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빠까지 학대.. 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
...... 숨진 여학생은 가정이나 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보호받지 못한 채 비참한 죽음을 맞았습니다.
- MBC뉴스 남궁욱, 2019.05.01 기사에서
의붓아버지에게 살해된 아이의 기사를 접하면서 한없이 나오는 한숨과 꺼질듯한 마음이 무얼까, 힘든 이 마음은 무얼까 헤매다 적어보았습니다. 이렇게라도 아이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잊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장 많이 사랑해줄거라 믿었을텐데
가장 아껴줄거라 기대했을텐데
그나마 안전할거라고
그래도 괜찮을거라고
따라나섰던 길이
너의 마지막 나들이였구나
부모라는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고통스럽게 상처받았던 아이야
잔인하게 죽어간 소녀야
많이 아팠지 많이 두려웠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너의 아픔에
너의 두려움에
너의 간절한 부름에
세상은 손 잡아주지 못했구나
손 잡아주지 않았구나
이 세상 이 사회에
어른이라 이름 불리는
한 사람으로
한없이 부끄럽다
한없이 미안하다
네 목소리는 작았어도
네 절규는 간절했을텐데
온갖 폭력에 시달리며
참담하게 마주했을
너의 시간 안에
너의 곁에
어른은 없었구나
몹쓸 말과 행동을 퍼부었을
덜 자란 어른만이
추한 욕구가 앞섰던 어른만이
이 모두를 막아서주지 못한
어른들만이 있었구나
아이야 미안하다
소녀야 미안하다
5살 고준희를 떠나보내고도
이리 너를 떠나보내고도
여기 이곳이 달라지지 않을까
두렵구나
너를 잡어주지 못했던 손
지금 깍지 끼고 잡아본다
제발 아이를 살려달라고
우리 아이들 그냥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두려운 마음 앞세우고
미안한 마음 앞세우고
지금 두 손 꼬옥 붙잡아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