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3584901_20140513.JPG » 외국 학생들은 대규모 단체 여행보다 견학 형식의 단기간 여행을 자주 다닌다. 여행지에서 안전관리가 철저하고 인솔교사가 따라다니며 여행 가기 전이나 평상시 안전 재난교육도 실시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청라달튼외국인학교 제공

[함께하는 교육] 다른 나라들의 수학여행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수학여행 찬반 논란이 벌어진다. 참사의 근본 원인은 수학여행이 아니지만 학생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외국에선 수학여행을 어떻게 할까.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네덜란드 등의 사례를 살펴봤다.

교육부가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 올해 1학기 수학여행을 금지했다. 이 사고가 단순히 수학여행을 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일까. 참사가 벌어지자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는 수학여행 폐지론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학생들이 희생된 근본 원인은 수학여행 자체는 아니다. 하지만 한 학교 학생이 대규모로 움직이면서 피해가 커진 건 분명하다.

여행기간 상관없이 안전 관리는 항상 철저

외국 학생들도 수학여행을 떠난다. 미국은 보통 ‘필드트립’이라고 하는 견학 형식의 여행을 한다. 당일이나 1박2일로 자주 가는 편이다.

“미국의 학교들은 안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부모나 승인된 보호자가 학교에 데리러 와야만 하교를 시킨다. 학교 여행에도 동행하는 부모들이 있다. 학교에서 그렇게 권한다.”

올해 중학교 졸업반인 조슈아(14)군의 아버지 김헌씨의 말이다. 조슈아군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 현재 뉴욕 퀸스 북동부 베이사이드에 있는 중학교에 다닌다. 김씨는 “아이가 올해 졸업반이라 학교에서 2박3일로 떠나는 여행이 있었지만 보내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적지 않은 수의 미국 부모들은 학교 여행이라 해도 멀리 보내지 않는다. 만약 여행을 가도 숙박시설이나 교통 등 전반적인 안전을 최우선시한다. 학교나 여행 시설들도 안전 문제를 아주 중시한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 사고나 나면 민형사상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진하언(이우고3)군의 얘기도 비슷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학교를 다녔던 그는 “한 학년이 80~100명 정도였는데 평소 미술관이나 근처 바닷가로 견학을 많이 갔다”며 “3박4일이 넘는 졸업여행은 여행사를 통해서 대개 워싱턴으로 가는데 비용이 비싸서 나는 안 갔다”고 말했다.

“미국은 당일치기든 1박2일이든 부모가 아이를 여행에 보낼 때 사인해야 할 서류가 엄청나게 많다. 미국은 소송의 천국이어서 사고로 학생이 조금이라도 다치면 학교 측에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이미지도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단체 여행 시 학교 쪽에서 부모 동의서를 받지만 형식적이다. 보통 날짜와 장소만 알려주고 사인을 받는다. 반면 진군은 미국 학교에서 여행을 갈 때마다 여러 장의 서류를 작성해야만 했다.

“최소 서너 장은 썼다. 본인 보험번호, 응급실에 가야 할 경우 바로 보내겠다는 동의서, 버스 대여 회사 이름과 대여비 내용 확인서, ‘교사 지시에 불응 시 학생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서류였다. 학교에서 안전도 중요시하지만 그만큼 책임을 안 지려고 꼼꼼하게 하는 거다.”

 
00426461101_20140513.JPG » 한국의 경우 보통 한 학년 전체가 여행사를 이용해 대규모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이 때문에 안전보호 차원에서 취약하고 만약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류우종 기자

미국선 견학 형태로 1박2일 짧게 
안전관련 서류 여러장 작성해야 
캐나다선 교사들이 직접 답사 
안가는 학생 많아 큰 의미 안둬 
일본은 우리처럼 전체여행 관행 
여행 일정중 수시로 안전 교육
일제부터 내려온 관행 벗어나 
배움 주는 여행으로 개혁해야

여행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큰 의미 안 둬

광주광역시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는 니마 추백(28)은 이란에서 태어나 10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갔다. 대학 졸업 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다 올해 1월 한국에 왔다.

“수학여행은 성적순으로 간다. 과목에서 패스한 친구들 중 가고 싶은 사람은 가고 통과하지 못한 친구들은 안 데려간다. 그래도 전 학년의 90% 정도는 여행을 가는 편이다.”

여행은 보통 몬트리올이나 퀘벡시티 등으로 갔다. 교사들이 직접 답사하고 숙소나 식당을 예약했다. 여행사 패키지는 이용하지 않고 이전에 여행을 갔던 학생과 교사의 이야기를 참고해 준비한다. 사실 학생들은 수학여행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여행은 이탈리아나 그리스로 가기도 하는데 나는 돈이 많이 들어서 안 갔다. 다른 애들도 반드시 가야 해서가 아니라 친구들이 가거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려고 여행을 신청한다. 가기 전에는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여행지에서 인솔교사 지시에 따르겠다, 술 마시지 않겠다 등 몇 가지 동의서를 써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인 A(31)씨는 태즈메이니아에서 학교를 다녔다. 태즈메이니아는 섬이어서 학창시절 비행기를 타고 호주 내륙의 멜버른이나 캔버라로 수학여행을 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 때 5~6일 정도 여행을 갔다. 여행사 관광버스를 이용했는데 여행 기획은 학교에서 했다. 여행을 가면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있어야만 한다. 보통 보호교사 1명이 남녀로 나눈 소그룹을 인솔한다.”

