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출격기

자유글 조회수 3340 추천수 0 2014.06.27 15:52:59

D-30. 태권도를 시작하고 빨간 띠로 승진한지 어언 두어 달.

이제는 품띠에 도전해야한다는 관장님 제안.

관장님 曰, “국기원 6월에 갈래, 8월에 갈래?”

(사실 다른 아이들 모두6월 계획이라 8월은 옵션도 아니었음)

꼬마 대답, “........8월요.”

 

예민한 성격에 도움되라고 태권도장에서 받아주는 나이가 되자 마자부터

부지런히 보내오고 있는 엄마에게도 이정표 삼을 수 있을 희소식이었건만,

이 녀석 대답 좀 보게!

 

신경 크게 쓰지 않고, 6월에 가노라 답변드린 후 얼마 있어 과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꼬마가 국기원 가기 싫고 두려워한다고, 집에서 용기를 주라고....

 

꼬마들에게 부담스럽고 두려운 일이라 많은 아이들이 긴장한다고 한다.

그럴테지.

나름 큰 무대인데, 경험 없는 녀석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대화를 통해 알아본 꼬마의 속마음은 이랬다.

 

국기원에 가려면 태극 1,2,3,8장을 다 외워야 하고, 겨루기를 해야 하는데,

1. 나는 지금 태극 1장도 못외웠어요. 다 못외우면 어떡해요. 그러면 떨어지잖아요.

2. 겨루기 하다가 맞으면 어떡하죠. 다른 사람 때리면 안된다면서요.

 

 

엄마의 설득.

 

1. 앞으로 한 달 간 노력을 해보자.

관장님한테 잘 외우는 법을 물어보고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계속 노력해보자.

그럴 리 없지만, 그러고도 못해서 떨어지면, 그래도 괜찮다.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다면 괜찮다.

 

2. 겨루기는 정정당당하게 태권도 기술을 써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것이라,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아니다. 이건 게임이고 룰이다. 마음껏 겨뤄도 된다!

사범님도 그러셨다. 코피 뽝~! 괜찮다고!!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달콤한 유혹.

이 모든 과정을 노력하고 최선을 다 하고 나면,

떨어져도! 최선을 다했다는 이유만으로

니가 갖고 싶은 선물 한 가지 사주기 소원을 들어주겠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엄마가 알 것이고, 선물은 없다.

정말 한 달 간 아이는 열심히 노력했다.

처음에는 걱정을 달고 살더니, 외워가는 태극장이 늘어갈 수록 걱정은 줄어들었고,

 

D-4. “엄마 나 다 외웠어 이제”라며 의기양양해 했다.

그리고 국기원 심사날.

심사예정 시각에 맞춰 갔는데도 (꽤나 비싼 심사비는 어따 쓰시는 것인지) 냉방도 안되어 덥고,

지연시간은 2시간을 넘어섰다.

 

짜증이 밀려 올 때쯤 아이들은 대기실로 들어갔고 심사가 진행되었다.

꼬마는 긴장했는지, 말도 많아지고 팔다리도 가만 두지 못했다. ^^;;

 

하지만, 눈치껏 품새 시범도 잘 해내고,

겨루기도 언제 울먹거렸냐 싶게 앞차기 옆차기 오른발 왼발.. 귀엽게 잘 해냈다.

 

품새.JPG

 

씩씩하게 국기원 심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토이저**에 들러 원하는 장난감도 두 개나 받아냈다.

목표를 한 가지 세우고, 정해진 기간 동안 열심히 노력을 했고, 천 여명이 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이 노력한 바를 과감하게 해내는..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

너는 ‘품띠’ 따고 공룡을 얻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선물해 주고 싶었던 것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었단다.

이 작은 출발이 앞으로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었길 바래.

 

꼬마군!

겨루기에서 보여준 깨알발차기.

너무 귀여웠다 ^^

큰 무대(라고 말하기엔, 나의 시선이 너무 고슴도치 엄마 같지만)에서

용기내어 선빵!날린 너의 발차기였지.

그게 엄마에겐 첫 번째 태동같은..올해의 가장 큰 선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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