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모든 빛이 모이는 땅

 

얼마 전 여행에서 돌아온 후 딸아이가 이렇게 물었죠.

"아빠, 몽골에 말 백 마리도 넘어?"

"응"

"진짜 많다!"

"아빠, 몽골에 낙타 백 마리도 넘어?"

"응"

"와,엄청 많다."

"내년에 서령이하고 같이 가서 낙타 타고 말탈 거야."

 

여행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딸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데 딸아이가 선생님을 보자 대뜸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내년에 아빠랑 몽골 갈거예요."

 

글쎄. 딸아이와 그곳에 가고 싶은 이유는 제 욕심 때문이죠. 제가 그 땅을 좋아하니까. 딸아이와 끝없이 펼쳐진 초원도 보고 바람도 맞아 보고 말도 타 보고 사막에도 가고 낙타도 타 보고 싶은 거죠. 나그네를 홀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별똥별 보며 소원을 빌고 싶은 욕심도 있기는 하죠. 이러다 보니 욕심 목록이 점점 늘어 나네요.

 

이번 여행은 뭐랄까 여행이라기 보다 고행길에 가까웠죠. 14박 15일 동안 몽골 서부 비포장길 2,700킬로를 횡단했는데, 몽골의 길이라는게 우리가 아는 비포장길과는 확실히 다르죠. 아침 9시 출발, 저녁 9시 도착. 텐트 야영과 하루 세끼 우리가 해먹는 게 기본. 항가이, 알타이 두 개의 산맥을 넘고 오트공 텡그리, 뭉흐 하이르항, 참바가라브 세 개의 성산을 지나는 동안 초원, 숲, 스텝, 사막까지 몽골의 모든 지형을 관통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무슨 거창한 탐험이라고 한 것 같지만 다만 보통 여행보다 좀 힘들었다는 정도죠.

 

백문이불여일견. 사진 맛보기를 할까요.

 

푸르공.JPG

 

몽골 여행을 가면 늘 길을 따라 달리죠. 유목민처럼 그렇게요. 수도 울란바토르를 빼면

대부분 이런 흙길이죠. 몸에 익숙해 질 때 쯤 여행이 끝나요.

 

길에서 쉬기.JPG

 

차에서 하는 일은 세 가지. 수다를 떨거나 보드카를 마시거나 잠자기.

그러다가 허리가 아프면 차를 멈추고 쉬죠. 이날 사막지대를 통과했는데 하루 종일 차 몇대를 만났을 뿐이죠. 이렇게 넓은 길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곳.

 

길건너기.JPG

이 정도 냇가는 기본이죠. 때로는 도로가 끊겨 강으로 건너고 산사태로 알타이 협곡길이 끊어져

다들 돌치우고 한바탕 난리를 친 다음 길을 가야 했죠. 물론 늪에 빠지기도 했고요. 몽골에서는

아는 길도 물어 가야죠.

 

길.JPG   

멀리 차 한 대 보이시죠. 화성이 아니라 알타이 산맥에 있는 성산 뭉흐

하이르항산에 갔다 내려오는 길이죠.

 

 

그럼 몽골 길은 이만 맛보기로 하고요. 다음은 몽골 초원으로 들어갑니다.

 

초원.JPG

세상의 모든 빛이 모인다는 땅 몽골. 그곳에 가면 꼭 저녁빛을 느껴보세요.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무지개.JPG

몽골에 갈 때마다 무지개를 보는데요. 이번에는 작은 무지개입니다. 알타이 산맥의 고원이죠.

참 몽골에서는 한국을 코리아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솔롱고스, 바로 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르죠.

왜 이렇게 부르는 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사막의 저녁.JPG

고비 알타이 사막에서 만난 해넘이. 이날 텐트에 도마뱀도 들어와 놀랐지만

사막에서 보는 별이 참 맑더군요. 별똥별도 여럿 봤는데 사실 별똥별 볼 때 소원을

빈다는 게 참 어려워요. 결국 소원을 빌지 못했죠.

 

우렉호수.JPG

몽골에도 호수가 있어요. 그것도 크기도 참 크고 아름답기도 무척 아름답죠. 초원에 물이 적은 이유가 호수로 물이 모여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이곳은 유렉호수라는 곳이죠. 가장 아름다운 빛은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마지막 빛의 잔영이 하늘에서 사라질 때더군요.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사진 왼쪽 중간에 아주 작은 점 하나가 샟별이고 아래쪽 호수에는 샛별의 빛이 어리고 있죠.

 

 

사람들은 말하죠.

"몽골은 별이 주먹한 하다면서요?"

"썬글라스를 끼고도 별이 보인다면서요?"

 

정답 : 주먹만 하지 않다. 다만 선명하게 많이 보인다. 썬글라스를 끼고도 별이 보인다.

그래요. 몽골하면 사람들은 초원, 말, 별을 떠올리죠. 이번 여행에서도 매일 밤 별을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냇가에 비춘 별빛은 잊을 수가 없어요. 그럼 같이 보시죠.

냇가의 별.JPG

촛점이 안맞기는 했지만 느낌이 오시죠.

 

그리고 달도 보통 달이 아닙니다. 그 넓은 처원을 교교하게 비추더군요.

별을 잘 보려면 그믐에 맞춰 가세요.

그럼 이제 달빛도 한 장.

달.JPG

달빛을 받는 차는 푸르공이라는 차죠. 러시아에서 시베리아에서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원의 강자죠. 모든 것을 잘 만들었는데 사람이 탄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말이 전합니다.