그는 수학여행에 대해 “우리 학년 전체가 120명 정도였는데 50여명 정도만 갔다. 나머지 학생들은 파트타임 근무가 있어서 못 갔고, 안 간 애들은 집에 있었다”며 “사실 안 가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수학여행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가는 학생들은 청소년기 좋은 추억을 쌓는 거고, 안 간 학생들은 본인의 생활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처럼 대규모 수학여행 자체가 없는 나라도 있다. 스웨덴 쿵스홀멘 고등학교 3학년인 이하영양은 “스웨덴에서 6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수학여행이나 그에 준하는 단체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아마 기본적으로 스웨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단체로 돈을 걷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 거 같다. 그럼에도 반 단위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돈을 모아서 떠나는데, 수학여행과는 성격이 다르다.”

재난교육은 주기적으로, 실습 위주로 이뤄져

일본은 한국처럼 중·고등학교 모두 한 학년 전체가 여행사를 이용해 수학여행을 떠난다. 국내로 가는 경우도 있고 한국이나 중국, 유럽으로 갈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주기적으로 재난교육을 한다.

2005년부터 3년간 일본에서 전문학교에 다녔던 작가 이동형(39)씨는 “여행 당일 출발하기 전 교수한테 안전 교육을 받는데 버스를 타면 기사가 또 안전교육을 한다. 현장에 가서도 담당자에게 안전 활동에 관해 다시 설명을 듣는다”고 말했다.

“1955년 일본에서 시운마루호 침몰 사고로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과 교사 168명이 사망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수영을 공식과목으로 지정했다고 들었다. 초·중학교에 수영장도 의무적으로 만들어서 일본 학생들 중 수영 못한 애들이 없다.”

일본은 일년에 두번 전교생이 재난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지진 대피 훈련과 화재 대피 훈련 등이다. 전국에 150만명의 방재사가 주변 학교나 지역에 가서 전문적으로 재난 안전교육을 한다. 또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안전체험관을 단체 견학한다.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법, 소화기 작동법 등을 직접 배우고 대피훈련도 한다.

“나도 학교에서 지진 대피 훈련을 받았다. 지진이나 홍수 등의 재난이 일어나면 학교에서 200미터 떨어진 공원에 모이라고 알려줬다. 그냥 매뉴얼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훈련할 때 직접 다 같이 대피 장소로 이동한다.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로 안전교육이 더 강화됐다. 일본은 이렇게 일이 터지면 학습이 돼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한다. 이게 중요하다. 우리는 그 많은 사건이 일어난 뒤 그런 게 있었는지…. 형식적이고 이론 위주의 교육이 아닌 실질적인 차원의 훈련이 필요하다.”

네덜란드는 학교 차원에서 수영을 배운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네덜란드인 안드레 바르푸스(38)씨는 “네덜란드는 주변에 물이 많아서 대부분 어릴 때 수영을 배운다. 나도 3살 때 수영을 배워서 시험을 치르고 디플로마(수료증)를 땄다. 이후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수영교육을 또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화나 교육환경이 다른 외국 사례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 방식이나 재난교육 시스템을 부분적으로 시도해볼 수는 있다.

경기도 용인 포곡고 3학년 배정환군은 “세월호 사고로 수학여행, 운동회, 졸업사진 찍는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같은 학생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커서 그에 대한 불만은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수학여행 자체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는 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학교는 학급별, 동아리별로 수학여행을 간다. 해마다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장소 섭외나 숙박시설, 식당 예약도 학생들이 직접 한다. 사실 중학교 때는 수학여행이 놀러가는 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니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여행 뒤에는 수학여행 보고대회도 열고 다음 동아리 활동이나 학급 운영에 반영도 한다. 수학여행도 다양한 방식으로 떠날 수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현재 수학여행 방식은 일본 강점기부터 내려온 집단주의 여행제도다.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기 때문에 안전 차원에서 대단히 취약하다”며 “안전에 대한 아무런 교육이나 대책도 없이 단순히 ‘찍고 오는’ 여행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관리자 위주의 통제적이고 겉핥기식 여행, 실질적 의미가 없는 여행은 무의미하다. 아이들끼리 추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지? 차라리 공정여행을 가든지 한곳에 들르더라도 여유가 있게 관찰하면서 아이들에게 실질적 배움을 줄 수 있는 여행을 해야 한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한겨레 신문 2014년 5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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