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서를 어느정도 읽다보면 처음 읽는 책도 익숙하게 느껴지곤 한다. 육아법이 달라도 아이 키우는 기본 가치는 같기 때문이겠다. ‘천일의 눈맞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무엇을 강조하는 책인지 이미 알 것만도 같았다. 반성과 함께.

 

나의 육아를 돌아보면, 큰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마냥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충분히 행복하고 아이와 지내는 것이 만족스러웠는데 뭔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육아서에 나오는대로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내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에 잠을 몇 시간 재우고, 수유는 몇 번을 할지, 잠을 어떻게 재울지..등등에 집중을 했다. 그리고 점점 내 육아는 기본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셋째를 키우면서 예전의 내가 잘못했던 것들을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밥먹고 놀고나서 잘 때 쯤되면 재우면 그만인 것을, 예전에는 밥 먹이고는 자는 시간을 대략 맞추어 아이가 더 놀아도 됐을텐데도 졸릴 눈치만 보이면 재우기 급급했었다. 좀 더 놀고 싶은 아이를 억지로 재우려고 했으니 아이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것도 모르고 엄마는 얼마나 어리석게도 아이를 원망했던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는데, 힘을 뺐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천일의 눈맞춤. 이 책을 읽고서야 큰 아이에게 주지 못한 것이 바로 천일의 눈맞춤임을 알았다. 아이를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먹이고 재우고 시키느라 눈맞추기엔 너무 바쁘고 내가 지쳤었다. , 너무 부끄럽고 한심스럽다.

 

저자이신 이승욱 선생님께서도 저자와의 만남에서 그 말씀을 하셨다. 많은 엄마들이 육아서대로 아이를 키우느라 놓친 것, 기본을 꼭 말씀해주고 싶으셨다는 것이다. 너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따뜻한 응시, 안정적인 수유, 엄마의 품이것만 있다면 우리 아가는 세상에서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큰 아이는 아직도 내 품에 안기는 걸 너무 좋아하고 기어다니는 막내를 많이 부럽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씀대로, 지금부터라도 많이 안아주고 사랑담은 눈길로 봐주어야 한다는 걸, 그래야 아이가 제대로 자립할 수 있다.

 

책 내용 중에, 엄마의 성격이 계획적이라면 수유를 아이가 찾을때마다 하는 방식을, 반대로 유연한 성격이라면 시간에 맞춰 계획적으로 하라는 말씀(110~112)은 신선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진 온전한(intact) 모습 그대로 자랄 수 있게 엄마가 자신의 욕망과 사회의 욕망을 차단시켜야한다는 말씀으로 나아가면 엄마의 역할은 지극히 쉽고 간단할 뿐이다. 물론 욕망을 투사하지 않기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지만. 감정의 대물림(152)에 대한 내용에서는, 나에게 불안이 많고 짜증이 많으며 이것이 나의 엄마로부터 온 것이므로 자동적으로 아이에게 보낼 필요도, 보내면 안되는 것이라는 것. 내가 불안과 짜증을 아이에게 가지 못하게 막아야하는 아이의 보호자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싶다.

 

특히, 저자께서는 엄마가 아이를 배 속에서 키우다가, 낳아서는 품에 안고 키우다가, 스스로 걸어다니게 되면 이제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 아이가 자립할 수 있게 돕는 게 부모라 하셨다. 아이와의 소통은 바로 아이의 말을 끝까지 끊지 않고 들어주는 경청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셨다. 삶이 내가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언제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 의외성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키워야한다고도 강조하셨다. 책에 다 언급이 되었지만, 음성으로 전달되는 간절함은 시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이와 관계가 어려울 때가 생기지만 그 순간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겠다. 눈맞춤을 하고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는 것으로. 그러면서 내 안의 못나고 찌질한 모습도 화사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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