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봄, 학교 커플로 시작해 지금까지 14년을 함께해 온 남편이자 친구, 지금은 동업자에 공동 양육자, 때때로 웬수인 이 남자와 나에겐 오래된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그의 손톱 발톱 깎아주는 일.
언제부터 그 짓(?)이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아무튼 우리가 함께해 온 시간만큼 꽤 오래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의 손톱, 발톱은 생김새가 꽤 독특하다.
예쁘고 안 예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 끝으로 오목하게 들어가는 맛이 없이 뿌리부터 바깥쪽까지 일자로 쭉 뻗은 데다 뚝뚝하기까지 해서, 깎다 보면 꼭 몇 개는 아래 받쳐둔 화장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튀어나간다.
남에게 손톱, 발톱을 맡기는 게 굉장한 믿음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안 것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8개월 무렵부터였을까.
배가 쑥쑥 커지기 시작하자 내 의도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볼록 나온 배 위로 음식물을 질질 흘렸고, 양말을 신고 벗는 일, 특히 발톱 깎는 일이 힘들어졌다.
그 때 난 그를 부려먹을 좋은 기회가 온 줄 알았다.
그리곤 그 앞에 당당히 손톱깎기와 발을 내밀었다.
그런데 남에게 내 발톱을 맡기는 일이 이렇게 공포스러운 것이었다니...
그의 뭉툭한 손이 내 발가락을 잡는 순간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툭툭 발톱이 잘려나가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내 발가락도 그렇게 될까봐 겁이 났다.
그도 매번 나와 같은 느낌이었을까 궁금했다.
대개는 즐겁게 임하지만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내가 깎아 준다고 할 때 거절할 때, 그래서 내가 원하지 않을 때 깎아 달라고 요청해 올 때.
그때마다 나는 그것이 대단히 귀찮은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퉁퉁거리지만 앞으로도 이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그가 내 뒤에 앉아 허리를 감싸 안고 내 등에 기대는 편안함이 좋고, 평소에 제대로 살필 기회가 없는 그의 발을 조물락거리는 느낌이 좋다. 무엇보다 내게 발톱을 맡겨주는 마음이 고맙다.
둘째 아이 37주차.
난 다시 한 번 스스로 발톱을 깎기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중이다.
아래로 축 쳐진 아이 때문에 다소 자세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내가 내 발톱을 깍는 건 당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라기 보다, 내가 능숙해진 때문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