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열이 났던 형민군. 39-40도를 넘나드는 고열이 나는데
너무 기분도 좋고 잘 놀고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해 합니다. 수다도 계속 떨구요.
10월이면 네 돌이 되는 형민군 요새 수다가 무슨 랩 수준이랍니다.
두 돌 무렵 말이 너무 늦다고, 무슨 문제 있는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던 그 때가
살짝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자동차를 무척 좋아하는지라 놀이도 모두 자동차 위주인데
오늘은 자동차들을 갖고 인형놀이처럼 하더군요. 형제가 없어서 혼자 다 해요.
'안녕, 나는 이마트에서 온 BMW야. 넌 누구니?'
'응, 나는 홈플러스에서 온 현대차야. 소나타라고 해. 근데 너 어디갔다 왔니?'
'웅, 뭐. 손님 좀 태우고 왔어.'
'손님 태우고 어디 갔다 왔는데?'
'응. 밭에 (^^;;). 그런데 밭이 너무 지저분했어. 진흙탕도 있고 무서운 공룡도 있더라구.
그래서 행복하지 않았어.'
(엄마는 웃겨서 넘어감)
'아, 그래? 그리고 또 어디 갔었니?'
'응. 또 다른 밭에 갔었는데. 거기는 깨끗하긴 하더라. 그런데 또 마녀가 있는거야.
그래서 또 행복하지 않았어.'
'아, 그래? 그럼 지금도 행복하지 않아?'
'아니, 다른 밭에 가니까 착한 주인이 있더라구. 그래서 행복해졌어.'
... 이런 수준입니다.
그리고 요새 '~ 만큼이나'라는 말을 잘 씁니다.
어제 열이 나서 목이 많이 뜨거웠는데 자기 목을 만져 보더니 그러더군요.
'엄마, 내 목이 까스렌지 만큼이나 뜨거워.'
그리고 재우려고 누웠는데 '엄마, 사랑해' 하면서 날리는 감동의 멘트.
'나는 엄마를 나비 만큼이나 꽃 만큼이나 사랑해. 엄청나게 예쁜 공주님 만큼이나 사랑해'
엄마도 형민이 아주 멋진 왕자님 만큼이나 사랑한다고 해줬더니 쿨하게 '고마워~'하더군요.
빨리 커서 어른이 되면 아빠가 되고 싶다는 형민군.
아빠가 되어 엄마한테 '여보'라고 부르고 싶다네요.
형민군의 수다에 하루에도 몇 번씩 웃다가 당황하다가 감동받다가 합니다.
한글을 알게 되면 더 시끄럽고 질문이 많아질 것 같아서
한글은 가능한 늦게 가르쳐 주는 걸로 형민 아빠와 합의를 봤습니다.
열감기를 잘 이겨내고 있는 형민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며
아빠가 의자를 만들어 줬습니다.
한참 뚝딱 거리고 두 시간 넘게 사포질을 한 결과 나무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멋진 원목 의자가 탄생했습니다. 옆에서 도와준(?) 형민군도 뿌듯해 했구요.
아빠 손목은 만신창이 ㅜ.ㅜ
의자 만들어 주는 아빠, 참 멋지지 않나요?
» 아빠와 아들의 의자 만들기
» 나무결이 살아 있는 튼튼한 원목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