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에 미치는 바이러스의 영향 구체적으로 밝혀지 않아
단, 동물실험 결과 바이러스 태반 통과해 유산 증가시켜
임신부, 수족구병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
“큰 애가 수족구병에 걸렸는데,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까지 감염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큰 애를 격리시켜야 할까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지은(32)씨는 전국적으로 영유아 수족구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다섯살 난 첫째딸 은서가 수족구병 진단을 받았는데,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보니 뱃속의 둘째아이한테 혹시나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김씨는 7월24일 출산을 앞두고 있다.
김씨뿐 아니라 임신 상태에 있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족구병의 전염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 제일병원 한국마더세이프 전문상담센터에도 최근 수족구병 바이러스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묻는 임신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육아 관련 사이트에도 임신부들이 수족구병 전염을 우려하는 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임신부들에게 수족구병은 과연 안전할까. 한국마더세이프 전문상담센터 한정열 센터장(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아직까지 수족구병 바이러스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며 “하지만 일부 연구 결과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에서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과해 유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심장기형, 호흡부전, 신경발달 지연과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다”며 “임신부는 가능한 수족구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족구병은 주로 콕사키 바이러스 또는 엔테로 바이러스 등 장내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여름과 가을철 생후 6개월에서 6살 사이에 주로 발생하는데, 3~5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손가락과 발가락, 팔과 다리, 입안의 잇몸과 혀 등에 물집과 수포, 궤양의 증상을 동반한다.
대부분의 임신부는 수족구병 증상이 있어도 미열 정도로 경미하게 지나가서 가벼운 감기 정도로 알고 넘어가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수족구병 원인 바이러스가 뱃속의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수족구병은 현재까지 예방백신이 없다. 따라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 예방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수족구병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대변이나 호흡기 분비물(침, 가래, 콧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외출 뒤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해야 한다. 특히 놀이방이나 유치원 등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집단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환자가 발생하면 집에서 쉬도록 격리해야만 전염을 막을 수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