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참여] 퍼즐 한번 해보세요

자유글 조회수 6334 추천수 0 2010.05.27 16:24:01
 혹시 엄마들만 써야 하는 코너라면 그냥 패스해도 좋아요. 

저는 올해 서른일곱. 결혼한지 꼭 1년 되는 새내기 주부입니다.

아직 ‘엄마’는 아니지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남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결혼하다보니 결혼하기 전엔

 ‘언제 시집 가냐?’는 말에,

지금껏 아이가 없다보니 이제는 “아직도 소식 없냐?”는 말에

스트레스도 상처도 많이 받았답니다.

더구나 결혼 직후 산전검사를 하다 난소에 혹이 있어 수술까지 했던 까닭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게 제 탓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오며가며 인사로 건네는 말에도

신경에 날이 서고 우울해지곤 했었죠.

돌이켜보니 결혼 후 6개월쯤에 이런 우울함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99℃쯤 데워져 있는 물처럼

조금만 열을 받아도 팔팔 끓어오르곤 했으니까요.

화 난 이유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사소하고 유치할 때엔

일부러 이유를 찾아가면서까지 화를 내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저녁식탁에서의 작은 말다툼 끝에 저는 방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죠.

그 바람에 사흘 동안 열심히 맞춰 침대 옆에 세워 두었던 퍼즐이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져 버렸답니다.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사람처럼 난데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방바닥 위로 뚝뚝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떨어진 퍼즐들을 주워 모았습니다.

그러다 거의 본능처럼 퍼즐을 다시 맞추고 있는 저를 발견한 거죠.

얼마쯤 지났을까요?

그렇게 멍 하니 퍼즐을 맞추고 있는 사이

머리 꼭대기를 뜨겁게 달궈대던 화도 서서히 가라앉고 호흡도 느려졌습니다.

신기할 만큼 고요해진 방 공기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한 줄기 지나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너무 조용했던지 방문을 가만히 열어보던 남편도

어느 새 옆에 와서 퍼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이 경험이 저를 많이 바꾸어 놓았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화가 나거나, 혹은 화나기 직전 짜증이 몰려오거나,

심한 분노로 몸이 떨리거나,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

방 한구석에 가서 조용히 퍼즐을 엎어 다시 처음부터 맞추기 시작합니다.

무슨 특별한 생각을 하거나 숨을 고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처음부터 익숙한 조각에 눈을 맞춰가며 퍼즐을 완성해 갑니다.

화내고 신경질 부리는 건 퍼즐 맞추고 조금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며

길게는 10분, 짧게는 5분 정도 이러고 있다 보면

진짜 화내야 할 일, 화를 내서 해결될 일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화가 날 때 무엇으로든 잠시 그 흐름을 끊어주는 것.

그래서 스트레스 상태를 한꺼번에 날것으로 드러내지 않고

잠시 시간을 가지고 표현하는 게 제 경험으론 훨씬 이로운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방법을 익혀가며 조금씩 더 행복해지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아이가 없지만 언젠가 엄마가 되면

우리 아이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쉽게 화내거나 짜증내는 일이 없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그 첫걸음에 베이비트리가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요.

아참! 퍼즐 없는 회사에선 어떻게 하냐고요?

핸드폰에 있는 스도쿠 월드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퍼즐이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일이 드물어질 만큼

평화롭고 행복하답니다.

곧 좋은 소식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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