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와서 아이와 함께 신나게
책 포장을 뜯었습니다. 아이는 본인 책이 두개라고 좋아하고 저는 이쁜 표지만큼 색다른 책 제목에 눈이 갔습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언젠가 티비에서 뵌 분이었습니다.
순간 “에잇..슬프고 싶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책으로 바꿔달라 해볼까?” 라고 생각을 하다가 일단 1부만 읽어보자 싶어서 책장을 그자리에서 펼쳤습니다.
5살 아이의 엄마가
병으로 이 세상을 따나시고 아빠 혼자 육아를 하면서 체험한 체험기이자 투쟁기(?) 였거든요.
같은 나이 아들을 둔 제게 그 분 이야기는 가슴을 치게만드는 정말로 슬픈 이야기이기만 할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부를 읽어내려가는데 이분의 정갈한 글솜씨에 반했습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깔끔한 문장력.
역시 기자분이라 다르구나 싶었어요.
아픈아내가 이식을 받으러 가고 곧
돌아오겠다고 아이와 약속을 했지요.그리고 예상치도 못하고 설명도 듣지 못한 아내의
죽음을 아내이자 엄마, 딸이자 며느리인 본인과 5살 아이,
그의 아빠와 주위 모든 가족이 맞게됩니다.
네,
이분들은 “당한”게 아니라 “맞으신 것 “ 같다고 느꼈습니다.
놀라고 서럽고 원통한 와중에서도 가족들
모두가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었고, 부당하다 여기는 병원과 이야기했고,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죽음을 잘 맞으시고 잘 보듬으셨습니다.
저는 이 당당하고 의연한 가족들의 강인함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2부는 연애시절, 그리고 평소 아내에 대한 회상 부분입니다.
자연을 좋아하고 아이에게 온전히 최선을 다하며 약한 몸에도 늘 육아에 최선을 다했던 아내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 아이가 간혹 묘사될 때마다 참 밝고 이쁘게 잘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아마도 그 기반은 아내의 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읽어가며 순간 순간 제 카카오톡 스토리를 읽어보았습니다. 아이가 신생아에서 영아, 유아로 자라나던 과정들을 이 분 처럼 저도 온전히 잘 누렸던가 생각하면서요.
3부는 아이의 심리치료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 정말 펑펑 울었네요."아이는 말로서 인지하기전에 분위기로 모든걸 감지해낸다는 이야기,엄마의 죽음에 대해서 아이에게 반드시 설명을 해줘야만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이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치유가 되는 이야기"그리고 특히 "아이가 반항할 때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이야기”
부분에서는 최근에 6살이 되고서는 제게 "반항"을 하는 제 아이가 생각이 났습니다. 퇴근만
하면 우리집에서 내게만 "땡깡"을 피우는 우리 아들이
왜 그럴까 했는데. 아마 제 아들도 제가 세상에서 가장 기댈 수 있는 언덕인가보다 생각을 하니 최근 아이에게
큰 소리 친 것들이 너무나 미안했습니다.다음날 일어나서 아이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공감하기"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신기한건 벌써 몇주째 그 이후로 아이와 싸울일 없이 잘 지내고 있네요. 공감의 힘인가봅니다.
4부는 병원과의 분쟁이야기 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보이면서
분노하다가도, 이게 분쟁인데 한편의 이야기만 듣고 결정할 수는 없겠다 싶기도 하고 마음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남편분의 용기와 노력,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그분의 욕심에 존경을 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5부는 육아일기입니다. 너무나 즐겁게,
눈물 핑돌게 짠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책을 다 읽으니 그냥 아주 정갈하게
차려진 한식 한끼를 잘 먹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슬픈 이야기가 이렇게 “희망”을 가득 담을 수 있구나 싶고, 남편분이 적으신 메모
중에 하나는 지금도 기억에 남네요.
"작년 피던 아름다운 그 꽃이 시들고,
이듬해가 왔는데, 이제 작년 그꽃을 찾기는 이제 그만하겠노라고,
새로 올해 핀 꽃,
그 꽃을 사랑하겠노라고..." (제가 해석해서 옮긴 건데 실제 글이 훨씬 좋습니다.)
그 꽃이 아들이고 이미 넘치게 잘 사랑하고
계신 모습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다시금 좋은 책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