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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운 일곱 살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에는 미운 여섯 살, 미운 다섯 살, 미운 네 살이라고도 일컫는 모양입니다. 네 살만 되엉도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거나, 제 멋대로 한다고 고집을 피우곤 하지요. 직장인 송인희(가명·36)씨는 요즘 여섯살 난 딸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딸이 의식적으로 엄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딸아이는 엄마가 ‘가’를 물으면 대개 ‘나’라고 대답하는 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송씨가 “오늘 유치원에서 누구랑 놀았니?”하고 물으면, 딸은 “배가 고파. 밥 줘”라고 엉뚱한 답변을 합니다.



대답 회피하는 아이의 행동은 지극히 당연



 지난달 14일, 베이비트리 게시판에 이런 비슷한 류의 사연이 올라왔습니다. 다섯 살 난 여자아이인데, 친구가 낸 얼굴 상처에 대해 “친구가 왜 그랬을까?”라고 물으면, “아빠, ~하고 놀자”라고 질문과 상관 없는 대답하기도 하고. 얼굴에 난 상처의 원인에 대해, 엄마와 아빠에게 다르게 대답하는데, 그 심리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행동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일단 이 경우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부모의 질문에 대답을 피하거나, 동문서답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부모를 향한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한 애정 결핍이 원인이거나 자녀의 발달·정서·언어 장애에 대한 이상신호라고도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은 지극히 그 나이 또래에 있을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입니다. 4~7살 아이들의 반항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죠. 오히려 이때는 충분히 반항적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베이비트리 게시판에 올라온 아이의 사연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아이의 경우, 아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하는 이유는 아이 스스로 유치원 친구 얘기를 부모에게 해서 그것 때문에 유치원 사회에서 자신 스스로가 어색 또는 불편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염두한 행동으로 봐야 합니다. 아이들 역시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경우라는 것이지요. 부모에게 혼이 날까봐, 걱정할까봐, 근심거리가 될까봐, 친구가 한 일을 이야기했다가 친구와의 사이가 불편해질까봐, 자신의 활동에 제약을 받을까봐 등의 판단을 해서 자녀가 대답을 회피한 경우라고 보여집니다.

 

 베이비트리에 올라온 사연 말고도, 4~7살 아이들 중에서 이처럼 부모의 말에 동문서답을 하는 사레가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제 큰 6살 난 큰 딸도 그렇습니다. “오늘 친구랑 뭐 하고 놀았니?”라고 물으면 “엄마, 놀이터에서 놀래” “아빠 언제와?” 등의 대답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취재 중에 전화 통화를 한 **병원 홍보과 직원도 자신의 5살 난 자녀가 그런 행동을 한다고 알려주시더군요.



자녀의 행동보다는 부모의 평소 대화법 점검해야



 



 자녀가 이런 행동을 보일 때, 실은 이런 자녀의 행동보다는 부모의 행동이 더 문제라고 합니다. 자녀의 단편적인 행동만 가지고, ‘나쁜 행동’이라거나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거나 애정 결핍이나 불만의 표현, 정서 장애 등으로까지 원인을 의심하는 것 등입니다. 부모들은 대개 자녀가 반드시 ‘자신의 질문에 100% 대답해야 한다’고 단정해서 생각합니다. 그런데 부모들의 이런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합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를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이런 행동 대부분은 정상적인 행동”이라며 “부모들이 착각하는 것은 내가 질문했을 때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치원 다녀오면 질문에 대한 대답 말고도 자신이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수 있다. 당장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플 수 있는 거다. 이 나이 또래만 되어도 자신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전달할 능력이 있고, 대답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판단도 가능하다. 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대답을 안하는 것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한 방법일 수 있다.”

 

 만약 자녀가 부모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자주, 그것도 주기적으로 회피한다면 부모와 자녀의 대화 습관을 한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대개 둘 사이의 잘못된 대화 습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자녀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느냐, 즉 ‘경청’하는 태도를 견지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안동현 한양의대 한양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관점에서 말을 들으려 하기보다 본인들의 관심사만 묻는 경향이 있다”며 “평소 자녀와의 관계나 대화 습관을 돌아볼 것”을 주문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들으려 하지 않고, 아이는 관심이 통 없는데도 다짜고짜 자신의 관심사만 자녀에게 물어본다.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얼마나 들으려고 했던가. 혹시 자신이 일방적으로 질문을 한 경우였을 수 있다. 이런 대화법이 가장 나쁘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이런 엄마의 질문이 사실 관심도 없고, 피곤하고, 대답도 하기 싫은 거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엄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녀온 자녀에게 “너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유치원에서 뭐 배웠니?” “누구랑 물었니?” 등을 묻게 마련입니다. 반면 아이 입장에서는 오늘 하루 일과가 잘 기억도 않고, 관심도 없고, 하루종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있다보니 피곤하고 배도 고픈데 엄마가 자꾸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하거나 자신을 더욱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또한 부모의 평소 말투가 핀잔 또는 빈정 형이거나, 어설픈 충고나 질책, 판단 위주였는지도 한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말에 이런 투로 말을 하게 되면, 아이가 아무래도 ‘미주알고주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하고 입을 다물게 되지요. 해봤자 손해니까요.



동문서답 습관, 들어주고 놀아주면 대부분 해결





 자녀의 이러한 동문서답 습관은 부모가 충분한 관심을 주고, 놀아주고, 평소 눈을 맞추며 대화를 즐기면 대부분 해소됩니다. ‘왜 그랬니’ ‘그러면 안되지’  ‘이렇게 해야 한다’ 같은 질책과 충고보다는 ‘그러니’ ‘그렇구나’ ‘재미있었겠구나’ 등 자녀의 말과 행동에 동의하거나 맞장구쳐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정신과 교수는 “자녀가 원할 때 부모가 즉각 말과 행동으로 반응해줄 필요가 있다”며 “간섭과 참견보다는 자율성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이처럼 현명하고 올바른 대화법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이들한테 관심을 충분히 주고, 아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놀아주면 아이도 이에 맞춰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언어발달과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

   아이가 지금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아이 중심의 대화법을 견지해야 합니다. 아이의 관심에 부모가 코드를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질책하거나 충고하거나, 간섭하거나, 이유를 따져붇는 질문 형태도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자녀의 ‘동문서답’ 행동이 부모 등 특정인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면 이상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발달이나 사회적 민감도(사회성), 언어·인지 이해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원인일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유치원 선생님 등 객관적으로 아이의 행동을 볼 수 있는 사람과 상의를 해한 뒤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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