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살아 움직일 듯한 어름치.
‘동강의 아이들’과 ‘영이의 비닐우산’등의 그림을 그리신 김재홍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셨다.
우리나라에만 사는 어름치는 물이 맑은 북한간 상류 내린천에 주로 산다. 수컷 주둥이에는 하얗고 좁쌀만 한 구슬돌기가 있다. 봄에 알을 낳는데 알을 낳고는 알탑을 쌓는다. 알탑을 쌓는 물고기는 우리나라에서 어름치뿐이다. 물이 얕은 여울에다가 밤에 알 터를 만들고 새벽까지 탑을 쌓는다. 장마 때 알탑이 쓸려 나가기 전에 새끼들이 깨어나야 하기에 다른 물고기보다 일찍 알을 낳는다. 어름치 새끼는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나면 알탑을 빠져나온다. 새끼 어름치는 하루살이 애벌래, 다슬기 등을 먹고 산다. 이렇게 어름치의 한 생애가 책에 담겨 있다. 어름치의 몸에 나 있는 무늬가 얼룩얼룩 호랑이 무늬 같기도 하여 호랑이 고기로도 불리고 지방에 따라 반어, 어름치기, 얼음고기, 아름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둘째가 책에 나온 강물에 사는 물고기들을 손으로 짚어 가며 뭐라고 쓰여 있는지 읽어 달랬다. 이제 조금씩 글자에 관심을 갖는 게 눈에 띈다. 어미 어름치가 알을 낳고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은 모습에서는 아이들이 “왜 죽어?”라고 물어봤다. “살아있는 것은 다 때가 되면 죽는 거야.” 죽음에 대한 대화는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어름치를 통해 생명의 한 살이를 돌아보게 되니 아이 책을 읽으면서도 경건해진다. 괜히 정감이 가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내겐 그런 책이다. 책 표지에 그려진 어름치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면서 ‘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야 할 텐데......’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