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놓고 부부 이야기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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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추적추적..오늘처럼 날씨가 구리구리 하던 날 결혼한 우리 부부.

어찌되었든 핑크빛, 이데아적인 희망을 품으며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허니문베이비인 꼬마가 생겨 정신없이 세 가족이 되었다.

 

우리 부부가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남부럽지 않을만큼 닭살이라는 "자기야"다..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학번이 같고, 친구도 겹치는 지라

"너"라고 부를 수도 "오빠"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그냥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기야"...로 남은 우리의 호칭은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 못해

오히려 "여보"가 닭살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남들보다 살갑게 부르면서 정작 마음의 거리는 아직도 많이 가까워지지 못했다.

우리 부부는 결혼생활 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차' 싶을 정도로..

허니문베이비 우리 꼬마 때문이었다.

결혼한지 3주만에 임신 소식을 들은 남편은 일단 생활습관은 거의 나에게 맞췄고,

집안일도 곧잘 도와주었다.

설거지, 분리수거를 곧잘 해내는 남편을 보며, 지속될 것이라 믿었고,

묵묵히 맛있다 먹어주는 식사도 까다롭지 않은 입맛이라고 굳게 확신했다.

 

그러나..출산 후..

산후 우울증을 남모르게 겪고 있는 나를 제일 힘들 게 한 것은

본래의 습성(?)으로 돌아간 남편이었다.

흔히 듣는 남의 편인 '남편'화가 되어 가기 시작했다.

분리수거&청소는 원래 안하고, 울어제끼는 아이를 데리고 차려낸 저녁 식탁에선 까다로운 평가를 받아야 했다.

 

우리는 성격과 생활습관의 차이를.. 진작에 '부부싸움'을 하면서 맞춰나갔어야 했다.

임신기간과 출산 그리고 처음 해보는 육아 덕분에

싸워서라도 조율했어야 할 그 갈등은 항상 순위가 밀리다가

급기야 그냥 서로의 가슴속에 묵히고 말게 되었다.

'내가 참고 말지'와 '침묵의 일주일'이 동반되는 시스템이 우리 부부 사이에서

작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잘 지낼 때야 상관없었지만, 계속 쌓이고 쌓였을 것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냥 서로에게 다른 형태의 상처로 남아 있다.

 

나는 말이 너무너무너무 없고, 시댁일은 혼자 처리해버리고, 친정일은 묻지도 않는, 가부장적이고, 게으르( tv만 보는)면서, 피곤에 쩔어 입맛이 까다로운 남편의 단점이 너무너무 싫었다.

남편은 장인어른의 살뜰한 집안 챙기기와 항상 비교하는,

뭐 그리 갖고 싶은 것도 많은(그는 제가 뭐 예쁘다..그러면 사달라는 걸로 생각합니다),

화가나고 불만이면 입을 닫아버리는(들어주지 않아선데), 뭐든지 아이만 챙기는 것 같은(그래서 자신의 서열을 3번으로 만들어버린) 내가 싫었다.

 

아마도 우리 부부의 서로에 대한 불만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혼 이후, 한번. 단 한번 크게 고성이 오고간 부부 싸움에서 나는..한 마디도 못했다.

평소 말이 드럽게도 없는 남편이 계속 입을 닫기만 하길래, 일단 먼저 얘기하라고 종용했다.

남편은 감정에 복받쳐 다다다다- 내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점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오해와 치졸한 물어뜯기도 있었기에 반론을 하고자 했지만 저지 당했다.

"지금은 못 듣겠어. 다음에 말해"

그리고선 주로 갈등 위기에 택하는 '자리 피하기'권법으로 싸움의 끝을 맺었다.

 

아직도 그 날의 부부싸움에서 얻은 나의 억울함과 황당함은 변론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싸움으로 얻은 이해는 억울함과 황당함의 댓가치고는 썩 훌륭한 것 같다.

남편이 그나마 조금더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화가 날 때 조금씩 더 부드러운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신혼도 아니고, 아이가 7살이 되어 가는 이 마당에 아직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아직도 조율이 덜 된 우리는

미숙한 부부다..

 

때론 너무나 전쟁같아서, 때론 홀로 선 것 같이 먼 우리 두 부부의 사이를

조금씩 좁혀 나가기 시작한 6년차 겨울..

 

성숙한 어른으로 합리적 인간으로서 상의 해가며 서로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부부들이

참 부럽다.

실컷 싸워둘 걸 그랬다.

안싸우고 할 수 있음 금상첨화지만,

하지만, 난 앞으로도 싸우자고 할 것 같다.

다소 거칠게 느껴질 지언정,

말안하고 지내온 5년보다 크게 한 판 자잘하게 몇 판 싸운 올 한해가 더욱 사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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