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올해로 다섯살 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 세 살까지는 전업맘으로 집에 있었거든요.

남편 출근이 늦어 항상 느즈막히 아침 먹고 여유롭게 아이를 키웠던 것 같아요.

그 때는 그 여유로움에 감사하기보단 외출도 힘들고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다며 많이 투정부렸었죠.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할머니댁으로 또 잠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이 생활을 반복하기 6개월여 만에 저는 체중도 5kg이나 줄 만큼 힘들었어요.

그래서 친정엄마께 부탁했어요.. "엄마~ 내 아들을 부탁해" 하고요..

엄마가 말씀하시길,,

"니 아들도 아들인데 내 딸이 너무 불쌍해 못 보겠다고.." 하시며 저희 집으로 와 도와주셨어요.

엄마가 오시고 저는 많이 편해졌어요.. 이때까지는 마냥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저희 엄마는 양육자로서 장점이 무척 많은 분이세요..

양육환경에 있어서도 청결한 환경을 위해 늘 쓸고 닦으시고, 적당히 집도 잘 꾸미시고요.

먹거리에 있어서도 조미료 사용을 안 하는 건 기본이고, 늘 아이 간식도 직접 만들어 주시고

간도 짜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게 아이에 맞춰 맛있게 해주세요.

놀이도 엄마보다 더 재밌게 잘 해주세요.

저는 아들과 함께하는 놀이가 영 어색하거든요. 그 점을 아들에게 많이 들키기도 했어요.

"엄마~ 재미없어? 다른 거 할까..?" 할 만큼 어쩌면 아이가 저와 놀아 주나 싶을 만큼요.

반면, 저희 엄마는 물감 놀이를 해 얼굴에 옷에 방에 문에 곳곳에 묻혀도 그냥 잘 지켜보시고

밀가루 반죽해 만들기도 잘 하고, 엄마 본인께서 뜨개질이나 손바느질, 서예 같은 손으로 하는 걸 좋아 하셔서인지 놀이를 즐겁게 하세요. 또 다소 과격한 씨름 놀이를 해도 언제나 같이 재밌게

하세요.

 

아..그런데 문제는 아이와 너무 잘 놀아주고 아이의 입맛에 맛는 음식을 잘 먹여주시는 우리엄마.

이렇게 집에서 100% 아니 120% 만족, 만족, 또 만족이다 보니 아들은 어린이집에서는 힘들었나봐요. 엄마가 현명했다면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문제인데 말이죠,,

어느날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제게 하시는 말씀이,,

"어머님 시우가 기다리는 걸 너무 힘들어해요,, 잠시인데도요."

아들을 지도하시는 선생님은 아이들의 관심과 행동을 눈여겨 보고 기다려주시는 정말 훌륭한 분이세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아..그래서 시우가 어린이집에 안가고 집에서 논다고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더라고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매번 그랬던 것 같아요.

"빨리, 당장, 지금, 바로 " 아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들이었죠.

그 때마다 저는 "기다려~!" "예쁜말로 다시 해 봐~!" 하는 말로 아이를 훈육하려고 하면,

아들은 어느새 외할머니를 보고 있고 저희 엄마는 이미 움직이고 계세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이런 일상이 아이에게는 조금의 기다림도 무척이나 참기 힘든일로 만들어 버린거겠죠,,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또 엄마께 뭐라 잘 얘기해야 고생하시는 엄마도 마음 다치지 않고 양육태도에 변화를 주실까..

무엇보다 아들이 지금의 넘치는 만족에 만족하지 못하고 매번 재촉하고 조급한 아이로 자라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고민들로 힘들 때 책읽는 부모를 신청했어요.

책 속에서 답을 찾진 못하더라도 아이를 양육하는 내 태도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 싶었거든요.

보내주신 <유대인의 자녀교육>이란 책에 "싸블라누트"라는 대목이 참 인상깊었어요.

답을 얻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냉장고, 방문, 씽크대, 아이방 곳곳에 써 붙였어요.

 

"기다려, 참아, 재촉하지마, 조용히 해," 지금껏 제가 했던 상황 속에서 아이를 바로 지적하는 내용의 말 입니다.

이런 말들을 대신해 "싸블라누트" 를 사용하기로 했어요.

양육자 혼자 되뇌는 말로 엄마 스스로 인내하고, 아이는 '내가 지금 엄마를 지나치게 닦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아요.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제가 또 할머니께서 끄..응.."싸블라누트"하며 억지웃음이라도 지어보이면,

아이는 쑥쓰러운듯, 어떨 땐 씨익 웃으며 따라 합니다.

"싸블라누트..응..기다려..기다릴 수 있어.." 하고요.

 

모두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고만고만한 아이 셋을 키우느라 힘드셨을 때 당신 자녀에게 미처 못해줬던 사랑까지 내 첫 손주에게 다 쏟아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알고요.

더구나 게으른 천성에 자기중심적이기 까지해 양육처럼 헌신과 희생이 불가피한 일에 무척이나 취약한 엄마인 제가 시우를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아이로 키우는 일은요.

하지만, "싸블라누트" 덕분에 한 시름 던 느낌입니다.

그 밖에도 유대인의 자녀교육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부모로서 권위를 갖되, 권위적이지 않은 부모의 모습. 누구나 꿈꾸는 부모상이겠지만,

그 바탕은 역시 부모가 모범을 보여 실천하고 아이를 존중해주는데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아주 모르지않던 내용이긴 하지만, 역시 앎보다 '실천'이 관건입니다.

양질의 육아서적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실천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셔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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