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우유 선택법’ 기사, 그 이후
80여 가지 기준 지켜야 인증, 안전 그물 촘촘
칼슘과 단백질 등 영양은 일반우유와 엇비슷
지난달 ‘우유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네…현명한 우유 선택법’(http://babytree.hani.co.kr/archives/3692)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우유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이라 많은 분들이 기사가 도움이 됐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나간 뒤 한 독자분께서 “유기농 우유는 우유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동물(소)보호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인터넷 기사를 봤어요. 정말 유기농 우유가 일반 우유와 같나요? 그렇다면 비싼 값 주고 일부러 유기농 먹을 필요가 없을 거 같은데... 유기농 우유에 대해서도 좀 더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우유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도 넓은지…
우유를 취재하면서 전 우유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도 넓은지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우유 하나를 선택할 때도 그냥 업체에서 권장하는대로 남들이 먹는대로 사먹는 분이 계시는가하면, 꼼꼼하게 이것저것 따지면서 선택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우유와 관련된 단체도 기관도 많고, 우유에 관련된 정보도 다양했습니다. 우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기능성 우유가 쏟아져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소비자가 판단을 잘 해야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선 유기농 우유를 먹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시는 부모가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유기농 우유에 관련해 이것저것 알아봤습니다. 취재 결과 ‘유기농 우유를 아이에게 먹이는 것이 필수이다, 아니다 '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우유를 어떤 목적으로 먹을 것인가, 부모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 또 부모의 주머니 사정은 어떠한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모가 선택해야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유기농 우유와 일반 우유가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지 짚어보고, 유기농 우유를 바라보는 관점들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유기농 우유, 일반 우유와 어떤 점이 다른가?
유기농 우유는 품질 관리 측면에서 일반우유보다 좀 더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우유는 축산물가공처리법령에서 규정한 집유의 기준, 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 등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유기농 우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육성법령에서 규정한 까다로운 인증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현재 친환경축산물에 대해서는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축산물’ 두 종류로 인증을 내주고 있는데, 유기농 우유는 ‘유기축산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유기농 우유를 살 때는 유기축산물이라는 인증마크(사진)를 확인해봐야 한다.
목초지, 방목장, 2급수 이상 물 등
유기축산물이라는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사료 및 영양관리·사육장 및 사육조건·가축의 선택 및 번식 방법 ·동물복지 및 질병관리 등 약 80여가지에 이르는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기준들을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소에게는 유기농산물을 먹여야 한다. 합성화합물이나 항생제, 합성살균제, 성장촉진제 및 호르몬제 등이 사료에 첨가되서는 안된다.
젖소 한마리당 최소 916㎡ 이상의 목초지 또는 사료작물 재배지를 확보해서 풀을 키워 먹여야 한다. 가축 한 마리 당 축사 면적도 일반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축사보다 넓어야 한다. 젖소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방목장이 있어야 하고, 2급수 이상의 생활용수 사용, 중금속 토양 오염 기준 등도 만족시켜야 한다. 이외에도 운송, 도축, 가공 과정의 품질관리 측면에 대한 기준도 까다롭다. (친환경인증 기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naqs.go.kr/serviceInfo/serviceInfo_02_01.jsp?uci=&uci_title=&num=2)
엄마들이 유기농 우유를 선택하는 것은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바로 항생제나 성장촉진제 등 잔류물질에 있어 유기농과 일반 우유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인증 심사는 1년에 1번, 사후관리는 불시에
김동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소비안전과 주무관은 “일반우유는 안전성에 기초한 기준을 적용해 평생 먹어도 이상이 없다고 과학적으로 알려져 있는 기준을 만족시키면 되지만, 유기농 우유는 항생제 등이 원칙적으로 불검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특별하게 허용하는 경우라도 일반 허용 기준의 10분의 1 이하로 검출되야만 유기농 우유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반 우유도 항생제 등 잔류물질 정도가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유기농 우유는 좀 더 엄격하다고 보면 된다.
단, 여기서 알아둬야 할 것은 모든 유기농 우유에 대해 인증기관에서 일일히 항생제 검출, 불검출 여부를 매번 검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업체에서 알아서 하고 항생제 검출, 불검출 여부를 업체는 기록해놓는다. 업체는 이 기록을 인증심사할 때 제출하고, 인증기관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 확인하는 체계다. 유기농 축산물 인증 심사는 1년에 1번하고, 사후 관리(불시에 예고 없이 검시하는 것)는 1년에 두 번 정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유기농 관리 체계가 허술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유기농 우유를 바라보는 관점들
유기농 우유는 이처럼 품질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우유보다 1.5배~3배 비싸다. 그런데 우유를 칼슘과 단백질 등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 먹어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나 소비자의 경우,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굳이 유기농 우유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정훈 하정훈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유기농 우유와 일반 우유는 칼슘이나 기타 무기질에 있어 영양학적으로 그리 큰 차이가 없다”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굳이 유기농 우유를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이왕이면 유기농 우유를 먹으면 좋겠지만, 일반 우유라 할지라도 영양성분에 있어 큰 차이가 없고 안전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평소 아이에게 저지방 우유를 먹이고 있는 주부 손아무개(33)씨도 “유기농 우유 값이 일반 우유보다 비싼데 영양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고 하니 일반 우유를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은 것보다 원치 않는 것 먹지 않게
유기농 우유를 선택해서 먹는 사람들의 경우 영양적인 측면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유기농 우유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섭취하기 보다는 필요 없거나 원치않는 성분을 먹지 않아도 되며, 자원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기때문에 선택한다는 입장이다.
