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부터 연말연시까지 이어진 올해 6살 된 첫째 딸의 유치원 겨울방학이 끝났다.

그 나이땐 방학이란 말도 좀 어색하지만 방학이면 그냥 집이나 밖에서 신나게 놀고,

건강하게 있다가 다시 유치원 가면 될 것 같은데, 굳이 숙제란 걸 내 준 모양이다.

 

그 중에 방학기간 중 엄마아빠랑 지키기로 할 약속을 정하고,

날마다 잘 지켰는지 체크하는 페이지가 있었다.

일단 약속부터 이것저것 정하는데, 너무 지킨 게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놀고 난 장난감이랑 보고 난 책 정리 잘하기' 하나로 정하고,

프린트된 달력 양식에 잘 지킨 날 노란색, 못 지킨 날 파란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딸아이는 매일 노란색으로 칠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나이 또래가 대부분 그렇듯이 엄마아빠 이상으로 선생님을 좋아하고,

또 선생님 칭찬에 기분이 업되는 점이 있기때문에 아마 딸아이도 모든 날에

노란색을 칠해서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은 심정에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 엄마는 "정리 잘 한 날보다 잘 못한 날이 더 많은데, 파란색으로 칠해야

하는 날도 있어야지" 하면서 모녀간에 때 아닌 신경전이 벌어졌다.

심지어 해결이 안 날듯 싶은지 엄마가 "하루하루마다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 생각대로

색칠하기 할까?" 딸은 약간 마뜩찮지만 "응" 하고 동의를 했다.

처음 한 판은 딸이 이겨서 노란색을 칠했지만, 바로 다음 날은 엄마가 이겼기에

엄마는 파란색으로 칠하려고 하자, 딸이 과감하게 엄마 손을 잡으면서 노려본다.

"엄마가 이겼잖아, 엄마 생각에 이 날 서현이 승아랑 늦게까지 놀면서 정리 안해서

엄마가 막 소리쳤던 것 같은데...?" 그래도 막무가내 아무 말 없이 딸은 눈은 엄마 얼굴을,

손은 엄마 손에 쥔 파란색 색연필을 움켜지고 버틴다.

그런데... 그냥 옆에서 보고만 있으면 될 걸...괜히 아이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곧이 곧대로

"서현아, 그런데 아빠도 저녁 때 서현이랑 승아 보면 매일매일 정리 잘 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모두 노란색 칠하면 선생님께 거짓말 하는게 되버릴 것 같은데..."라고 한 마디 했다.

서러웠던지 갑자기 눈물, 울음 빵 터져 버렸다. 아차...!!!

 

바로 '뭐라고 달래지? 하지만 아빠로서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생각으로 왔다갔다... 일단 좀 울게 놔둔 후...눈물 닦아주고,

울음소리 잦아들자 얘길 꺼내봤다. 어디서 듣고 본 건 있어서, 일단 딸을 꼭 안아주면서

"서현아, 서현이가 모두 노란색 칠해서 선생님이 좋아하시고,

서현이도 선생님께 칭찬 받고 싶어서 그랬구나, 그런데 아빠는 그것도 몰라주고

거짓말 하는 거라고 해서 슬펐구나" 그러니 딸아이는 끄덕끄덕...

다음 말을 할까말까 망설이다 했다.

"그런데 서현이가 정말 방학동안 매일 정리 잘해서 약속을 지킨 다음에

매일 노란색을 칠해서 선생님께 칭찬받으면 훨씬 더 기분이 좋을 것 같애.."

딸은 듣는 둥 마는 둥...이 말은 앞으로는 정말 자신에게 떳떳하게 행동한 후에

정당한 보상을 받을 때 느끼는 감정이 솔직한 것이란 걸 알려 주고 싶어서 한 말인데...

이제 막 6살이 된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이른 개념 같은 것 같다.


돌이 켜 보면 숙제를 위한 숙제가 되어 개학 전날 부랴부랴 약속 만들어서

밀린 일기 쓰듯 할 게 아니라 미리 엄마아빠하고 정말로 지켜야 할 것들을 정한 다음

방학 첫날부터 매일 그날 행동을 생각하게 해서 직접 하게하는 실질적인 것이 되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아이가 더 많은 걸 느끼고, 경험하고, 속에 채우면서 조금씩 또 성장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아빠로서 정말 무심코 던진 말이 발단이 되어 많은 걸 생각하게 한 저녁이었습니다.

 - 아이에게 말할 땐 어른에게 말할 때보다 한 번 더 생각하자.

   아이들은 표현이 아직 서툴러도 듣는 것은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알아듣는 듯.

 - 유치원에서 뭘 하고, 어떻게 하는지 아빠도 좀 더 관심을 갖자.

   쪼잔해 보일수도 있지만 아이와 공감하고, 대화꺼리가 더 풍성해 질 듯.

 

참! 결론은 숙제 마감날일 이번 주 금요일 아침까지 딸아이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서

결정하는 걸로... 그냥 난감한 상황을 미루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이도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는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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