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71686501_20140701.JPG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혁신학교인 보평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5월 31일 음악시간에 장구를 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함께하는 교육] 혁신학교가 궁금해요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압승하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혁신학교란 학생·학부모·교사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창의적 교육을 실천하는 공교육 정상화 모델이다.

“혁신학교는 시험이 주관식이라 평가기준이 모호하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손해를 볼 거다.” “학교 분위기가 너무 자유로워 아이들이 멋대로 굴 거다.” “수업이 느슨하고 공부를 ‘빡세게’ 시키지 않아서 대입 때 불리할 거다.”

회원수 6만5000명이 넘는 포털 다음의 ‘파파안달부루스’란 학부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교육감 선거가 있던 지난 4일 게시판에 올라온, 혁신학교 교육 효과에 의문을 표하는 글의 조회수는 2500건, 댓글은 40개가 넘었다. 회원들은 주변에서 들었거나 직접 겪은 경험을 동원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부 학부모들의 우려에 “아이를 직접 보내고 있는데 학교 분위기 좋다”, “입시 경쟁을 너무 의식하고 불안해하면 아이를 혁신학교에 보내기 힘들다”는 반박글이 달렸다.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압승함에 따라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혁신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실질적인 정보는 찾기 힘들다. 서울·경기 지역 혁신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과 혁신학교 관계자를 통해 궁금증을 풀어본다.

공립학교 중에서 지정해 운영 
학부모 스스로 학교운영위 꾸려 
학교·교사별로 수업방식 자율화 
평가는 성적표 대신 관찰보고서로 
초등교는 정원없이 학군제 운영


혁신학교는 대안학교다?

혁신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대안학교는 기존 제도권 학교를 벗어난 곳으로 특별한 목적을 갖고 운영한다. 대안학교는 의무교육기관이 아니므로 학비를 내야 한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교육과정을 마음대로 편성한다. 혁신학교는 공교육 기관으로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지정·운영한다. 한마디로, 혁신학교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모델이다. 대안학교는 공교육 기관이 아니다.

서울 강동구 강명초 이부영 교육과정 부장은 “일반인들이 혁신학교를 대안학교와 헷갈리는 이유는 혁신학교가 기존 공립학교와 달리 새롭고 다양한 수업 방법을 적용하기 때문”이라며 “단 혁신학교도 국가수준교육과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므로 교과목과 수업일수, 이수 시수가 일반학교와 같다”고 설명했다.


혁신학교는 학부모 참여 활동이 의무다?

혁신학교의 학부모 활동은 ‘자발성’에 기반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인수위원회 박신영 상근 전문위원은 “가령, 급식봉사나 녹색어머니회 활동 등 학부모의 강제적 참여활동이 없다”며 “학부모회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상당수 초등학교에서는 아버지회도 조직돼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일반학교 운영위원회 참여 학부모들은 아이가 ‘볼모’로 잡혀 있다는 생각에 학교 눈치를 보며 거수기 구실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학급 반장과 임원 엄마들만 대접받거나 그들의 입김으로 학교가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혁신학교에서는 학부모들 스스로 준비위원회를 꾸려 임원 구성이나 정관을 만든다.

서울 도봉구 북서울중에 다니는 중2 학부모 박인숙씨는 “학부모들끼리 서평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선생님도 함께한다. 쿠킹클래스는 자격증이 있는 학부모가, 탁구는 체육교사가 빈 수업 시간을 이용해 알려준다”고 했다. 박씨는 특히 공개수업을 마음에 들어했다.

“학기에 한번 이틀 동안 각각 오전, 오후 시간에 공개수업을 한다. 학부모들은 원하면 다른 반 수업도 다 참관할 수 있다. 예전 학교의 공개수업은 미리 짜놓은 각본에 따라 해서 딱딱하고 기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긴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말을 안 들으면 공개수업인데도 교사가 애들을 야단친다. 아이들도 공개수업에 익숙해서인지 학부모들을 의식하지 않는다.”

김영희(43)씨는 혁신학교를 찾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은평구 진관동으로 이사했다. 아들은 은빛초 4학년에 재학중이다.

“엄마들끼리 영화제를 준비해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준다. 아버지회는 아이들과 캠핑을 가거나 학교 벤치를 직접 만들어준다. 대개 학부모들은 학교 일에 나서야 교사가 내 자녀에게 더 관심 가져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은 교사들이 애쓰는 걸 보고 도와주고 싶어서, 모든 아이들을 기쁘게 한다는 생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140412609637_20140701.JPG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혁신학교 수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혁신학교는 배움 중심,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지향한다. 교육청이 수업방식을 일괄적으로 정해주지 않는다. 교사들이 연수나 공동 수업 연구를 통해 학교별 또는 교사 재량으로 수업 모델을 만든다.
가령, 발도르프(개별 학생을 고려한 전인교육으로 공작·원예 등의 체험활동이나 예술교육이 상당 부분 차지), 에포크(주요 과목을 매일 오전 두 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3~5주간 수업하는 것), 배움의 공동체(일본 도쿄대학 사토 마나부 교수가 창시. 모둠별 협력수업을 하고 교사들이 서로 수업을 공개해 교수법 연구) 등 선진국의 수업 모델을 자율적으로 적용·구현한다.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수업 연구에 참여하고 새로운 수업 모델을 적용하는 건 아니다. 기존의 방식이 낫다고 판단하면 그 틀 안에서 작은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서울 강명초 3학년 학부모인 성기주(39)씨는 “아이들은 수업 시작하자마자 ‘아침 열기’라는 시간을 갖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매일 한편의 시를 낭독한다”고 전했다.
이 학교는 80분 수업하고 30분 쉬는 ‘블록수업’을 한다. ‘초등학생에게 80분 수업은 힘들지 않을까?’ 의문을 가졌지만 성씨는 공개수업을 보고 기우였음을 알았다.

