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입을 옷에, 네가 덮을 이불에 고운 햇볕 냄새를 가득 담고 싶었는데, 연일 비가 오는 바람에 선풍기 바람으로 겨우 말렸다.
아빠가 깨끗이 빤 시트로 갈아씌우는 동안
아이는 침대 위에 있는 이불이며, 배게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난간을 잡고 방방 뛰며 신나게 논다.
"준영아, 태희가 태어나면 이 침대에서 잠을 잘거야."
"태희 방, 태희 침대"
외우기라도 하듯 아이가 여러번 따라한다.
첫째를 출산할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병원과 조리원에 있는 동안 외가에 있을 아이 짐을 따로 챙겨야 한다는 것.
왼쪽 녹색 가방이 준영이, 오른쪽이 나와 태희 것
첫 아이를 낳기 직전에는 뭐랄까, 무척 비장했다.
빨래 건조대에 널려 있는 아이 옷만 봐도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기도 했다.
짐을 싸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집을 청소하면서 '내가 과연 살아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자주 했던 것 같다.
출산 이후의 과정에 대해 정확히 모르던 그 때는 출산 자체가 가장 큰 일이었으므로.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는 건 매한가지다.
두 아이를 동시에 키워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하루 종일 엄마 품이 필요한 신생아와, 엄마와 함께 하길 원하는 큰아이 사이에서 난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까.
아이가 하나일 때, 하나부터 열까지 남편이 함께 했어도 분명 버거운 순간들이 있었는데, 앞으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저 그때보다 두 배의 혼돈이려니 하고 있다.
그러나 2년 간의 엄마 노릇으로 깨달은 게 있다면,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의젓하다는 것.
그러므로 엄마인 내가 할 일은 아이의 몸이, 행동이 하는 말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라는 것.
아이는 아이 스스로 속도에 맞춰 자라게 되어 있다.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그 기쁨의 시간, 쪽잠과 비몽사몽과 젖물림의 시간을 감사와 기도로 잘 보내고 싶다.
아이들은, 그 시절은 분명 나를 더 자라게 해 줄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