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되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쓴 글이라고 밝혔는데 마치 영화를 보듯 한 사람의 인생이 쭉 그려졌다.
미아 에피소드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누르고 책을 읽었고, 게임북 에피소드는 아이를 응원하며 읽었다. 미아 에피소드에서는, 아이와 어떻게 버스를 타고 내릴 것인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에 시도해 보았다는 점이 대단했다. 아이를 온전히 믿었기에 혼자 버스타고 오게 한 것이다. 아이도 정류장을 지나치긴 했지만 버스기사에게 내려달라고 말도 했고 방향을 잘 잡아서 무사히 이모댁에 찾아갔다. 이런저런 걱정이 들었다면 엄마가 할 일을 포기하고 아이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일이라면, 엄마도 용기를 내어 아이를 크게 한번 믿어볼만 하겠다. 이런 경험들이 늘어간다면 엄마도 아이도 더 성숙해질 것이니까. 게임북 에피소드는 읽는 동안 뭔가 대단한 반전이 있을 게 뻔했다. 공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지만, 미대 입시를 치르는 데 밑거름이 되었고 취직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기숙형학원에서의 시간에 오히려 게임북에 몰입할 수 있었던 내용에서는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깨달음을 주는 구절도 많았다. “아이가 스스로 의도치 않은 잘못에 대해서는 땅에 묻고, 잘한 것을 캐내어 칭찬해 주어야 한다.”(77쪽) 칭찬을 ‘캐내어’야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캐내려면 계속 파야하는데 아이를 자꾸 관찰해야 하는 것이겠지. “솔직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 아님을 깨우쳐 주려 노력했다. 예의범절과 솔직한 자기표현에 대한 적정한 선을 잡아주곤 했다.”(100쪽) 나는 개인적으로 솔직한 것이 무례하다고 배우며 자랐기에 아이에게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왔고 아이의 솔직한 표현을 인정해주지 못해왔다는 걸 알았다.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게 아니었다. 저자가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내 안에 있던 흐릿한 경계가 분명해짐을 느낀다. 그래서 저자가 소개한 이원영교수의 “자기 생각, 자기 노력을 인정해 주는 어머니는 아이의 마음에 자신감을 심어주게 된다”는 말씀도 와닿았다. 그리고 잔소리에 관한 글 중에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나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려는 의미로 잔소리를 한다...(중략)...경험은 그 성질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항상 옳다.”(197쪽)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의 대부분은 바로 이 ‘예방하려는 잔소리’였다. 불안감을 내려놓고 아이가 나쁜 경험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기로 했다. 말하기 전에 이게 잔소리인가 아닌가 생각을 하고 말을 했더니, 잔소리가 좀 줄어들었다. 당장 효과을 본 것이다!
저자의 큰 아이가 유명한 대학을 갔기 때문에 이 책이 출판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저자의 둘째 아이는 어땠는지도 궁금하고 큰 아이가 사회와 부딪히면서 생기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도. 혹은 아이와 엄마가 소신대로 공부해서 대학을 갔던 가지 않았던 자신의 일에 성취감을 느끼면서 살고, 삶을 긍정하며 실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이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결국 ‘매일 아이와 지지고 볶으며 사는’ 우리 모두의 양육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