유기농 농산물을 유통하는 ‘한살림’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김현경씨는 유기농 우유를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몸이 안좋은 사람이 약품에 의지해 병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건강하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가축도 마찬가지다. 일반 관행 축산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관행 재배된 사료를 먹고, 동물 의약품에 의지해 사육되고, 도축 되기 이전까지 동물의 복지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소는 늘상 과도한 스트레스와 병 질환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 약품 투여량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토양-사료-가축-젖-소비-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관행농은 이러한 관계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젖소의 건강문제, 즉 식품의 안전 문제는 도축되는 순간까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반면 유기 축산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생겨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에 중점에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유에 잔류하게 되는 (의)약품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 사료 역시 안전한 유기농 사료만을 쓴다. 국외에서처럼 100% 방사는 어렵지만 사육 환경 역시 쾌적하게 유지하여 소들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힘쓴다”
생태친화적인 소비로 지구 환경 고려도
유기농 우유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또 고려하는 것은 바로 친환경성이다. 생태친화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지구 환경을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 그런 방식이 자신에게도 가장 이롭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유기 축산의 경우 젖을 짜는 것과 별개로 축산 분뇨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데, 100% 퇴비로 만들어져 논밭으로 돌아간다. 유기 축산이 아니라면 분뇨 속에 항생제를 비롯해 화학 약품 성분이 잔류하게 돼 퇴비로 만들 수 없고, 별도로 고가의 하수처리를 거쳐 방류해야 한다. 이러한 하수 처리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외에도 유기 축산이 이뤄지면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제초제를 비롯해 각종 농약과 동물의약품, 유전자조작의 개발·제조·살포·투여 등의 공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투입된다. 이러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어서 기후변화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 결국 선택은 소비자 몫
‘유기농 우유가 비싼 만큼 더 좋냐’ `유기농 우유가 필수냐, 선택이냐'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 몫이다. 좀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고 싶다면 일반우유보다 비싸더라도 유기농 우유를 사먹을 수 있따. 만약 주머니 사정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일반 우유라고 해서 우리 몸에 위해한 것은 아니다. (우유가 몸에 좋냐, 안좋냐의 논란은 제쳐두고의 얘기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유기농 소와 유기농 우유의 다른 점 유기농 소와 유기농 우유는 다르다. 송아지가 태어난 이후 6개월이 안된 시점부터 유기농으로 키우기 시작해서 24개월을 유기농으로 키워야 유기농 쇠고기라 인증한다. 그러나 우유는 그렇지않다. 우유를 짜기 6개월 전부터 유기농으로 관리를 하면 된다. 왜 그러는 것일까? 매일유업 상하공장 낙농팀 이규희 대리는“쇠고기의 경우는 고기 자체에 축적되는 비유기적 물질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유기적으로 관리를 해야하지만, 우유의 경우엔 우유를 짜기 6개월 전부터 유기적으로 관리를 하면, 우유를 생산하는 세포조직이 유기적으로 바뀌어서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송아지 때부터 유기농으로 관리하게 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해 유기농 우유의 경제성이 없어지고, 어린 송아지에게 먹일 유기농 사료 공급 체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유기농 우유는 어떤 방식으로 생산될까? 일반적으로 송아지가 태어나서 14개월 정도 지나면 임신시킨다. 소의 임신기간은 280일(10달 정도)이다. 따라서 송아지가 태어나서 24개월이 되면 송아지를 낳게 된다. 소 역시 사람처럼 송아지를 낳아야 젖이 나온다. 결국 송아지가 태어나서 24개월이 돼야 젖을 짤 수 있다. 송아지가 태어나서 16개월 정도 됐을 때 임신을 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임신을 했다고 알려지는 16개월 때부터 유기사료를 먹이고 유기축사로 옮겨 관리를 해 우유를 생산하게 된다. 즉 우유를 짜기 6개월 전에 유기농으로 관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보통 송아지를 낳은 뒤 10달 동안 우유를 짜고, 두 달 동안 쉬게 한다. 송아지를 낳은 뒤 두 달 뒤에 또다시 임신을 시키고, 10달 동안 배가 불러 있는 동안은 유기농으로 관리를 한다고 한다. 한 마리의 소는 평균적으로 송아지 2.5마리 정도를 낳고 도태한다.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있는 고기는 젖소 고기가 되는 것이며,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고기는 육우라 부른다. 이렇게 해서 쇠고기는 한우, 육우, 젖소 고기 3가지로 분류된다. 양선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