“너, 치킨 집 자주 가냐?”
“…….”
오빤, 닭머리다!
그럴 땐 ‘아는 동생’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