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하기 빼기 개념 : 보통
학기 중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 강모씨 : "수학 시험 어땠어?"
. 개똥이 : "5개 틀렸어요!"
. 강모씨 : "그래? 문제가 어려웠나?"
. 개똥이 : "그래도 95점 이예요!"
. 강모씨 : "그래? 문제가 100개 였어???"
. 개똥이 : " 아니오~ 20개요"
. 강모씨 : "그럼 75점 인데?"
. 개똥이 : "그래요?"
그래서 '보통'인가?
학기 내내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 했던 담임 선생님이었기에 방학 숙제도 만만치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웬걸 없단다.
독서록, 받아쓰기, 일기... 아무것도 안해도 된단다.
녀석 신났다.
일단은 두었지만 '보통'이 마음에 걸리던 차에 외부에서 유입된 후 백지 상태로 먼지가 쌓인 수학 문제집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라도 해야지?
하지만 녀석은 "하기 싫다"를 연발 했는데, 어제는 정점을 찍었다.
아이 수학 가르치다 매일 울음과 고성으로 끝나서 결국 심리 상담까지 받았다던 후배의 경험담이 생각나기도 했고, 아이 앞에서 문제집을 쫙쫙 찢으며 "하지마!!! 안해도 돼!!!! 아무것도 하지마!!!" 소리 지르는 나를 상상하기도 했는데, 그건 어릴적 친정 엄마의 모습이기도 했다.
. 강모씨 : "엄마 그만 일어날까? 설거지도 못하고, 너 수학 푼다고 계속 대기하고 있잖아"
. 개똥이 : "엄마는 설거지 하는게 그렇게 좋아요?"
. 강모씨 :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거지!!!"
솔직히 설거지 싫어 했지만 출산 후 좋아 하는 일이 되긴 했다. 육아 보다 설거지가 편하고 성취감도 있었다.
요새도 그렇다. 개똥이 수학 문제 풀이 도우미냐, 설거지냐 선택의 기로에서 남편과 나 모두 설거지를 고른다.
문) 우진이는 우표 36개를 사서 쓰고 9개가 남았습니다. 그럼 몇개를 사용한 것일까요?
문제가 요구하는 풀이 과정은 이런 것 이었다.
. 36 - ? = 9
. ? = 36 - 9
. ? = 27
. 정답은 27개.
하지만 개똥이는 문제를 읽자 마자 이렇게 반응 했다.
. 개똥이 : "우표를 36개나 사려면 돈이 좀 들었겠네요 (시쿤둥~)"
. 강모씨 : "그러게"
. 개똥이 : "처음 부터 27개를 사면 되지 아깝게 9개나 더 샀을까요 (더 시쿤둥~)"
. 강모씨 : "(벌써 답은 아라꾼) 나중에 쓰려고?"
. 개똥이 : "그런데 우표를 27개나 뭐에 썼을까요 (매우 시쿤둥~)"
. 강모씨 : "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나?"
이런 문제를 계속 풀게 해야할까?
이거 문제집이 이상한거 아닌가?
의구심이 들면서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럼 이제 어쩐다?
집으로 방문하는 문제지 교사를 알아봐야 하나?
허허 이제 겨우 초2인데, '부족'도 아닌 '보통'이 이렇게 걸릴 줄이야.
흔들리는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