 

 

몽골 사람들에게 꽃이름을 물어보면 이렇게 답하곤 하죠.

"노랑꽃 보라꽃 하양꽃"

그들에게 꽃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꽃이라고 부를 뿐이죠.

이름을 부여 받든 아니든 꽃을 보면 즐겁습니다.

고원의 꽃.JPG

 

 

이제 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고비사막을 횡단한 라인홀트는 이렇게 말했죠.

"세상에서 유목민만큼 사람을 환대하는 사람들은 없다"

몽골 유목민 뿐이 아닙니다. 세상의 유목민들이 그렇습니다.

몽골 여행의 꽃은 그들의 집 게르를 방문하는 거죠.

 

한 번은 우리 일행이 날이 저물어 한 게르에 들려 곁에 야영을 해도 괜찮겠냐고 물었을 때

그 집에는 사춘기 소녀와 동생들 뿐이었죠. 그 소녀는 거리낌 없이 말했죠.

"그럼요.

게르를 방문할 때마다 그들은 음료인 수테차, 아이락, 먹을 거리인 아롤과 빵을 내놓습니다.

우리들은 게르를 떠날 때 의약품과 아이들 학용품을 선물하죠.

유목민의 환대.JPG

아롤, 빵, 타락이라는 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뜨끈한 수테차로 피로를 녹이죠.

 

 

이제 초원의 동물 말과 염소입니다.

말잡기.JPG

말잡는 도구인 오르가로 말을 잡으려고 합니다. 세 살이 된 말은 선택의 기로에 섰죠.

세살  때 길들이지 못하면 영원히 길들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말도 세 살이 중요합니다.

 

염소.JPG

염소는 초원에서건 산악에서건 잘 자라죠. 하지만 식물을 뿌리까지 먹어

치우죠. 사람들은 캐시미어를 얻기 위해 염소를 지나치게 많이 키워서

사막화의 원인이 되었다네요. 염소에게 사막화의 원인을 돌리지만 진짜 원인은

염소가 아니라 당연히 사람이죠.

참 염소는 싸움을 잘 해요. 함부로 다가가면 진짜 큰 일 납니다.

 

 

마니차.JPG

아이가 쇠통을 돌려요. 운동기구처럼 보여도 중요한 불교 의식구입니다.

마니차라는 것인데 한 번 돌리면 경전 한 번 읽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몽골은 종교를 그렇게 엄격하게 가르지 않아요. 이 신도 믿도 저 신도 믿고

하는 다신교적인 입장이죠. 멀리 몽골 제국 시대 때 대칸은 "진리에 이르는 길은

여러가지다"라고 선언했다죠.

 

오트공과 신상.JPG

멀리 몽골 제일의 성산 오트공 텡그리가 보여요.

몽골 사람들 신앙의 중심이죠. 몽골 사람들은 이 불상이 있는 곳까지만 오고 대부분

발걸음을 돌리죠. 여기에서 그들은 오체투지를 하고 아이락을 뿌리고 향을 피우죠.

우리는 외국인이라 더 들어갈 수 있는데 관리인들은 이렇게 말했요.

"산 아래 있는 호수까지만 가야하고 그 호수에 손을 닦으면 안되고 떠 먹을 수만 있어요."

 

 

그리고 몽골 여행의 기쁨인 초원에서 만난 아이들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놀기 노하우가 한 몫했죠.

오토바이를 탄 아이.JPG

걸음마를 배우기 전에 말타는 법을 배운다지만 이제는 오토바이 타는

법을 먼저 배우네요. 이 아이도 저 혼자 오토바이에 오르고 내렸죠.

 

양을 보여주는 아이들.JPG

이날은 몽골의 축제인 나담때였죠. 한 게르를 찾아갔을 때 아이들이 제 손을 잡아 끌더군요.

그러더니 상자에 갇힌 어린 양을 보여 주었죠. 몽골이나 우리나라나 아이들은 같죠.

 

물수제비.JPG

한 게르를 갔을 때는 내 손을 잡아 끌고 자기 장기인 물수제비를

뽐내는 아이도 만났지요.

 

탄광촌의 아이들.JPG

늘 아이들과 친해진 건 아니죠.

여기는 몽골의 소수민족 카자크족 아이들인데 제가 다가가자 경계를 했어요.

아이들처럼 냇가도 들어가고 했는데 아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제가 낯설었는지

횡하니 가버리더라고요. 이 아이들은 정착민이었는데, 갑자기 유목민의 정서와

정착민의 정서가 다르다는 걸 알았죠.

 

양잡기.JPG

몽골 아이들 이러고 놀아요. 놀이가 생활이고 생활이 놀이죠.

이날 어린 양들이 고생 깨나 했어요.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양을 따라 다녔죠.

 

델게르.JPG

유렉 호수에서 만난 아이 델게르가 그린 풍경입니다.

산 정상에 보이는 자국은 만년설이죠.

일곱 번의 몽골 여행 가운데 가장 예쁜 눈빛을 한 아이였습니다.

나중에 유렉 호수에 가면 다시 만나겠죠.

 

아이들.JPG

이 아이들을 만난 건 참바가라브 산에서 야영을 할 때였죠.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데 아이 넷이 손에 뭔가를 들고 우리에게로 왔죠.

가까이서 보니 수테차 한 병과 유제품이 아롤이었죠.

우리를 손님이라 여긴 게르의 부모가 아이들에게 들려 보낸 거죠.

이들의 환대가 고마웠고 쭈볏쭈볏하면서도 당당한 아이들의 모습에 놀랐죠.

가장 어린 아이는 다섯 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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