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0987801_20140812.JPG »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이 운영하는 재난·가정 안전체험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제공

[함께하는 교육] 이동형 교육 서비스 인기

버스, 트럭 등 대형 차량을 교육용 버스로 개조해 어린이, 학생들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교육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 기회가 부족한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이동형 차량 교육 프로그램들을 살펴봤다.

너비 2.5m, 길이 10m 남짓의 공간에 13명의 아이들이 누웠다. 아이들은 4~5명씩 짝을 지어 두꺼운 흰 종이를 이어 붙여 만든 이불을 덮었다. 폭이 좁은 공간이라 아이들이 모두 누우니 전체 공간의 절반을 차지했다. 서로 맞닿은 발로 장난을 치느라 키득거리는 사이 불이 꺼졌다. 이내 공간 뒤쪽 빔 프로젝터에서 나온 빛이 아이들이 덮고 있는 흰 종이를 비췄다.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의 뮤직비디오가 종이 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천장에 붙어 있는 검은 거울을 통해 종이에 반사되는 영상을 보며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예술체험을 제공하는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버스에 올라탄 초등학생들의 모습이다.


00510932101_20140812.JPG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버스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문화 소외지역 아이들 찾아가는 예술정거장

지난 4일 오전 10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서암리 홈마트 앞 주차장. 알록달록한 45인승 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버스 앞쪽에는 무지갯빛 바람개비가 꽂혀 있었다. 이날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풋풋풋풋 버스옵스큐라’ 프로그램에 참가한 김포 꿈동산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왔다. 간단한 안전교육 뒤 본격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에 대한 설명부터 들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캄캄한 암실 한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오면 뚫린 면의 맞은편 쪽에 거꾸로 상이 맺히는 현상을 뜻하는 미술 관련 용어다. 버스 창문 가운데에는 가로·세로 약 7㎝인 정사각형 너비를 제외하고 얇은 검은 필름이 붙어 있었다. 아이들은 수업을 진행하는 예술 강사들과 함께 버스 안으로 빛이 완전히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에 검은 천과 종이를 붙였다. 곧 버스 창문 쪽에 뚫린 작은 틈으로 빛이 들어오자 흰 종이가 붙은 반대쪽 벽면에 버스 밖 건물 풍경 등이 거꾸로 보였다. “우와!” 아이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교육순서에서는 야광 재료를 활용한다. 버스 안에는 형광색을 더 잘 보일 수 있게 하는 블랙라이트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강사는 아이들에게 형광 팔찌를 하나씩 나눠주고, 블랙라이트를 제외한 불을 모두 껐다. 버스 안에 그려져 있는 별과 성 모양의 그림들이 밝게 빛났다. 강사와 아이들은 야광 재료를 이용해 서로의 얼굴과 몸에 그림을 그렸다. 팔에 글씨를 쓰기도 하고, 얼굴에 고양이 코와 수염도 그렸다. 버스 안이 왁자지껄해졌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미디어아트 작가 김용현씨는 “이 기회를 통해 많은 아이들이 예술적 상상력을 얻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버스 안을 예술가가 작업하는 공간처럼 꾸몄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아무개(10)양과 이아무개(9)양은 “벽에 구멍이 있는 종이만 붙였을 뿐인데 바깥 풍경이 거꾸로 반사되어 보이니 신기했다.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며 “나중에 또 형광놀이가 하고 싶을 것 같다”고 했다.
 

00510928901_20140812.JPG » 경기북부청소년성문화센터 ‘딸콩달콩’이 운영하는 성교육 버스 ‘큰키나무’의 수업 장면. 경기북부청소년성문화센터 제공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버스 
전국 보육·노인복지시설 돌며 
별빛첨성대 등 예술 프로 진행

성교육교실 변신한 45인승 버스 
교통안전 교육장이 된 4.5톤 트럭 
재미있고 유익한 체험 기회 제공

어린이·노인 대상 맞춤형 예술교육 호응 좋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arte.or.kr)이 주관하는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아동보육시설이나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문화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7월15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어린이 양육시설 ‘안양의 집’부터 운행을 시작해 전국을 누비는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은 총 석 대다. 1, 2호차는 어린이, 3호차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1호차는 경기·충청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풋풋풋풋 버스옵스큐라’나 아이들이 직접 종이를 잘라 빛을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별빛첨성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호차는 몸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최대 3분가량의 무용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아! 이케바나’ 또는 자신의 이야기와 꿈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라이징스타’를 진행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3호차는 강원과 경북지역에 다니며 움직임을 통해 큰 도화지에 감정을 표현하는 ‘무빙 아트캔버스’, 오래된 소지품 속 기억을 담은 액자를 만드는 ‘사물(事物)놀이’를 진행한다.

