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를 심었습니다.

가족 조회수 5816 추천수 0 2013.05.15 16:13:54

고추밭 주위로 사과꽃이 만발하고 잘 정리된 밭에 고추를 심는 풍경은 참 평화롭습니다.

단, 우리집안 일만 아니라면!!

고추 2.jpg » 사과꽃이 만발한 것이 저는 그저 예쁘기만 한데 아버님은 이제부터 사과농사 시작이라고 더 힘을 내십니다. 농촌의 가장 바쁜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려 나흘에 걸쳐 고추를 심었습니다. 주말에는 친척들이 와서 도와주었고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오롯이 우리 식구들만 심었습니다.

어쩌자고 일이 이렇게 커져버린건지... 아버님 어머님 아주버님이 안계셨더라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습니다.

저는 출퇴근하는 나일롱 시골 아줌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밭에 출근해서

주로 부엌일을 하고 밭 일도 조금 도왔습니다. 서울내기 치고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말을 들었구요. 결혼 후 매년 내려와서 고추 심는 일을 도왔지만

이제 저희가 주도해서 해야하니 책임감도 막중하고 어떻게든 빨리 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그리고 이제 시골 어린이가 다 된 형민군.

밭에는 재래식 화장실밖에 없는 관계로 신호가 오면 밭 한 구석, 또는 산기슭,
아님 아무데서나 땅을 파고 응가를 합니다. 토욜에도 산밑에서 볼일을 보던 형민군,
근처에 파리가 왱왱거리자 뒷처리 해주려고 지키고 있던 아빠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아빠, 파리는 내 똥이 달콤하고 맛있나봐~" ㅎㅎ
그래, 그런가봐~

산에서 뻐꾸기 우는 소리가 들리니 화들짝 놀라며
"엄마, 뻐꾸기 우는 소리 들었어? 지금 몇시라고 우는거야? "
형민아, 너 뻐꾸기 시계밖에 몰랐구나.

더워서 헥헥거리며 일하다가도 형민이 얘기가 나오면 다들 너무 좋아 하십니다.
이렇게 사랑받는 아이라는걸 형민이가 커서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어려울때면 마음의 힘이 되도록 말이죠.

 

이 평화로운 시골에서 형민이도 고추도 쑥쑥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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