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그리고 출산 후. 여주 신륵사에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신륵사 주변에 흐르던 강이 있었는데, 그 강이 바로 ‘여강’이라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마지막으로 신륵사를 찾았을 때 저 아름다운 강이 곧 망가질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설마 공사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망가지기야 하겠어?’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그렇게
외면했던 결과가 이것인가? 뒤늦은 후회와 반성이 밀려든다. 그때
우리는 나는 왜 가만히 있었던 걸까?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노래는 구슬프게 불렀어도 딱히 떠오르는 강변은 없었다. 부산, 광주(전남), 벌교로
이어지던 나의 초등학생 시절에는 금모래 빛 강변은커녕 벌교에서 처음 마주친 갯벌의 충격이 전부였다. 하교
길에 곧장 집으로 향하던 나는 갯벌에서 검은빛 흙 범벅이 되어 놀던 아이들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뭐,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같이 놀았지만.
서울로 오게 되면서
한강을 처음 보았는데, 그렇게 큰 강은 처음 이었다. 기차가
철교를 건너는데 꽤 오래 걸려서 ‘아 정말 큰 강이다’ 생각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는 한강이든 어디든 강변에 갈 일이 없었고, 성인이 되어 찾은 한강변은 잘 정비된 모습으로 역시 금모래 빛은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울 출신 회사 선배가 예전에는 한강에서 수영도 하고 다이빙도 했었다고 그리워하면 “아 무슨 6.25 세대도 아니고, 무슨 옛날 얘기를 하시냐?”반박했는데, 정색을 하며 불과 15년
전만 해도 한강 물도 깨끗했고, 친구들이랑 학교 갔다 오면 집에 가방 던져 놓고 수영을 하면서 놀았다는
것이다. 상상이 되질 않았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아름다운 '여강'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살고 있었는지, 그 안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 그리고 강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강에 보가 생기고 그 위로 자전거 도로가 생기면서 좋았던 것은 하나 둘 사라지고, 좋지 않은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나는 과정을 그림과 짧은 글로 표현했다. 짧지만 아픔의 여운은 길다.
4대강 사업이 추진될 무렵 독일에서 활동하는 건축사 임혜지님의 칼럼(‘4대강사업’독일에서 찾은 해답)을
통해 독일 운하가 150년 만에 재자연화 공사를 거쳐 복원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건 막연히 상상하며 노래를 불렀던 바로 그 강변이었다. ‘아! 이게 진짜 강의 모습이구나, 강변이구나.’ 했었다.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강변은 어떤 모습일까? 강이 망가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 이제는 다시 살리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더 어렵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내가 시작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일이 시작된다면 그때는 외면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같이 하리라 굳게 다짐 해 본다. 물론 아이와 같이.
- 재자연화 공사를 마친 뮌헨의 이자강변(출처 : 임혜지님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