석 대의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버스는 오는 12월까지 전국에서 총 160회 교육을 진행한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관계자는 “버스 안에서 만나게 되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언제 또 오냐’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찾는 곳이 워낙 많다 보니 확답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00510929301_20140812.JPG »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의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버스’에 탄 아이들. 한국어린이안전재단 제공

버스 안 성교육 실시하는 ‘딸콩달콩’

파주·고양·동두천·양주·포천·의정부·가평·구리·남양주·연천군 등 총 10개 시·군을 도는 ‘큰키나무’는 경기북부청소년성문화센터 ‘딸콩달콩’(congcong.or.kr)에서 운영하는 이동형 성교육 버스다. 이 버스는 교육신청을 받는 매년 2월 초 신청 시기를 놓치면 다음해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방학중인 1월과 8월 초에는 교육이 없는 편이지만 그나마도 아동복지시설 등 학교 밖 교육기관의 예약이 많아 분주하다. 성교육을 진행하는 보건교사가 없는 학교에 우선권을 준다. 성교육 버스는 45인승 대형버스를 개조해 만들었다. 버스 내부 벽에는 숲 모양의 벽지가 붙어 있다. 교육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은 ‘사랑’, ‘가족’, ‘탄생’, ‘사랑방식’, ‘책임’, ‘하나’, ‘소통’ 등 8개의 큰 기본주제를 교육 대상의 눈높이에 맞춘 형태로 제공한다. 초등학생들에게는 한부모가족, 입양가족,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소개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에게는 2차 성징과 10대의 사랑표현 방법 등을 가르쳐준다. 교육을 받는 이들의 나이와 관계없이 임신과 출산에 관련한 지식도 제공한다. 태동인형과 태아발달모형을 관찰하고,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배우는 것은 물론 산모체험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스로 귀하게 태어난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도 키운다. 중·고교생에게는 10대의 스킨십, 나만의 애정표현, 성병 예방 및 피임과 관련한 지식도 알려준다.

‘큰키나무’를 다녀간 아이들은 재미있게 느꼈던 교육프로그램으로 ‘2차 성징 칠판에 칠해보기’를 꼽는다. 다양한 신체변화를 함께 겪고 있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은 각자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대화를 나눈다.

성교육 전문 강사가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학교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성교육과는 차별성이 있다. 학교의 성교육이 많은 학생들을 한꺼번에 교육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소수의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강사들은 “성교육이 실제 아이들 수준에 맞춰 솔직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사 안아름씨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초등학교 4~5학년들 중 ‘야동을 접한 적 있다’고 대답하는 학생이 꽤 많다는 걸 알았다”며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성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에는 경기북부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큰키나무’, 충북이동형청소년성문화센터 ‘꿈틀’을 비롯해 경기·강원·경북·경남·부산 등 총 7개의 이동형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있다.

어린이 위기상황 대처 교육도 해줘

민간법인 (재)한국어린이안전재단(childsafe.or.kr)은 ‘이동안전체험교실’과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버스’를 운영한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이동안전체험교실은 2008년 당시 서울시 꿈나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4.5톤 트럭 2대를 개조해 아이들이 지진이나 가스·전기 화재 대피 체험을 할 수 있는 재난·가정 안전체험교실과 유괴·성폭력·미아 상황별 역할극은 물론 물놀이 등 계절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신변·생활 안전체험교실로 만들었다.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버스는 서울·경기·충청 등 전 지역에서 활동한다. 안전벨트 등 차량 안에서 지켜야 하는 안전교육은 물론 교통안전표지판이나 사각지대에 관련한 안전수칙 정보도 전달한다. 특히 특수 제작된 급정거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어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어린이 스스로 인지할 수 있다.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관계자는 “이동형 안전교육차량은 어린이 스스로 주체적인 안전의식을 갖고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재난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청남도청이 운영하는 ‘이동형 119 안전체험차량’도 기동성을 활용한 안전교육서비스다. 충남지역 곳곳의 소방서를 보름마다 돌며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이동형 119 안전체험차량’은 지난 1일까지 보령소방서에서 운영했다. 관내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를 돌며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이 차량은 8월 정비 기간을 거쳐 9월1일부터는 금산소방서에서 운영한다. 어린이들은 차량 안에서 지진·연기·암흑 등 재난상황을 가상체험하고, 대피·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또 소화기 사용법, 지하철문 개방법, 전기시설의 올바른 사용법도 체험할 수 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한겨레 신문 2014년 8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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