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금번 `책읽는 부모 6기'의 테마북은 9월의 선정도서인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일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놀이터'라고 하는 일상과 아주 가까운 주제였기에 책읽는 부모에 응모를 했었다. 그리고, EBS 다큐 프라임에서 `위험한 놀이터'편을 감명깊게 보았던 터라 아주 반갑게 그렇게 단숨에 읽게 되었다.
놀이와 더불어 위험요소를 자각하고 이를 스스로 극복하게 한다는 점에서 부모로서, 또 나 역시 어린시절을 겪은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주제였다. 어린시절을 조기교육과 과잉보호 속에서 길러진 사람은 위기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매우 통감하는 부분이다. 세상을 배우는 첫관문으로서 놀이터는 매우 매력적이고 마력을 지닌 곳이다. 처음엔 계단을 걸어올라가 낮은 미끄럼틀을 타던 아이가 회를 거듭하며 그물을 타고 올라가 높은 회오리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도달하는 모습에 대견함을 느낀다.
압축성장을 거친 대한민국은 가치관 또한 급변한다. 놀이터 모래바닥에 기생충알이 서식한다며 상당수 우레탄으로 바꾸어깔았지만, 아토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며 현재는 기생충을 약제화하여 다시금 복용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여전히 플라스틱 에이지를 살고있는 우리시대에 소재의 문제는 또다시 우레탄을 걷어낸다고 단순히 해결될문제는 아닐것이다.
연장근로와 맞벌이 등으로 어린이집 입소 연령이 낮아지면서 유아의 사회화 시기가 상당히 빨라진것도 간과할수 없는 실정이다. 다세대주택 주거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요즘,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자율성만을 선사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어린 아이들한테 재갈을 물리고 편자를 박을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면 차라리 내입을 막고 내발에 못을 박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개항과 식민통치, 내전까지 거친 민족에게 있어 열강에 대한 맹목적 추종은 생존의 문제였다. 개탄스러운 현실태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더불어서 아픈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유럽인들의 도전정신과 자립심이야말로 과거 열강의 제국주의적 색채를 간직한 이념이 아닌가? 이는 식민지개척과 자원조달로 현실화되어 이땅을 휘감고 뒤흔들어 놓았었다. 사관이 없는 역사란 없듯이, 목적과 주관을 배제한 인공 놀이터란 없을것이다. 피지배국이었던 아프리카의 슬링이나 우리나라의 포대기 등이 애착형성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이슈가 되는 요즘, 오히려 편해문 선생님의 귀촌생활처럼 어른과 함께 직접 나무를 해와 불을 피우는 생활속 놀이야 말로 놀이터 건립의 지향점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불놀이과 물놀이'에 대한 대목은 지금 아이들을 보아도 내 어릴적을 돌이켜 보아도 공감되는 부분이다. 불과 물을 직접 체감함으로써 위험을 스스로 다스릴수있게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류의 진화 역사 아닌가! 하지만, 화학공학과 원자력공학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현대에 인류의 진화상태로는 지각할수없는 위험요소들도 있다는건 비극이다. 위험한줄도 모르고 독극물과 방사선, 고압선, 단파장 등에 노출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이런것들이야말로 편해문 선생님이 말하는 해저드이며, 어른이 개입해야하는 지점일 것이다.
함께 육아를 하는 사이이며,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하는 나와 아내에겐 `책읽는 부모' 선정이 어찌나 고맙고 유익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부부로서도 값진 경험이고, 다른분들과도 책과 부모라는 공통의 관심사에 대하여 생각을 공유할수 있는 뜻깊은 기회이다. 기획하신 한겨레신문사 일동과, 양서를 통해 시대의 담론을 이끌어주신 편해문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