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먼저 이 책 제목 대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 대한 저의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제 인생에서 '영어'를 보면 스무 살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어요.
저는 사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엄마 밑에서 자란 덕분에
8살 때부터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하는 영어학원에 다녔었어요.
그 덕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배우는 영어 과목이 늘 시시했고, 그건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다닌 영어학원 덕에 영어는 특별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점수가 나오는 과목이었고, 덕분에 영어를 되게 좋아했어요.
점수가 잘 나오니 자신감이 있었고,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까지 했으니까요.
문법이나 단어를 많이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대충 보면 '이게 정답일 것 같다...'라는 '감'이 있었어요.
그 '감'이라는 건 정말 초등학교 6년 내내 일주일에 세 번 원어민 선생님과 했던 수업 덕분인 것 같아요.
그 덕에 수능에서도 97점이라는 점수를 받았고 '나는 영어를 잘한다'라는 착각을 안고 살았죠.
근데 그 착각이 와르르 무너진 게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1학년 1학기 교양수업 중에 영어 과목이 있었는데 기말고사가 교수님과 프리토킹을 하는 거였어요.
나름 영어를 잘한다고 믿었던 나인데.....
교수님의 질문은 알아듣겠는데 그 대답이 입 밖으로 안 나오는 거죠...
그 짧은 시간이 진짜 지옥 같았어요.
그전까지는 회화로 시험을 치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회화로 점수를 매긴 건 처음이라서 정말 우울했어요.
나름 자신 있던 과목에서 우울한 점수를 받았으니 실망감이 어마어마했죠.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 외국인 앞에서 입이 안 떨어지는 제 모습을 보며
점점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되었어요.
'이제까지 내가 배운 영어는 영어가 아니었구나. 외국인 앞에서 입도 벙긋 못하는 영어가 제대로 된 영어인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어가 정말 싫어졌어요.
그때부터 영어에는 아예 손을 뗀 것 같아요.
'난 영어가 싫어. 영어 안 해도 잘 살 수 있어!'
현실 부정이었을까요.
제 영어실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냥 아예 제 삶에서 영어라는 부분을 밀쳐놓고 살았네요.
언 9년을...
베이비트리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삶에서 버려진 '영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영어가 두려워지고 싫어진 제게 '다시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으니까요.
영어를 잘하는 비법은, 영어책 한 권 달달 외우기!
저는 생각보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되어서 이 책을 읽고 나니 되게 희망적이었어요:)
아직은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껴서 당장 실천에 못 옮기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커가고 영어를 알게 되면 함께 해보면 참 좋을 것 같고
또 해외여행을 하게 될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도 해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정확한 모국어가 바탕이 돼야 창의력도 발휘할 수 있다.'
'원래 어려서는 모국어 하나 잘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진짜 외국어 공부는 어른이 된 후에 하는 게 맞아요.'
한 페이지에 좋은 말들이 많네요.
영어 조기 교육하시는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영어에 질려버려서 아이들 영어교육을 어떻게 시키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 굳이 영어 시키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저의 교육에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저에게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어요.
+
'그냥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
꿈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느냐 하는 것.'
저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뭘까?'하고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저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공부하고, 삶을 선택했었거든요.
치열하게 공부도 해보고 아무 생각 없이 놀아도 보고...
아직도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뭔지 찾지는 못했어요.
제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해서 생각해보려고요.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그냥 아침에 한 잔 마시는 달달한 커피가 행복하고요.
소소하게 블로그 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내가 먹는 것, 간 곳 사진 찍을 때 재미있고요.
맛있는 거 먹을 때, 내가 만든 음식 맛있게 먹어줄 때 행복하고요.
음식 예쁘게 차려놓고 사진 찍고 먹는 것 좋아하고요.
여행 가는 것 좋아하고요.
그냥 저는 지금으로 충분히 행복해요.
영어에 자신 있었던 나, 영어가 두려운 나.
똑같은 나인데
영어를 굳이 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요.
너무 점수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자 말대로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요.
특별히 어떤 직업을 갖지 않아도
그냥 아내로, 엄마로
순간순간 행복한 그때를 즐기는 삶.
이런 삶도 좋거든요.
그러다 보면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생길 테고 그럼 그때 몰입을 하면 되겠지요?
미리 알았다면 더 좋았을 일을 결혼하고 나니 깨닫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