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기가 엄마 아빠와의 일상적인 대화는 알아듣는 것 같다.
대답을 잘하는 걸 보니 그렇다.
물론 긍정에는 '네~~' 부정에는 '(찡그리며 우는 소리로) 흐흥~~'
두 가지만으로 의사를 표현할 뿐이지만 ^^;;
달 전에는 '오늘도 일찍 자자.'했더니
우렁차게 "엉~~!"하는 게 아닌가.
아빠가 '엉은 반말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큰 소리로 "응~~!"
도대체 반말을 어디서 배웠을까.
우리는 부부간에 서로 존대한다.
아기가 온 후로 TV도 내다버렸다.
'응'이나 '엉'이라고 반말을 할 만한 사람의 왕래도 거의 없었다.
고민 끝에 아기 아빠가 세운 가설이 가칭 '자연반말설'이다.
존대말은 부자연스럽다.
한국어 언어 환경에서 자라면 반말을 배우는 게 정상이다.
아기가 말을 배우는 걸 봐도 그렇고
외국인이 한국어 배우는 걸 봐도 그렇고
다른 언어에 존대말이 드문 걸 봐도 그렇다.
즉 존대말은 일반적인 언어의 공통성과 달리 특이하게 인위적인 거라서 애써 배워야 하니 어렵다.
심지어 한국인에게도 어렵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남편은 맞장구쳐주면 꼭 한 발 더 나간다.
예전에 드라마 『추노』에서 좌의정이 "나는 이만 가셔야겠네"처럼
자기 자신조차 높이는 건 사실 그는 아무도 존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지금 그 상품은 없으세요"처럼
도대체 뭘 높인 건지 알 수 없는 말투가 유행하는 것도
사실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언어가 판을 치게 되니
오히려 바른 존대법을 구사하면 공손하지 못하다고 폄하되기도 한다.
흐트러진 존대법이 어서 제자리를 찾아서
자령이는 상호 존중하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말은 청산유수다.
나한테나 좀 잘하고 그런 말씀을 하시든가...
144일.
예비군마저 끝나고 민방위 훈련을 다닌지가 언젠데 아직도 깔깔이를 즐겨 입는
아기 아빠는 저 머리가 멋지단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