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함께 행복하면서도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어느 새 일 년이라는 육아휴직 기간이 다 지나가고 이제 복직이 코앞이다.
예정된 일이었기에 아기를 낳고 얼마 안되서부터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에 마음이 짠했는데 이젠 닥쳐온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아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다가 다행히도 맘에 드는 곳을 찾아서 올 1월말부터 보내고 있다.
3월에 복직이지만 아기에게 적응기간을 충분히 주어서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불안을 최소한으로 줄여주고 싶었고, 나 또한 한 번도 품에서 떼어놓은 적 없던 아기와 떨어져있는 마음의 훈련이 필요했기에 조금 일찍 보내기로 한 것이다.
고맙다고 해야 할까... 아기는 등원 첫 날부터 걱정과는 달리 나와 헤어지는 것도 잘 했고, 엄마없이 한 시간 반 남짓 보내는 시간도 잘 놀아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었다.
그러나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면 못해도 일 년 정도는 병치레를 한다고 하더니 3일째 되던 날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려 2주 정도를 고생했고, 이제 나았다 싶어서 다시 보냈더니 열감기가 걸려서 3일을 쉬고...돌때까지는 병치레를 하지 않던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적응기간을 충분히 갖고자 했던 내 의도와 달리 아이는 집에서 쉬는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며칠씩 쉬었다 가도 다시 적응을 잘 하는 편이었고, 담임선생님이 워낙 경력이 있고 능숙한 분이어서 잘 돌봐준 덕분에 점심까지 먹고 오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지난 주, 이제 곧 낮잠까지 재울 수 있으려나... 생각하며 아기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이 안내문 한 장을 건내주었다.
<전국 민간어린이집 휴원 안내문>
어린이집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보건복지부 규제에 반대하고 대책 수립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민간어린이집이 모두 일주일 동안 휴원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주일이라니... 2월달 보육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거면 뭐하러 일찍부터 보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의 근무시간이나 급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 아직까지는 휴직중이니 어느 정도는 여유있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만 만약 내가 복직한 후였다면 어땠을까?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있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그럼 난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고 마음이 심난스러워졌다.
이래서 직장맘들은 친정이나 시댁 가까이에 살면서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는가보다 싶었다.
나도 친정 가까이 이사 갈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걱정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날은 언제쯤 올까...
천진하게 웃는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심난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