“집중력이 떨어질까봐 수학·체육 혹은 국어·음악교과를 합쳐 통합수업을 하더라. 교사들은 매일 두 시간씩 회의를 하며 교과과정 내에서 학습 내용을 재구성한다. 수업을 직접 봤는데 숫자 배울 때는 박수는 1, 왼팔은 2, 오른팔은 3으로 정해 몸동작으로 익히고 구구단은 뜀뛰기를 하며 배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면서 수업 80분이 금방 지나갔다.”


지필고사 대신 주관식 평가를 한다는데?

혁신학교는 지필고사 대신 자주 단위평가와 논술·수행평가 등을 실시한다. 혁신학교 준비교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초 이중현 교장은 “지필고사는 결과 중심의 양적 평가로 아이들을 서열화한다”며 “혁신학교에서는 단순히 몇 점을 맞았는지가 아니라 학생이 얼마나 노력하고 성장했는지 격려하기 위한 평가를 한다”고 강조했다.

“점수로 비유하자면 90점이면 잘하고 50~60점이면 부진아라고 낙인찍지 않는다. 90점 받은 학생은 늘 90점이었고, 다른 애는 30점 맞다 70점을 받았다 치자. 이때 70점 맞은 아이는 굉장히 성장한 거다. 혁신학교는 지필고사 대신 교사들이 관찰보고서를 쓰거나 아이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논술평가 등 다양한 평가계획을 세운다.”

학부모 성씨는 아이들이 뭐가 부족한지, 어떤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단원평가 방식을 만족스러워했다.

“시험을 보면 성적표가 집으로 와야 하는데, 아이는 별표가 그려진 시험지만 가져왔다. 선생님은 아이가 주눅들지 않도록 틀린 문제를 찍찍 그어대지 않고 별표를 해줬다. 틀린 건 다시 알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해주고 얼마 뒤 똑같은 시험을 다시 한 번 봤다. 무조건 달달 외워서 높은 점수 받는 것보다 학습 효과가 큰 거 같다.”

물론 성씨와 다른 생각을 가진 학부모도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백점 맞은 시험지가 집으로 안 오니까 우리 애가 잘하고 있는지,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안 된다며 막연한 불안감에 공부를 많이 시키는 학교로 옮기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주입식이 아닌 학생의 창의력·자발성·의지를 중요시하는 게 혁신교육의 핵심인데 바로 효과가 안 나타나자 조급해하는 부모들도 있다는 것이다.


혁신학교 졸업하면 대학에 잘 갈 수 있나?

올해 초 첫 졸업생을 배출한 혁신고인 삼각산고의 경우 306명 가운데 4년제 대학에 79명, 전문대 89명이 모두 희망 전공분야로 합격했다. 김정안 삼각산고 혁신기획부장은 “전체 지원자 중 80%가 입학사정관제로 들어갔다. 학교가 강북에 있어서 강남에 있는 학교나 특목고랑 비교하면 정시합격률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 흥덕고는 작년의 경우 졸업생 116명 중 112명이 대학에 입학했고 올해는 졸업생 225명 중 157명이 대학에 들어갔다.

보통 혁신학교는 초·중학교는 선호하지만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 때문에 망설이는 학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고등학교도 혁신학교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길러진 아이의 창의력도 아깝고 갑자기 일반학교에 가서 지식만 따지는 지필고사를 보면 혼란이 올 것을 우려했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혁신학교에 다니는 게 자녀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혁신학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학부모 박씨는 혁신학교에 관한 책을 읽고 서울 노원구에서 도봉구로 이사했다.

“알아보니, 이사 가려는 아파트 단지가 넓어 혁신중학교와 일반중학교 두곳으로 나눠 배정됐다. 부동산중개소에 가서 상담받은 뒤 혁신학교 바로 옆 단지로 이사해 원하는 곳에 배정받았다.”

성씨는 “이사 전에 주민센터에 가서 주소지를 어디로 해야 내가 원하는 학교로 배정되는지 물어봤다”며 “혁신학교 때문에 이사 온 사람이 많아서 전셋값이 1년에 1억씩 올랐다. 오른 전셋값을 못 버티고 이사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모든 혁신학교 근처 땅값이 오르는 건 아니다. “집값 변동은 거의 없었다”고 답한 학부모들이 더 많았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초반에 비해 혁신학교가 많이 늘어 지금은 집값 변동이 크지 않다.

초등학교는 동네마다 학교가 정해져 있는 ‘학군제’로 운영된다. 따라서 특정 학교에 입학하거나 전학하려면 그 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는 주소지에서 살아야 한다. 초등학교는 정원 제한이 없지만 중·고등학교는 정원 제한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몰리면 안 받아 줄 수가 없다. 혁신학교도 보통 한 학급당 25명의 정원으로 운영하길 권장하는데 일부 혁신학교는 전입이 많아 한 반에 33~34명까지 이른다. 서울의 한 혁신초등학교 교사는 “전학 상담 전화가 오면 오시지 말라고는 말씀 못 드린다. 대신 교실 규모는 작은데 32명 정도가 모여 공부해야 하니 이 점을 감안하시라고 설명한다”고 했다.

혁신학교마다 학생 전입 상황이 다르므로 이사 가고자 하는 지역의 교육지원청이나 해당 학교에 직접 문의하는 게 좋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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