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이 있다.
이 모임에서 읽을 책은 순서를 정해서 추천하는데, 이외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추천 후 "덕택에 좋은 책 잘 읽었다"는 인사를 듣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닐때는 책의 저자도 아니면서 나를 비난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좀 먹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혼자 즐길 책 말고, 이 모임이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그런 책을 추천 하자는 요구가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 인가?


내가 추천할 차례가 되어 고민을 하다가 서이슬님의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
]을 맹렬하게 뒤져 '[어른책] 여성의 몸, 엄마의 몸'에서 <헝거, 록산 게이>를 찾아냈다.

원서로 소개를 했는데, 검색을 해 보니 마침 국내에서 갓 출판된 번역서가 있기에 망설임 없이 추천했다. 미투 운동이 한참인 요즘 남자 회원들에게 여자들이 겪는 고통을 공유하는 한편 그들의 견해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읽을 자신이 없었는데, 겨우 12세에 윤간을 겪은 그 사연을 어떻게 읽어 낼까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예상을 깨고 저자는 몹시도 덤덤하게 자신이 겪은 일과 그 이후의 일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포함해서 가족 누구에게도 수십년 동안 함구했다는 그녀.
심지어 그 일을 겪은 당일에도 집에 돌아가 평소처럼 행동했다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고교시절 부터 글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이 겪는 악몽을 고백했지만 그 상처를 온전히 치유받을 기회는 없었다.


마르고 예쁘장하고 똑똑하던 소녀는 자신의 몸을 다르게 만들기 위해 먹고 먹고 또 먹는다.

키가 190Cm인 그녀는 최고 260Kg을 넘기도 했다고. 책에서 저자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인물이 훤칠한 가족에 대한 언급이 있어 사진이 있기를 기대했지만, 마르고 예쁜 여자아이의 사진도, 인물이 훤칠한 가족 사진도, 끝까지 단 한장의 사진도 없었다.


12세에 겪은 일로 10대, 20대를 자신의 몸을 방치한 채로 살았지만 40대가 되어 치유의 시간을 가진 후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제는 허기가 덜 해져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겠거니 하였으나 그 또한 없었다.
오히려 책의 중반 이후는 덩치 큰 흑인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고충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녀의 방황 끝에는 언제나 부모님이 있었다.

그렇게 그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지 해 주는 부모님이었지만 그녀는 끝내 털어놓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부모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자의 글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 부모님은 특히 엄마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와 나는 앞으로 조카가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만약 우리 조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내 과거를 안다는 것을 알았고 엄마와 내가 참으로 비슷하다는 점에 감사했다. 진실을 돌려 말하는 것이 충분할 때도 있는 것이다." p.319


솔직한 그녀의 용기있는 고백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남은 그녀의 삶이 보다 평안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알게 모르게 유사한 일을 겪었던 사람들 또한 그 상처를 털어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동규 : ★★★★(3.9)
이 책은 몸에 대한 회고록이다.
12살 소녀의 삶이 부서졌다. 그리고 다시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그녀에게 음식은 희망이었고 폭식으로 만들어진 몸은 절망이었다. 큰사이즈의 몸은 자신을 지키는 요새였고, 또한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감옥이었다. 글을 읽다보면 작가는 아직도 그 시절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것 같아 안타깝다.


민아 : ★★★★(3.8)

책을 읽는 내내 다른 공간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저자의 아픈 경험과 그의 삶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피해자의 이후 삶과 행동에 대한 논리적 이해가 어려운 것은 여전히 나의 부족한 공감 능력과 편견으로 인한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그의 행동이 가해자들에게 자신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 또는 죄책감을 없애는 것이 아니었는가? 생각하며... 범죄로 인한 상처는 개인이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정의를 실현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임을... 저자가 완전히 떨쳐 일어나 그의 삶이 치유되기를 바란다.


상렬 : ★★★☆(3.5)

이 책은 록산 게이 인생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비포’가 있고 ‘애프터’가 있다. 몸무게가 늘기 전. 몸무게가 늘어난 후. 강간을 당하기 이전. 강간을 당한 이후.
개인적 경험을 통해 몸과 허기를 고백한다. 용기, 솔직 그리고 통렬하게 써내려간 자전에세이이지만, 진실을 아는 것과 진실을 믿는 것은 다르다. 구성에서 글을 절반정도로 축약하고, part별로 부제를 달아 설명을 하고, 폰트를 조금 크게 했으면...
글도 아픈데 눈까지 아픈 책이다.


성주 : ★★★☆(3.5)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다.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평생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절대약자인 흑인여성의 삶이 안타깝다. 또한 부모의 사랑과 많은 독서가 그녀를 치유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게 느끼게 하는 글이다.


형석 : ★★★★(3.8)

엄청난 상처로부터의 도피적 도구가된 몸과 육체, 사회적 편견과 정신적 허기에 대한 자전적 소설, 인생은 선택과 선택하지 못한 사건의 완성체.
페미니즘은 사회적 포용과 이해의 바탕을 통해서야 완성이 될 수 있음을 알게한다.


혜진 : ★★★☆(3.7)

저자는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상처를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보여주지도 가해자를 응징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도서_헝거.jpg

 

강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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