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4일.
육아휴직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복직을 할 때 아이 초등학교 입학에 대비한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이집은 3월에 시작하는데 중간에 들어가기는 어렵다 하여 돌도 안된 아이를 입소 시키고
1개월의 적응 기간이 있었고 4월에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있어 예정보다 빨리 복직했다.
보통 여자들이 일을 그만두는
시점이 임신, 출산 그리고 아이 초등학교 입학 전후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고 남겨 둔 육아휴직 기간은
그만큼 소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아휴직은 아이당 1년으로 2회에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아이 출산 후 8개월 그리고 이직을 하면서 1개월을 사용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미 2회에 나누어 사용했으니 이 일을 어쩐다? 출근길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나는 어쩌자고 그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귀하디
귀한 육아휴직 써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날리는구나.
올해 개똥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잔여기간이 남은 육아휴직을 포기하기가 너무 아까워 경영관리부에 사정 설명을 하고 육아휴직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담당자는 고용노동부에 문의한 결과를
공유했는데, ‘원칙적으로는 2회에 걸쳐 사용해야 하나 회사에서
횟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면 사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우리회사는 횟수 제한을 두지 않았고 입사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 가능하다.’ 만세 만세 만만세!
3월엔 프로젝트 중이라 프로젝트가
끝나는 대로 육아휴직을 하기로 마음먹고 혹시나 하고 고용노동부에 직접 문의를 해 봤다. 이미 2회에 걸쳐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90일 정도가 남았는데 사용 가능한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불가능하다는 답변. 일전에 회사 담당자가 문의한 결과는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확인 차 다시 문의한 것인데 정말 불가능하냐 문의하니
도울 방법이 없어 미안하다는 답변. 정말 아찔했다. 아 결국
안 되는 것인가? 이직하면서 사용한 1개월의 육아휴직이 뼈저리게
후회되었다. 그때 그냥 무급휴직할걸. 절망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못 잡고 있는데 고용노동부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아까 안내에 오류가 있었다며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고. 육아휴직은 가능하다고. 어휴~
3월이 지나면서 아이도 생각보다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아 육아휴직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으나 보통의 일하는 엄마들과 비교해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었던 나였기에
과감하게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나 아이 남편 그리고 도와주신 친정 엄마 4명은 지난 6년 동안 유기적인 협업이 돋보였는데 이번 육아 휴직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4명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90일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이지만 휴가를 포함하면 100일이 넘는 기간이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녀석의 투정은 하늘을 찌르고 나의 고성은 온 집안에 쩌렁 쩌렁 울린다. 육아는 끊임없는 숙제라고
생각했는데 숙제 할 시간이 늘어서 그런지 숙제도 더 많아졌다. 1주일에 1회 하던 청소는 1주일에 2회로
늘리려고 했는데 격일로 하고 있다. 잠시 나 자신과 아이 그리고 가족을 돌보는데 집중할까 한다. 아이 낳고 첫 100일처럼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고용노동부의 답변에 육아휴직이 취소될까 마음 졸이며 첫 주를 보낸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